https://youtu.be/U3_8wz_xNI0?si=9AGlOu2P3ZySf_E-
Dame Joan Sutherland - 'Eccola!' (The Mad Scene) Donizetti's Lucia di Lammermoor 1986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장면'
“다양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은 오페라에서도 많이 다루어진 소재다. 이번에 소개하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흡사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즉 ‘스코틀랜드 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이것이 더욱 애틋하고 비극적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루치아와 에드가르도는 서로 원수 집안의 남녀로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두 사람 모두 처절한 죽음을 맞게 된다.
무대는 중세의 스코틀랜드이다. 람메르무어 家의 루치아와 레벤스우드 家의 에드가르도는 남몰래 사랑하지만, 그들의 집안은 원수 사이이다. 루치아의 오빠인 엔리코는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위하여, 여동생을 힘 있는 귀족과 정략결혼 시키려고 한다. 엔리코는 에드가르도가 외국에 간 사이에 그가 루치아에게 보낸 편지를 위조하여, 에드가르도가 변심한 것처럼 루치아를 설득한다. 이에 루치아는 자포자기하다시피 결혼을 승낙한다. 결혼서약서에 루치아가 사인을 하는 순간, 에드가르도가 들이닥친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표정을 보고 모든 사태의 전모를 직감하게 되지만, 이미 루치아의 결혼은 결정된 후였다.
첫날밤에 미쳐버린 루치아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신랑을 칼로 찔러 죽이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피 묻은 잠옷을 입은 채 환상을 보면서 狂氣의 상태를 노래한다. 그리고 지쳐 쓰러져서는 죽는다. 이것이 그 유명한 <狂亂의 장면(Mad Scene)>이다. 루치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에드가르도는 자신들의 기구한 운명을 탄식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 저승에서나마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흔히 줄여서 <루치아>라고도 부른다. 이 이야기는 스코틀랜드의 라머무어란 지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으로서, 실화를 바탕으로 영국의 소설가 월터 스코트 卿이 <람머무어의 신부>라는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을 각색하여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사랑의 묘약>이 작곡가로서 이미 소개했었다)가 오페라로 완성한 것이다.
가에타노 도니제티(1797~1848)가 쓴 60여 편의 많은 오페라들 가운데에서도 <루치아>는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루치아>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도니제티의 천재성은 이 오페라를 아주 극적인 것으로 다듬어서, <루치아> 속의 음악들은 각 요소요소의 대목마다 듣는 이를 드라마 속으로 빨아들이는 놀라운 힘이 있다.
<루치아>는 성악적으로 부르기가 어려운 곡인데, 특히 여주인공 루치아 役은 부르기가 상당히 난해하여 악기 같이 정교하고 빠르고 화려한 고난도의 기교 (이것을 음악용어로 ‘콜로라투라’라고 한다)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기술적으로 상당히 단련된 소프라노가 아니면 이 루치아 役에 감히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루치아>는 170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약 100년 동안은 제대로 연주되지 못했다. 아니 공연은 되었지만 대부분의 가수들이 너무 기교에만 신경을 쓴 바람에, <루치아>의 깊은 작품성은 외면되었던 것이다. 즉 이렇게 성악이 강조된 오페라를 ‘벨칸토(Bel Canto) 오페라’라고 하는데, 그 성악은 화려하지만 오페라의 전체적인 균형과 작품성을 훼손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런 벨칸토 오페라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예로 들었던 작품이 주로 <루치아>였다. 19세기에 <루치아>는 마치 카나리아 같은 소프라노들의 美聲의 경연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1950년대에 와서 <루치아>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즉 <루치아>를 오늘날 최고 오페라의 하나로 빛나게 만든 이가 바로 위대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2~1977)였다. 칼라스는 루치아를 부르면서 성악적 기교의 완벽함은 물론이고, 뛰어나게 연기와 표정을 살리는 데에도 성공하여, 관객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내용에 대해서도 감동하고 눈물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칼라스는 그녀 특유의 음색과 믿기 어려운 연기력으로 오페라계에 여신(디바)으로 군림했다. 그 후 <루치아>를 얘기할 때 칼라스를 빼놓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실로 그녀는 음색으로도 연기를 했고, 표정으로도 노래를 불렀던 다시는 볼 수 없을 최고의 오페라 예술가였다. 칼라스의 루치아는 이후 조안 서덜랜드와 몽세라 카바예에 위해 계승되었고, 그 후 에디타 그루베로바, 준 앤더슨 등이 명 루치아의 명맥을 잇고 있다.
<루치아>에는 <광란의 장면>인 <그분의 다정한 음성이 들린다>뿐 아니라, 벨칸토 오페라인 만큼 아름다운 아리아와 중창들이 수없이 많다. 루치아의 아리아 <조용한 밤>, 루치아가 죽은 후 에드가르도가 혼자 부르는 <조상의 무덤이여>와 <그대는 먼저 하늘나라로 갔는가> 등이 유명하다. 또한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2중창 <영원히 잠든 무덤가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멋있으며, 특히 결혼 서약 직후 에드가르도가 나타났을 때 불리는 6중창 <무엇이 나의 분노를 자제케 하는가>은 음악사상 최고의 6중창이다.
글쓴이: 김도사
https://youtu.be/wYA4PCK0ax0?si=iuRrj7IeLkJngmw3
Anna Moffo: Donizetti - Lucia Di Lammermoor, 'Mad Sc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