醴肥辛甘非眞味 眞味只是淡 神奇卓異非至人 至人只是常 맵거나 단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다운 맛은 오직 담담할 뿐이다. 신기하고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니다. 지극한 사람은 오직 평범할 뿐이다. 채근담(菜根譚)
문래동(文來洞) 50여 년 전을 추억하며 !!
필자는 글 쓰는 문학인도 아니고 역사학자도 아니지만 역사문화유적지 “현장답사”를 즐겨 한다.
예를 들어 휴전선 이남에 있는 조선왕조 왕릉을 다 답사하였다 조선은 27대 왕인데 왕비의 무덤까지 합하면 42기다. 이 중 태조 이성계의 원비 신의왕후(神懿王后)가 묻힌 제릉(齊陵)과 2대 임금 정종과 정안왕후((定安王后)의 후릉(厚陵)은 북한 개성에 있다. 2기를 제외하고 다 남한에 있다. 40기 왕릉은 전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지금은 왕릉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한다.
왕릉뿐만 아니고 유명인의 무덤. 서원. 사찰. 역사유적지를 많이 찾았다 추사나 이승만 대통령의 글씨가 걸려 있는곳은 아는 대로 찾았다. 책이나 신문방송에서 처음안 유적지를 대부분 답사하였다.
약 10여년 전에는 영등포 역전옆 사창가(私娼街)를 찾았다. SNS에 글쓸 소재를 얻기 위해서다. 그때도 환경은 다르지만 사창가는 존재하고 있었다.
50여 년 전에는 문래동에서 영등포 역전 사이의 길은 밤낮을 불문하고 걷기가 불편했다. 사창가 아가씨들이 붙들 기 때문이다.
필자는 싫어도 영등포 역전을 지나는 문래동을 매일 살다시피 했다 문래동은 서울에서 금속제품 부품(프레스. 선반. 밀링. 금형.등등등--) 가공 공장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금속제품 플라스틱등 모든 제조 메이커들은 청계천 1가~7가와 문래동을 외면하면 생산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문래동과 청계천은 서울 1차 산업의 메카(mecca)였다. 50여년전 문래동 이야기를 하면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다.
얼마 전에 손혜진 글 “문래동 할머니”라는 책을 읽었다. 내용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서울 남서쪽 영등포구에 문래동(文來洞)이라는 동네가 있었다. “문래동(文來洞)” 이름은 최초로 목화(木花.綿花)를 도입한 문익점(文益漸)의 아들이자 물레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는 “문래”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또 일제강점(日帝强占)기에 이곳에 대규모 방직 공장이 들어섰다. 이때 방직기(紡織機)의 순우리말 “물레”가 해방 이후 “문래”로 바뀌어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문래동은 1970년대에는 철공소(鐵工所) 밀집 지역이었다. 올망졸망한 기계 공장들이 빽빽이 들어 있었다. 여기서는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제외하고 다 만들었다. 산업화시기에 다양한 기계 부품을 생산하면서 호황을 누린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공산품 다변화 정책으로 중국산 싼 부품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는 철공소가 늘어났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예술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문래동은 문화와 예술 동네로 변모했다.
이 책은 그 문래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래동에 사는 어느 평범한 할머니가 이 책 내용의 주인공이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먹거리 시장을 본다. 어느 날 할머니는 시장에서 야자나무 묘목 한그루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는 야자나무 화분에 물을 줄 때 물 한 컵을 화초와 나눠 마신다.
다음 날이다. 해가 떠오르면 할머니는 집을 나선다.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 주기도 한다.
할머니는 가로수에 기대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즐긴다. 그러다가 해가 저물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할머니는 문래동 외출에서 본 내용을 연필로 종이에 그림으로 옮긴다.
벽을 등진 텔레비전은 저녁 내내 시끌벅적 떠들어 대지만 할머니는 곧 깊은 잠에 빠진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할머니의 일상은 늘 비슷하다.
하루는 아들 가족이 찾아왔다. 아들은 할머니가 사온 야자나무 화분을 발견한다. 아들은 화분을 왜 또 들여왔느냐 아프신 손목으로 그림은 왜 그리시냐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한다.
아들의 말투는 투덜대지만 할머니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모두 당신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음날 다시 할머니의 일상은 반복된다. 그렇다고 매일이 어제와 똑같을 수는 없다. 오늘 할머니는 조금 성가시지만 귀여운 꼬마 친구를 사귀었다. 길고양이다.
응석부리듯 야옹거리는 어린 친구 덕분에 오늘은 졸리지 않았다. 문래동 할머니의 평온하고 변함없고 아름다운 나날이 언제까지나 계속됐으면 좋겠다.】
글내용은 별 충격이 없는 문래동을 배경으로 할머니의 평범한 일상이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그려져 있다.
할머니는 다시 청춘을 맞은 듯 매일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새 반려 식물 야자나무에게 마음을 흠뻑 주며 키운다. 때로는 아직 초등학교에 안간 이웃 꼬마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전혀 자극이 없고 평범하고 잔잔한 이야기지만 문래동 할머니의 매일매일의 생활에는 소박한 보람이 느껴진다 쉽게 보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삶이다.
지금 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아주 가벼운 평범(平凡)이 지극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