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학교(나래중학교) 22-7, 현장체험학습 계획 부모님 의견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은이 학교에서 잘 보냈습니다. 수업 잘 했고, 점심도 잘 먹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가정 통신문이 있어서요. 은이 가방에 챙겨 보냈는데 집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 은이가 이제 막 샤워하려던 무렵, 담임 선생님 전화를 받았다.
잘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샤워부터 도운 다음 가방을 살핀다.
여러 장이 들어 있어 어떤 내용인가 보니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 학부모 의견을 묻는 설문지다.
“은아, 이거 학교에서 받아 왔네? 부모님한테 여쭤봐야겠지? 선생님이 이거 사진 찍어서 부모님께 보낼게.
어떻게 적어서 가지고 갈지 여쭤보자.”
휴대전화 스캔 어플로 가정 통신문을 한 장 한 장 차례로 찍어 저장한다.
은이 부모님이 있는 대화방에 스캔 이미지와 함께 메시지를 올린다.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은이가 학교에서 가정 통신문을 받아 왔습니다.
1. 봄 현장체험학습
2. 경남특수교육원 수련활동
3. 경남특수교육원 체험
이렇게 세 장을 각각 참여할지 말지, 희망 장소가 있는 것은 어디로 가면 좋을지 적어서 제출해야 합니다.
한 번 살펴보시고 부모님 의견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작성해서 은이 가방에 챙기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즘 코로나 심한데 괜찮을까요? 가게 되면 선생님 같이 가시나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은이 초등학교에서는 제가 동행했지만,
지금 학교는 담임 선생님 외에 실무원 선생님들이 있어서 따로 동행하지 않습니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하는 일이면 은이도 다 참석하게 돕고 싶은데,
저도 코로나 상황이 염려되기는 합니다.’
어머니 답장을 기다리는데 마침 아버지 전화가 온다.
은이 침대 구입을 의논하기 위한 전화였는데,
대화중에 메시지를 보시고 현장체험학습 이야기도 한다.
“요즘 상황에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선생님 편하신 대로 결정하셔도 됩니다.”
“저는 부모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방금 대화방에 올린 것처럼 평소라면 당연히 은이도 참석하는 쪽으로 희망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네요.”
아버지가 지원하는 상황을 헤아려 결정을 위임하며 배려한다고 느꼈다.
‘현장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는데 참석할지 말지’를 묻는 게 아니라,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하려고 하는데 진행할지 말지’를 학부모에게 묻는 설문지라
어떤 의견이든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가기로 한다면, 그때 가서 참석 여부를 밝히면 되는 것이니
지금 불참에 의견을 표해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그런 생각을 그대로 전한다.
“그럼 우선은 참여를 희망하지 않는 걸로 적어 가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바지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지금 상황이 우려스럽기는 하니까요.”
아버지와 은이 침대 이야기를 더 나누다 통화를 마친다.
마침 대화방에서 어머니도 같은 뜻으로 의견을 밝힌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모두 적극적으로 뜻을 밝혀 주시니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도 수월하다.
결정하는 과정에 서로 입장을 생각하며 주거니 받거니 배려하는 일이 즐겁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고,
이왕이면 은이가 친구들과 현장체험학습 가는 길에 함께하면 좋겠다.
부모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22년 3월 23일 수요일, 정진호
어느 학교나 지금 상황에서 행사를 하기엔 부담이 있죠. 저희 집 아이들 학교도 소풍을 진행할지 말지를 묻더라구요. 소풍, 체육대회가 그립네요. 신아름
가정 통신문, 아들의 학교 일에 부모로서 상관하시니 감사합니다. ‘사회사업, 사회사업가’를 붙들며 일하시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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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상황에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선생님 편하신 대로 결정하셔도 됩니다.”
“저는 부모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방금 대화방에 올린 것처럼 평소라면 당연히 은이도 참석하는 쪽으로 희망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네요.”
아버지가 지원하는 상황을 헤아려 결정을 위임하며 배려한다고 느꼈다.
‘현장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는데 참석할지 말지’를 묻는 게 아니라,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하려고 하는데 진행할지 말지’를 학부모에게 묻는 설문지라
어떤 의견이든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가기로 한다면, 그때 가서 참석 여부를 밝히면 되는 것이니
지금 불참에 의견을 표해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그런 생각을 그대로 전한다.
“그럼 우선은 참여를 희망하지 않는 걸로 적어 가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바지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지금 상황이 우려스럽기는 하니까요.”
세상에, 이렇게 돕는 것이군요. 사회사업 교본 보는 것 같아요.
당사자의 가족이 전담 직원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뜻(지원하는 상황을 배려하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부모님께서 당신의 몫으로써 감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저는 부모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도 전하며 도울 수 있군요. 이런 실천과 지혜들이 깊은 공부가 되니 좋아요. 읽고 감탄하고 배울 수 있으니 좋아요. 기록으로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젠가 학교 다니는 입주자를 돕게 된다면 정진호 선생님처럼 도와야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