井水雖千尋-우물물은 천 길 千尋猶可汲-천 길이라도 퍼 올리고 人心雖一寸-사람 마음은 한 치 一寸難可測-한 치라도 알기 참 어렵다. 淸氷委泥塵-고드름은 진흙에 버려져도 一洗還淸潔-한 번 씻으면 도로 깨끗해지는데 惡鐵經大冶-나쁜 쇳덩어리는 큰 대장장이가 두들지만 千磨終缺折-천 번을 연마해도 끝내 부서진다. 此是人心-이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김윤안(金允安)
사람 마음 아침저녁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 같다!!
위의 붓글씨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 山色古今同(산색고금동)은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未公開) 유묵(遺墨)으로 경매장에 나왔다. 13억원에 낙찰됐다. 2024.02.28. 조선일보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 山色古今同(산색고금동)】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山色)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구나!
이 글귀는 조선시대 초학(初學)들이 “천자문(千字文)”“사자소학(四字小學)”과 함께 가장 먼저 익히는 “추구(推句)”라는 시집(詩集)에 있는 글귀다. 추구(推句) 시집(詩集)에는 우주만물(宇宙萬物)과 인생(人生)에 관한 철학적(哲學的) 시적(詩的)인 아름다운 글들로 채워져있다.
【人心朝夕變(인심조석변) 山色古今同(산색고금동)】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인심(人心)” “산색(山色)”의 네 글자는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인심조석변(人心朝夕變)이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속담에 信者一人也没有(신자일인야몰유)라 “믿을 놈(者) 하나도 없네!”라는 말이 생겨났다.
“조석변개(朝夕變改)”라는 네 글자로 표현한 이말도 사람의 마음을 아침저녁으로 뜯어고친다는 뜻이다.
계획이나 결정한 내용을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이익 되는 대로 고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리 친해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각자에 해당되는 이해관계(利害關係) 때문이다.
속담에 “정승 집 개(犬)가 죽으면 대문이 비좁도록 사람이 모이지만,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라는 말은 사람과의 이해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 민요(民謠)에 树成古木来鳥回 人老了来人回頭 “나무가 고목(古木)이 되니 오든 새도 되돌아가고 사람도 늙어지니, 오던 임도 되돌아간다.”라고 하였다. 이 민요도 원천적으로 사람과의 이해관계 노래다.
자신이 권력이 있고 돈이 있을 때는 친구도 많았지만, 자신이 망하여 권력과 돈도 없어지니 친구도 모두 떠나 버리게 되는 것이 사람의 인심이다.
오죽하면 “머리 검은 짐승은, 돌봐줄 일이 아이라”라는 말이 있을까? 그래서 술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는 말도 따라있게 되었다. 이해관계로 손을 잡은 사람들은 진정한 인간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속담에 “벼슬에서 떨어진 정승은 똥 친 막대기”라 하였다. 필요할 때는 손으로 잡고 사용하다가 쓸 일이 끝나면 손에서 멀리 버리는 “똥 친 막대기”같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역시 추구(推句) 시집에 國難思良臣(국난사양신) 家貧思賢妻(가빈사현처)란 글귀가 있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 충신(忠臣)이 생각나고 집이 가난해지니 어진 아내가 생각난다.
진정한 충신(忠臣)은 나라가 어려울 때 충절(忠節)을 보이고 어진 아내는 어려움을 당할 때 알아본다는 말도 그냥 있는 말은 아니다.
기독교 신약성경에는 예수께서 이적(異蹟)을 행하여 병든 자를 고쳐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니 그를 따르는 사람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억지로 왕(王)을 삼으려고 하였지만 예수는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니 그 많이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그의 곁을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같은 민족인 유대인에 의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이는 예수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고 하다가 계획이 어긋나니 돌아선 것이다.
현대인들의 인심은 추구 시집의 글귀와 다를까? 절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출세하여 승승장구(乘勝長驅)하면 따르는 사람도 많지만, 몰락하면 그 많던 사람도 소리 없이 떠나버린다.
정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가 그런 것이다. 인간에 비하면 자기를 버리고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애완(愛玩) 동물만 못한 것이 인간이다.
※필자 개인생각이지만 안중근 의사를 붓글씨를 볼 때마다 박정희 대통령 글씨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서법(書法)도 획수마다 부러지는 듯 한 강한 느낌을 갖는다!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