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공원 - 구덕산 꽃동네

[버드나무]

산삼회 제 330차 산행기

2011년 9월 2일 10시

동아대 병원 정문 앞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여름도 드디어 가을에게 자리를 내 준다.

어제 그제 날이 좋았는데 오늘은 약간 구름이 끼어

등산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아침 산 바람에 가을이 묻어있다.

오늘의 참여자 7 명의 달인

서예와 탁구의 달인 중산

유머와 창의 달인 춘성

테니스와 술 칵테일의 달인 연암

시와 향토사의 달인 국은

새와 컴퓨터 사진 디자이너의 달인 남천

배구와 일본어와 강한 남자의 달인 태화 (달인이 세 개다)

12지장, 쓸개 들어내고도 건강하게 살고 있는 병 극복의 달인 남계 (자화자찬임)

여기서 달인이란

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달콤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란 뜻도 된다.

성지곡 수원지와 버금가라면 서러워할,

여기는 대신공원

산책로 좋고 주변의 수종들도 좋다.

삼나무, 편백, 소나무, 참나무, 벚나무 등등이 빽빽하게 서서

경쟁적으로 산소를 뿜어내고 있다.

대신공원은 좌측의 자그마한 구덕산과

우측의 큰 엄광산 사이의 계곡이다.

각종 운동 시설과 민속관, 저수지 2곳, 약수터, 쉼터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

대신동 사람들뿐만 아니고

서구 사람들이 사철 운동하고 쉬는 곳으로

사랑을 많이 받는 곳이다.

10시 30분 제 1 저수지 통과

고요한 수면에 분수가 있음으로 저수지에는 생명감이 넘친다.

분수 네 개가 힘차게 물을 뿜어 올리고 있다.

분수는 제 분수를 안다.

힘차게 올라가지만 사뿐히 내려 올 때를 안다.

올라 갈 때와 내려 올 때의 절묘한 타이밍을 아는

분수는 그래서 아름답다.

가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들의 화제는 늘 다양하고 풍부하다.

저 저수지처럼 마르는 법이 없다.

저 분수처럼 언제나 싱싱하다.

국회 의원들은 말 한 마디 잘 못 해서

온갖 구설수에 오르지만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좋다.

나무들과 새들과 풀벌레들, 매미들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지 신문에 내지 않는다.

강용석의원이

여대생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아나운서 되려면 몽땅 다 주어야 할 걸-

한 마디가 그를 벼랑으로 몰고 갔다.

국회 의원 잘릴 번 하다가

김형오 전 국회 의장의 엄호로 겨우 살아났다.

퇴할 당할 아이가

1개월 정학처분.

그는 전에도 약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나경원이는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짧아 볼품없어.

박근혜는 나이 들어도 섹시하지-

그 소식 듣고 나경원이 발끈했지만 참았다. (얼굴은 예쁘다니까)

박근혜는 빙긋 웃고 넘어갔다.

(나를 섹시하다고 하는 놈은 처음이네, 짜식 사람 볼 줄은 아는구나.)

-짦은 경원, 섹시 근혜-

네티즌들의 글방아에 좀 찍힌 적이 있었는데

용석이 그 때 깊은 반성이 있었어야 했다.

성희롱 발언이야 강용석의 선배들이 많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마사지걸’ 발언이다.

마사지 걸은 얼굴 못 난 게 낫다.

얼굴 못 난 것만큼 몸 서비스가 나으니까.

대통령 후보 시절이니까 그냥 넘어갔다.

안상수 의원 역시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에

여자도 양식 보다 자연산이 낫지

했다가 상당히 혼이 났다.

역시 한 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았다가 문제가 되자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

정몽준 의원은 여기자의 뺨을 툭툭 건드렸고,

해당 기자가 ‘성희롱’이라고 항의하자

“며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피곤한 상태에서 모르고 그랬다.”

그래서 한 때 한 나라당이 성나라당이란 비아냥을 받았다.

나무 등걸 의자에 앉아 쉬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겁도 없이

우리 앞에 종종거리며 무엇 좀 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녀석들에게 줄 먹이도 없고

먹이 주는 대신 비둘기 성토대회를 벌인다.

새박사 남천의 설명을 들어가며.

비둘기는 예전에는 사람들과 더불어 잘 지냈는데

요즘은 평가 절하

귀찮은 새로 전락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를 매개하기도 하고

그 똥이 산성이어서 건축물을 상하게 한다.

떼로 몰려다니면서

곡식 창고나 곡식 운반차량의 곡식을 거들내기도 한다.

비둘기나 원앙이 부부금실의 대표로 많이 알고 있는데

사실은 백조가 부부금실의 심벌이다.

백조는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다.  - 남천

비둘기나 원앙은 급하면  짝지고 뭐고

나무토막에도 올라간다.

자주 짧게 쉬는 게 좋다.

대신 공원 오르막은 가파른 길이 없다.

주변 나무들을 헤아리며

올라가기 좋은 산길이다.

오르다가

뱀을 한 마리 발견

대가리가 타원형인걸 보면 순한 뱀인 것 같다.

물 없는 시멘트 바른 도랑에서 갈 길을 몰라 헤맨다.

남천이 꼬챙이로  들어올려

옆의 키 작은 나무에 걸쳐준다.

내원정사 조금 못 미쳐

널찍한 장소를 잡아

간식상을 차렸다.

푸짐하다.

근래 캄차카 반도, 바이칼호, 이르크츠크등 동 시베리아를

여행하고 온 국은이

러시아 보드카주인 벨루가 ( Belluga ) 한 병

곱게 구운 햄 안주

거기다 기장 순 진짜 멸치까지.

연암이 노란 매실주에

바삭 과자 한 봉지

남계가 생탁

춘성이 동그라미 도넛 까지

이렇게 간식을 많이 먹고

 위에 점심 들어갈 여지가 있을까만.

술 세가지

안주 네 가지

이 좋은 술, 좋은 안주 아니 먹고 어이리.

 
술이 들어가니 춘성의 창이 나오고 유머가 나온다.

돈 많은 60대 남편이 예쁜 50 대 아내와 사는데

야간작업이 제대로 안 돼서 아내는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가 고만

남편이 아내를 즐겁게 해 주려고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순직 (복상사) 하고 말았다.

장례 미사 때 아내가 입으로 촛불을 끌 차례에

입이 오므려 지지 않아

(혼자 된 것이 너무 좋아서)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지 못하고 손으로 끌 수밖에 없었다.

인부들이 남편의 시신을 운구하다가 그만

모서리에 관이 덜컹 부딪치는 바람에

죽은 남편이 놀라서 깨어나고 말았다.

3년을 더 살다가 또 죽었다.

운구하는 사람들에게 아내는

-조심조심, 제발 관이  부딪치지 않게 하세요.

돈 더 드릴게요. -

이게 조심 조심 시리즈 제 1탄

시리즈니까 다음 또 나올 거다.

남계도 하나 거들었다.

70 된 돈 많은 홀아버지가

살아생전 아들 장가를 들이고 싶어서

아들의 선 보기 작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쩐지 처녀들이

아들은 아직 나이가 있으니 급할 게 없고

어르신을 모시고 살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

요즘은 연상이 훨씬 좋다는 말과 함께.

- 돈 많고 명 짧은 놈이 신랑감으로는 제일이거던.

이 두 이야기는 극단적인 예이고

대부분의 부부는 돈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돈은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특히 나이 7순에 드는 우리들에게

잘 생겼건 못 생겼건

마누라가 최고다.

남에게 손 안 벌릴만한 돈만 있으면

건강과 부부애가

제일이라는 데 다 동의한다.

다들 마누라 무릎베고

마누라 보다 먼저 죽고 싶다.

당신 있어 행복했노라고

마지막 웃음 한 번 지어보이고.

춘성은 거기에 하나 더 욕심을 부려

매일 웃으며 사는 것을 든다.

내가 웃어야 주변을 웃길 수 있다.

웃음만큼 행복감을 주는 것이 없다.

웃음만큼 세상에 유익한 것이 없다.

그러나 좋은 웃음은 누구나 웃는 게 아니다.

좋은 웃음은 연구와 연습의 결과이다.

웃음 교실에 가서 웃음 강의도 듣고

웃음의 위력을 깨달았다.

사람들을 웃기고 세상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

웃으면서 죽는 것이

내 마지막 바람이다.

강의를 듣고 우리도 숲이 흔들릴 정도로

같이 웃어 재낀다.

웃을 일이 없어도 웃는다.

그러면 또 웃을  일이 생긴다.

좋은 날 좋은 웃음이 아닌가.

옛 시조집에 있는 시조 두 편을 소개한다.

옛 선비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선비들의 놀이에는 의례 일단 술이 먼저고

다음으로는 골계 (유머) - 다음에는 시조와 창이 따른다.

“나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지금부터

 ‘좋아’ 를 넣어서 글을 지을 테니 들어들 보게.”

- 오늘도 좋은 날이! 이곳도 좋은 곳이!

  좋은 날 좋은 곳에 좋은 사람 만나이셔

  좋은 술 좋은 안주에 좋이 놂이 좋아라. -

좋단 말이 9개 들어갔다.

친구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좋아한다.

여기 또 한 친구가 대응한다.

“친구들 웃는 모양이 너무 좋아.

나는 '웃음' 을 넣어 글을 지어봄세.

웃음이 몇 개 들어 있는지 세어 보게들.“

- 이보게들! 우습구나.

  우습고도 우스워라!

  우습고도 우스우니 웃음 겨워 못 참겠네.

  아마도 히히 호호 하다가 하하 허허 하리라. -

히히 호호 하하 허허까지 셈하면 웃음이 10개 들어갔다.

우리 산삼 친구들의 오늘 이 자리가

옛 선비들에게 뒤질 것이 하나 없지 않은가.

-웃는 게 정신 건강 뿐 아니고 신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은

이미 여러 방향에서 밝혀졌으니

자 우리 언제나 웃고 삽시다.

우리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즐거운 세상을 위하여!

춘성의 결론을 마음에 새기며

내원정사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안중근은 말했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우리는

一日不大笑 心中生憂鬱 (하루라도 크게 웃지 않으면 우울증이 생긴다)

절 앞 주차장에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동자승의 사진이 걸려있다.

- 바로 저 웃음이다.

천국에 이르는 웃음이!

부처님의 웃음이!

웃음의 결정판이다.

그 웃음에 감염되어

앞에 모여서 사진 한 장 찍는다.

가슴에 하나 가득 웃음을 품고.

할매 시락국밥 집에 도착한 것이 12시 반

간식이 풍성해서 밥을 다 먹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들 너무 잘 먹는다.

막 된장, 고추, 상치, 다시마, 생선찌개, 김치, 시락국

몇 안 되는 반찬이지만

우리 어릴 적 가난한 엄마들이 해 주신 메뉴들이어서

어찌 그리 정답고 맛있던지.

스무 가지 이상 나오는 한정식 집,

일식집, 3~4 만 원 이상

그 비싼 정식들 보다

이게 더 맛있으니 (5000원 짜리가)

이 어찌 된 일인가.

꽃동네에서 구덕  운동장까지 걸어 내려와서

헤어진 시각이 3시경.

요즘 젊은 여자들이

나를 낳아주신 것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만들어 주신 것은 성형의사다.

한다는데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분은 부모님이지만

언제나 받아주고 안아주고

위안을 주고 건강을 주는 것은 산이다.

산으로 돌아갈 때까지

포근한 산의 품에서 놀자.

우리는 산의 아이들

사나이들 아니가.

9월 9일은 온천장역!

금정산에 오릅니다.

[들마루]

오래 전에 대신공원 오르다가 편백 숲을 보고 야! 히노끼 하며 소리질렀는데 일본의 히노끼(편백)라켓은 팬홀더의 최상급으로 지금은 구하기 힘든 보물이지요. 또 편백숲은 피톤치트가 최고라지요? 할매집은 아직 못가봤어요. 늦기 전에 꼭 가봐야겠소. 님의 글 읽는 내내 내 얼굴에 웃음 가득했으니 버드나무님 복 받으이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