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자기일을 보러가며 날 상무지구에 내려준다.
버스터미널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한참을 걷는다.
혈압약을 타고 버스를 타고 옛도청 앞에 내린다.
지하도를 건너 나오니 옛도청 별관건물이다.
80년 탄흔전을 한다고 프랑이 붙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1층엔 의자를 둥글게 해 두고 회의 중이다.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 옛도청과 경찰청에 남아 있는 총탄의 흔적을 찾는과정과
그 흔적들의 전시물을 둘러본다.
이 시기에 난 광주에 처음 와서 이 언저리를 돌아다녔다.
작은 공간을 혼자서 돌고 내려오니 젊은 남녀 한쌍이 올라온다.
옛전라남도청과 경찰국 건물을 새삼 새롭게 둘러본다.
전시실이 있다는데 들어가 보지 않는다.
계단을 내려가 도서관 건물을 두고 전시장 건물로 간다.
몇 개의 존시 안내가 큰벽에 붙어 있는데 안내를 본 바 있는 에이민쥔의
전시회에 들어간다.
안내 테이블은 여럿인데 사람은 없다.
저쪽으로 가 표를 사라기에 무조건 카드를 낸다.
(나중에 보니 15,000원이 결재되었다.)
초록 불빛이 돌아가는 검은 통로 끝에 작가의 평론이 붙어 있다.
냉소적 사실주의니 차이나 아방가르드 문화대혁명 등의 문장을 대충 본다.
모두 웃는 얼굴이다.
웃음은 행복한 표정아닌가? 아니다. 어쩐지 괴기스럽고 유아스럽고
분홍색이 욕망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큰 그림, 서 있는 조각, 영상 화면, 도자 등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몇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대충 근대 중국의 야만과 무자기성을
나타낸 듯하다. 내가 느끼는 현대미술은 이 정도다.
영대는 뭐라고 말할까? 그가 옆에 있어 도움을 받거나
QR로 해설해 주는 음성이나 들으면 도움이 될 텐데
바보와 전화하기로 약속한 12시 무렵이 다가오자 휙 돌아다닌다.
(입구에 붙은 윤재갑 평론가의 글을 텍스트를 바꿔 저장했다.
아침 라디오에서는 미국과 나토 등이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냉전이 도래했고
한국의 굥이 나토 회의에 참석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대성초교 앞이라고 전화를 받고 부지런히 시원한 금남지하상가를 지나
더운 거리를 지나 광주극장으로 땀 흘리며 걸어가니 바보가 왜 이리 늦느냐고 한다.
보광옥에서 7,000원 짜리 김치찌개를 먹고 '그대가 조국'영화를 본다.
바보는 가끔 눈물을 훔친다.
난 나쁜 검사놈과 판사놈, 그리고 대학 총장 놈들의 위선과 폭력 기만을 보며
맘껏 욕이라도 해야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권력을 가진 놈들 참 양심도 없다.
그런 놈들을 대표하는 놈을 뽑아 놓은 사람들이 내 옆의
놈들, 잘 나고 돈많은 이들이 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이라니 어이가 없고 화만 난다.
난 전라도 먼 변방의 소심한 촌놈이다.
장성 황룡강에 꽃을 보러 가자 나섰다가 꽃은 못 보고 기름값이 조금 싼 듯해
기름만 넣고 다시 광주로 돌아와 이 마트에 간다.
주차장부터 매장까지 사람에 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