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섰다. 부산의 백양산을 등산하고, 하산해서 모임에 참석키로 하였다.
백양산 애진봉 철쭉이 만개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동생을 만났고, 함께 걷다가 동창을 만났다. 참 인연이 많은 날이다.
[애진봉에서]
옮겨탄 버스를 내려 걷자 산입구를 막아선 이팝나무꽃, 흠없는 순수함의 하얀 자태가 싱그롭다.
30년전 직장시절 그것들을 심었거니, 희망을 꿈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들어선 산 숲, 사람이 적어 한적하다.
넘치며 혼란스런 세태엔 살아가며 한적함도 때론 좋았다.
편백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이름 모른 잡나무들...숲은 동료를 시기하지 않는다.
이웃을 배려하며 가지를 뻗고, 생명줄 햇살을 나누어 받는다.
친구들과 회합에 나선 길, 인적없는 바위에 앉아 먼산위 흘러가는 구름보며 맘 위로받는 아이러니란...
사람사는 세상, 서로 어울려 손잡고 등두드려주며 살아 가는 것, 그러나 정작 나 외로울땐 고요한 숲이 더 위안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활짝핀 꽃, 벌나비 대신하여 섞여든 여인네들의 자태가 아름답다.
어느 것이 꽃이고, 어느 쪽이 인간인가? 빠져들면 만홍의 불화산이다.
우연히 여동생을 만났고, 다가 온 친구와 회합했다.
어울림에 세월은 흐르는 것, 만남은 추억을 남기고, 그리움은 추억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