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기념 논문집'

[이남주]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SSCI 리스트에 등재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세계적인 연구논문을 저술했다고 평가해준다. SSCI는 Social Science Citation Index의 약자이므로 직역한다면 ‘사회과학분야인용지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냥 ‘국제저명학술지목록’이라고 해도 좋다.

어떠한 학술지에 이미 게재된 논문에 대해 다른 후속논문에서 얼마나 인용하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부터 논문의 우수성, 나아가 그 논문을 게재하고 있는 학술지의 수준을 평가하는 지수가 바로 SSCI 이다. 우수한 논문은 후속 연구에서 인용하게 되고 (인용처를 밝히지 않고 내용을 사용하면 표절), 별로 주목할 내용이 없는 논문은 아무도 인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도 읽어주지 않거나, 그 내용을 동료 학자들이 전혀 인용하지 않는 논문(혹은 학술지나 책자)이 있다면 안타깝지만 garbage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교수들이 정년퇴임할 때 (어떤 경우는 환갑에) 동료와 제자들이 ‘....기념논집’이라는 것을 만들어 모임을 갖고 이를 증정하는 행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은 덕담이고, 그리고 다양한 잡 글 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나는 단 한 번도 기념논집에 게재된 ‘논문’이 학술연구에 인용된 것을 본 일이 없다. 미사여구가 가득한 덕담에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아본 일도 없다.

오히려 그동안 주위에서 종종 보아 온 것은, 논문집 진행이 더디고 행사비 모금이 잘 안 된다는 다그침을 직접 교수로부터 받고서 툴툴대는 제자,  아무 거라도 써내고 행사비(출판비...)도 빨리 보내라고 독촉하는 ‘존경하는 퇴임교수’의 제자들 모습이었다.  (‘나는 제자들이 그런 논문집을 준비하는지 정말 몰랐다’고 대부분 이야기함.)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집이라도 그런 것을 증정 받아야 명예로운 퇴임이라고 생각하거나, 서운하지 않게 생각하는 관습이 있으면 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다.

나는 몇 년 전 제자들에게 환갑이든 퇴임이든 어떤 명분으로도 우리의 노력과 자원을 낭비하는 소위 기념논문집은 만들 생각도 하지 말라고 단단히 말해 두었다. 솔직히 그동안 받아왔거나 구매한 (행사장 입장료) 기념논문집은 책장에는 한 권도 없다.  뭐 굳이 수필집이건 회고집을 내고 싶으면 자비로 하면 될일이다.

[Steve Kim]

선구자적 생각이십니다..실사구시 라던가..논문집 대신 기념 사진집 내시면 어떨까요.. 서강대학 입학때 부터 모아둔 사진..펴내면 볼사람..인용할 사람 많을 껍네다..

[김영원]

스데반 공이 그동안 쓴 글을 다 모으면 논문집 몇배 분량이 될껍니다. 담 한국에 가실때 기념으로 증정합시다.

[영국신사]

한국병 중의 하나가 허장성세. 참으로 건강한 생각입니다.

[이종웅]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