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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시댁에 갔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답니다. 집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있지만 조카 손녀딸이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게되어서 그동안 길러오던 고양이를 맡아줄 사람을 못찾아 애타하기에 우리가 데려왔답니다. 이름은 밍밍이.
설날 오후에 청도를 출발해서 마산을 거쳐 강진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배 출발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신지도 명사십리 바닷가에 갔답니다. 밍밍이는 아마 태어나서 바다를 처음 보았을거예요. 백사장에 내려놓았더니 발이 딱 붙어버린 듯 꼼짝을 않고 있었답니다. " 와~~~물 많다~~~야옹~~~(덜덜덜->떨고있는 밍밍이)"
"밍밍아, 있잖아, 이제 조금있다가 이번에는 배를 탈건데 배타고 저 바다를 건너 우리 집에 갈거야. 그런데 우리 집에 가면 친구가 있단다. 이름은 아롱이라고 해. 사이좋게 지내야된다~~" "넵! 야옹~~~"
그렇게 해서 산 넘고 물 건너 우리 집에 온 밍밍이.
도둑고양이 혈통인 시골 고양이 아롱이와 터키시 앙고라 혈통인 서울 고양이 밍밍이.
혈통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살아온 방식이 다른 두 녀석. 한 집에서 아직은 서로 다른 생활방식으로 삽니다. 아롱이는 된장에 비빈 밥을 먹고 밍밍이는 사료만 먹습니다. 밍밍이가 맛나게 먹는 고소한 사료를 아롱이는 거덜떠 보지도 않습니다. 밍밍이도 마찬가지지요.
먹는 것만 다른 것이 아니라 화장실도 다르답니다. 밍밍이는 펠렛사료처럼 생긴 동글동글한 것들을 채워놓은 곳에 아롱이는 강가에서 퍼온 모래상자에 볼일을 본답니다. 두 종류의 화장실이 나란히 있어도 각자 제 것만 사용하는 걸 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애초에 어떻게 길들이나에 따라 사는 모습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답니다.
하지만 전 주인이 물려준 것을 다 쓰고 나면 아무리 서울 고양이인들 이제는 생활방식을 바꾸어야겠지요? 시골버전으로~~~~ |
된장에 비빈 밥에다 모래 화장실로요^^
이건 시골 고양이 아롱이의 어릴 적 모습이랍니다.
우리집 천정에서 해산을 한 도둑고양이에게 분양(?)받았답니다.
첫댓글 아, 고향 다녀오셨군요 저 우아하고 단정한 모습..너무 귀여워요 페르시안 고양이라나 묘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녀석을 본적이 있는데 시골 도둑고양이만 보다가 좀 질리더군요 밍밍이는 정감이 가는데 어찌 적응하고 살지 좀 걱정도 되네요 흥미진진한데 가끔 정황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