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매상은 빵이면서도 그런 자리는 절대 빠지지 않는 저이기에.. .빌딩주와 한자리를 하고 갈비가 한상 차려져 나왔죠... 우아한 백조로 매일을 살 때보다.. 오히려 더 궁핍하게 살고 있는 저로선, 정신이 혼미해졌나봅니다...
빌딩주가 말하더군요..'00씨, 고기는 잘 굽겠는걸"
"고기만 잘 굽겠어요? 먹기도 잘하지.." 그 단하마디..
이후로 그날 회식때,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빨이 부실한관계로 대화와 씹기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낼수 있는 능력이 쇠퇴해져서.. 침묵과 고기타는 연기와 거무튁튁한 콜라와 ...몽롱한 밤...저에겐 담배연기보다 삼결살 익는 연기가 더 멋진 걸 어떠카나요..
고기가 다 떨어지고... 밥드실분계세요? 하고 빌딩주가 묻자.. 저는 서스름없이. '비빔냉면'하고 말했쬬.
사람들이.. "아니,00씨! 있었어? 왜 그러케 조용했어?" 놀래며 묻더군요.
"나.. 원래.. 밥상에선, 특히 고기앞에선 내성적이 되곤 하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식당아줌마가 말하더군요.. "언니, 냉면이 지금 준비가 안된다는데요..."
사람들이 약간 혼란스러워하며, 설마 공기밥을 주문하진 않겠지? 이런 눈빛으로 저를 주시하는 순간, 그럼. 밥이라도 줘!하는 말이 튕겨져 나가버렸지 뭡니까.. 순식간에...
쁘띠님.. 칼국수만 드셨나요? 솔직히 말씀해보셔여. 보쌈도 드셨죠? 유치하다구요? 사람들이 비웃을거라구요? 아니예요.. 전 괴기가 좋은걸요~
: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아침에 땅이 젖어있었고 아침 미팅 시간에 점심때 칼국수나 한 그릇씩 하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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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이 더부룩한 관계로 내심 반기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자리에 가게 되었습니다. 어제 가진 동창회 이야기를 어떤 분이 꺼냈고 자연스럽게 경주 교동의 최부자집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경주 법주로 알려진, 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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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천마총과 대릉원을 지나 계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들면 지금도 최부자집 고택이 남아있습니다. 이 가계는 예로부터 3대를 잇기 어렵다는 만석지기 살림을 12대(?/ 정확하진 않습니다. 자료를 들춰보아야 겠지만...)에 이르도록 지켜왔습니다. 400년 가까이나 이 가계를 지켜온 최부자집에는 가문의 유언으로 내려오는 계율 또는 원칙이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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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만석 이상의 재물은 탐욕이므로 남을 위해 베풀어라.
: 둘째, 벼슬은 진사 이상 하지 말라. 멸문을 당할 수 있다.
: 셋째, 남의 괴로움을 딛고 치부를 하지 말라.
: 하는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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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문의 부가 허망히 흩어지지 않도록한 삶의 지혜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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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오 히로부미가 일제시대에 70명의 부하를 이끌고 경주남산에 갔다가 점심을 먹을 곳을 찾다가 최부자집으로 연락했는데 최부자집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점심을 차려내고 집을 떠날 때는 비가 내려 우산까지 70개 준비하여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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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외에도 지혜로운 최부자집에 얽힌 재미난 일화들이 소개되었고, 고향이 나주인 분이 있어 나주평야 이야기를 하다가 태조 왕건이 이름 지은 대구의 안심, 무태, 반야월, 은적사 등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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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키지 않은 발걸음이었는데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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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마린님이 정팅 제언을 해주신지 오래이고, 선경님이 정모를 종용하고 있으며, 메일로 저를 소개해 달라는 분도 계신데 이런 저런 핑계로 하루이틀 둘러대는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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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로즈마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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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팅은 로즈마린의 주도로 하면 운영자도 따르는 방향으로 했으면 하는데 어떠신지요? 의견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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