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동국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로 등단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단재문학상, 공초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 시집[농무],[새재],[달넘세],[남한강],[가난한 사랑의 노래],[길]등 산문집 [민요기행 1·2],[강따라 아리랑 찾아],[시인을 찾아서]등
갈대 / 조은길
천 년 동안 천 번을 까무러쳤다. 깨어난 꼬리 천 개 달린 여우다 흰 날개 긴 목 학이 되고 싶어 이미 천 년 전에 호숫가에 눌러앉은 흰 꼬리 푸른 꼬리 여우들 학이 호수에 박힌 보석처럼 고요히 날개를 접어 목을 세우면 여우들은 온몸을 꼿꼿이 모아 세우고 숨을 죽이다가 번쩍 흰 날개를 펼쳐 하늘 속으로 솟구쳐 날아가면 둑이 무너질 듯 일제히 꼬리를 펼쳐 흔들며 학을 시늉한다 하지만 그건 향기로운 꽃송이도 꿀 흐르는 열매 하나도 가져보지 못한 불운한 생을 극복하기 위한 한갓 몸부림 같은 것 가을 지나자 몰골이 몹시 창백하고 메마르다 서릿바람에도 푸석푸석 온몸이 흔들린다 까마득하여라 곧 세찬 눈보라가 무덤처럼 밀려와 너를 파묻고 말 것이다 하지만 다시 봄이 오면 천 한 개째의 푸른 꼬리 하나가 네 몸을 뚫고 솟아오르려니.
1955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하였으며 , 방송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3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노을이 흐르는 강』
갈대 / 이정록
겨울 강, 그 두꺼운
얼음종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저 마른 붓은 일획이 없다
발목까지 강줄기를 끌어올린 다음에라야
붓을 꺾지마는, 초록 위에 어찌 초록을 덧대랴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일획도 없이
강물을 찍고 있을 것이지마는,
오죽하면 붓대 사이로 새가 날고
바람이 둥지를 틀겠는가마는, 무릇
문장은 마른 붓 같아야 한다고
그 누가 一筆도 없이 揮之하는가
서걱서걱, 얼음종이 밑에 손을 넣고
물고기비늘에 먹을 갈고 있는가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 한문교육과를 졸업했다.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혈거시대'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시집으로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풋사과의 주름살』『의자』등
갈대 / 강해림
얼굴 가득 경련을 일으키며, 파문이 일 때마다 잡풀더 미 움켜쥔 江心을 읽으며 오래토록 서 있었습니다 세상 은 왜 저 산과 바다 경계를 세우고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만 가라 강요하는지 단 한 번도 스스로 중심잡 지 못한 허리춤 사이 서걱거리며 모래알이 빠져나갑니다
이름지울 수 없는 서러운 세상 꿈꾸다 버림받은 영혼 의 척박한 땅, 마음은 언제나 추락지점 모르는 수십 미 터 상공까지 날아오르고 싶었습니다 어느새 어둠이 킬킬대며 무릴 지어 내려와 내 영혼의 발등에 입맞춤합니다 빛과 어둠이 서로 몸을 섞고 탐한 들 어찌 흉내나 내겠습니까 어둠 속 더듬거리며 뻗어가 던 나의 뿌리가 너덜거릴수록 비로소 인간의 울음을 흉 내 낼 수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바람결에 소식 한 장 보냅니다 휘휘 빠져나가는 휘파 람 소리 하나로 세상은 온전한 슬픔에 젖고 기억 속에서 만일 내 불온한 뿌리가 닿을 어둠이 없었다면 어찌 이 팍팍한 생 건널 수나 있었겠습니까 잠 없는 것들 서로의 체 온만으로도 따뜻한 밤입니다 서러운 출생을 꿈꾸며 마음은 다시금 고단한 뿌리를 내 리고 떠나지 못한 새들 위하여 비워둔 가슴, 누군가 또 아프게 둥지를 트나 봅니다
한양대학교 국문과 수료 1991년 민족과 문학, 현대시 등단 대구일보 시 당선 시집으로 <구름사원> 등
갈대 / 고영민
어머니가 개밥을 들고 나오면 마당의 개들이 일제히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살랑살랑살랑
고개를 처박고 텁텁텁, 다투어 밥을 먹는 짐승의 소리가 마른 뿌리 쪽에서 들렸다 빈 그릇을 핥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마른 들판 한가운데 서서 얼마나 허기졌다는 것인가, 나는
저 한가득 피어있는 흰 꼬리들은 뚝뚝, 침을 흘리며 무에 반가워 아무 든 것 없는 나에게 꼬리를 흔드는가 앞가슴을 떠밀며, 펄쩍 달려드는가
1968년 충남 서산출생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악어> <공손한 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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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 고영민
어머니가 개밥을 들고 나오면 마당의 개들이 일제히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살랑살랑살랑
고개를 처박고 텁텁텁, 다투어 밥을 먹는 짐승의 소리가 마른 뿌리 쪽에서 들렸다 빈 그릇을 핥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마른 들판 한가운데 서서 얼마나 허기졌다는 것인가, 나는
저 한가득 피어있는 흰 꼬리들은 뚝뚝, 침을 흘리며 무에 반가워 아무 든 것 없는 나에게 꼬리를 흔드는가 앞가슴을 떠밀며, 펄쩍 달려드는가
1968년 충남 서산출생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악어> <공손한 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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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임에 대하여 / 김선우
순천만 겨울 갈대숲 바람 속에 웅성거린다 가녀린 몸집의 도요새떼 갈대숲 가장자리 차가운 진펄에 내려서서 바람의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뼝대처럼 펼쳐진 북풍의 정면, 사소한 신음 한 줄기 새나오지 않는 민물도요 고요한 얼굴들 조그만 한 뼘 키에 三生을 눌러 앉힌 면벽 나한들 같다
바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 오래 기다려온 立禪의 새떼 마침내 날아오른다 모든 각도에서 낱낱이 다르게 반짝이는 정면을 기억하는 측면의 날갯짓들, 순천만 한 허공이 갈꽃무리처럼 반짝인다
저마다 다른 음역으로 바람을 허밍 하는 갈대의 꿈을 부리에 물고 모두 다 다르게 읽은 바람의 마음속으로 비상!
1970 강원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겨울호에 「대관령 옛길」등 10여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함. 현재 '시힘' 동인.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동화집 : 『바리공주』 산문집 : 『물밑에 달이 열릴 때』
갈대는 배후가 없다 / 임영조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禪門에 들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성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老後여!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 뿐 배후가 없다, 다만 끼리끼리 시린 몸을 기댄 채 집단으로 항거하다 따로따로 흩어질 反骨의 同志가 있을 뿐 갈대는 갈 데도 없다
그리하여 이 가을 볕으로 바람으로 피를 말린다 몸을 말린다 홀가분한 존재의 탈속을 위해.
1943년 충청남도 보령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1 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 지냄. 시집: "바람이 남김 은어", "그림자를 지우며", "갈대는 배후가 없다".등
갈대 등본 /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謀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서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등
갈대 /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 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에 햇살이 빛나기 때문이다
1950.1.3 대구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로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에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등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등을 내었으며, 산문집 『위안』『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기차 이야기』 『비목어』,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집『바다로 날아간 까치』 『슬픈 에밀레종』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물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등을 내었습니다.
겨울 갈대 / 윤성택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물결은 음파처럼 밀려와 촘촘히 조각을 덧붙이고 있었다 갈대는 마이크처럼 바람을 잡고 뿌리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물밑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놀란 새들이 음표처럼 날아올라 수평선에 걸렸다 그 순간이 들려주는 연주곡은 코끝이 시렸다, 이별은 떠나온 것이 아니라 두고 온 것일 뿐이라고 노랫말을 붙이고 싶었다 조금 더 잦아지는 물결은 시린 저녁놀을 강 끝으로 옮겨놓는다 생각이 지류를 따라 부질없이 밀려갔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제목도 알 수 없고 구절만 떠오르는 쓸쓸한 곡이었다 공기방울이 얼음 밑으로 흘러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뿌리의 노래라고 믿었다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리트머스>
갈대를 위하여 / 강은교
아마 네가 흔들리는 건 하늘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키 큰 바람이 저 쪽에서 걸어올 때 있는 힘 다해 흔들리는 너
연분홍 살껍질을 터뜨린 사랑 하나 주홍빛 손을 내밀고 뛰어오는 구나
흔들리면서 그러나 결코 쓰러지지는 않으면서
흔들리면서 그러나 결코 끝나지는 않으면서
아, 가장 아름다운 수풀을 살 밑, 피 밑으로 들고 오는 너
아마 네가 흔들리는 건 흔들리며 출렁이는 건 지금 마악 사랑이 분홍빛 손을 내밀었기 때문일 것이다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연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졸 1968년 9월 ≪사상계(思想界)≫로 등단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 『빈자 일기』 『소리집』『붉은 강 』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초록 거미의 사랑』등 다수
갈대 / 나호열 힘을 주면 부러지기 쉽고 너무 힘을 빼면 영영 쓰러져 버린다 광막한 도회지의 한복판에서 다만 흔들리고 있을 뿐인 늪 속에 발목을 묻은 사람들이여!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6년 『월간문학』신인상 수상 1991년 『시와시학』중견시인상 수상 2004년 녹색 시인상 수상 미래시, 울림시, 강남시, 시우주문학회 동인으로 활동 독도사랑협의회 한국본부 회장 www.imoonhak.com 『인터넷 문학신문』발행인 저서로 『담쟁이 넝쿨은 무엇을 향하는가』 『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망각은 하얗다』 『아무도 부르지않는 노래』,『칼과 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낙타에 관한 질문』등 다수
갈대 / 박정원
갈대밭에 앉아 그대를 생각한다 말 못하는 갈대 옆에 앉아 그대를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강물이 흐르는지 어찌하여 찬 별빛으로 송곳처럼 찌르는지 바람 부는 갈대밭에 앉아 고개를 묻는다 세워둔 나룻배를 슬쩍 한번 밀어본다 여윈 낮달을 강물 위에 띄운다 건너지 못한 새들은 슬피 우는데 흐르던 강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을 때 스스럼없던 별빛이 강물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나는 갈대밭에 앉아 속 빈 사내를 생각한다 갈대밭에 앉아 그것도 사랑이라 했느냐고 생각한다 갈 데라고는 아무 곳도 없는 바람으로 남아 갈대밭에 앉아 그대를 생각한다 갈 데라고는 아무 곳도 없는 그대를 생각한다
충남 금산 출생 詩文學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문학회, 현대시인협회, 시인정신작가회, 강남시문학회, 송파문학회 회원 시집으로 <세상은 아름답다>, <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 등 다수
갈대꽃 / 차수경
탱탱한 삶의 중력을 불협화음 하나 없이 가르는 갈대꽃 무리를 본다 유랑극단 곡예사처럼 간드러지게 휘는 허리를 타고 초저녁 달빛이 흐른다 갈바람 쉼없이 현을 켜는 밤 새들의 무리가 사정거리 안에 깰 줄 모르고 잠들어 있다 가을의 끝 자락에 피워 낸 가난도 아름다운 꽃! 한적한 강 구석에 군락을 이룬 저 빛나는 자유
충남 서산 출생 명지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창조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창조문학가협회 회원 시산맥 회원 및 사계문학 동인 시집 <갈대꽃 연가> 등 | |
갈대 숲에서 / 김기홍
작은 새의 날갯짓에도 갈대는 흔들린다.
하나의 뿌리에 한 줄기로 서지 못하는 습성으로 흔들리는 하나는 또 하나를 흔들고
흔들리지 않으려 몸살하는 갈대는 더 많은 숲을 흔들어 더 깊은 수렁에 잠긴다.
숲의 중심 마저 흔들려 깨침도 안정할 수 없는가 미미한 바람 소리에도 몸을 뒤척이는 갈대여
이다지 중심이 흔들리는 것은 변방의 아주 작은 사사로움에서 시작되었다.
1957년 전남 순천 출생 중학교 졸업 후 각지 노동판 전전 1970년대 후반 "사계문학" 동인활동 시작 1984년 KBS 일하는 사람들의 백일장 장원 1984년 실천문학 5권 "드디어 민중의 바다로"에 "강선을 풀며" 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농협중앙회 주최 제1회 농민문학상 수상 1986년 "해방시"동인 시집 출간 시집 <공친 날>, <슬픈 희망> 등
갈대 숲에서 / 복효근
이것은 모지러진 가슴마다 부서지는 이성의 방언들을 하늘로 하늘로 흩어날리는 오랜 그리움의 상형문자다
이렇게 뼈마디 무너지도록 흔들려야 하는 것은 한 오라기 실핏줄까지 흔들어야 하는 것은 뜨건 곳에 뿌리박은 그 까닭으로
두드려도 두드려도 닫혀진 사람의 마을엔 사랑만 꽃잎지고 모로 돌아선 목숨들의 모질은 풍경을 위하여 죽도록 살고 싶은 날들을 가슴께엔 칼잎을 감추고
하얗게 목이 쉰 발음기호 꽃잎으로 흩뿌리며 목이 기-인 그 까닭으로 또 누군가를 불러야 한다 조난신호처럼 이렇게 흔들어야 하는 것이다
1962년 전북 남원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마늘촛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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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갈대에 푹 빠져 봤습니다. 아름다운 시 감상 잘하고 갑니다.
좋은 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