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산(珷織山 590m)은 회문산(830)과 어깨가 맞닿아 있지만 산 깨나 다녔다는 사람도 잘 모르는 곳이다.
지도에도 이름도 없이 등고선만 있지만 언제부턴가 생명을 불어넣어 무직산이라는 엄연한 이름을 얻었다.
무직산의 무(珷)자는 ‘옥돌’을 말하며, 직(織)자는 ‘짜다’는 뜻이니 ‘옥돌로 짜여진 산’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만 헤아려 보아도 산의 이미지를 대강 그려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임을 알 수 있다.
그랬다.
무직산은 정말 이쁜 산이었다.
‘순창문화대전’ 자료실에는 ‘무직장군’이 주둔했다고 하여 ‘무직산’이라는 설이 있고, 회문산과 관련된 자료에서 ‘무직산’이란 이름이 나온다.
회문산 주변의 산들은 증산교 교주 강증산이 말하는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오선위기(五仙圍基) 형상으로, 회문산 정상(회문봉)은 주인이며,
서쪽 신선봉(장군봉)과 남쪽 무직산은 바둑을 두고, 동쪽 성미산과 서쪽 여분산은 훈수를 하는 형상이란다.
최고의 포인트는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다.
태극 모양으로 물길이 휘돌아 감기는 모습은 다른 한반도 닮은 지형과 다를 바 없다.
일부 마을주민들은 발기한 남근으로 본다.
지형의 끄트머리에 있는 움푹 팬 호정소(湖瀞沼)를 음(陰)으로 본다면 서로 마주보고 있어 음양(陰陽)의 형상이라고도 한다.
이름처럼 옥돌로 짜여진 무직산은 옥새바위, 스핑크스바위 등 암릉들의 구성이 좋고, 도드라진 곳에선 어김없이 전망이 펼쳐진다.
함박산과 여분산,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속칭 빨치산 능선과 주능선에 오를수록 무이지맥과 호남정맥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산불감시초소에선 회문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서쪽으로 추월산, 광덕산까지 막힘이 없다.
산 아래 구림천변으로 휘도는 S라인 물굽이는 평화롭기 그지없어 뵌다.
그러다 숲속에만 들어가면 솔갈비 융탄자가 깔림 폭신한 산길이 유순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거기다 산 아래쪽 강변 따라 회귀하는 3km ‘호정소 수변산책로’는 모처럼 여유롭고 느긋한 발걸음을 갖게 한다.
5m 높이의 바위는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닮았고, 다음에 만나는 애미와 새끼 개를 닮은 바위를 모자견 바위라 명명했지만 차라리 원숭이를 닮았다.
10분 후면 만나는 암릉지대는 무직산의 하이라이트로 S라인처럼 굽이치는 강물을 바라볼 수 있어 스릴도 있고 좌우 조망도 좋다.
세상사 다 부질없다는 도통한 선각자들의 선문답을 떠올리게 한다.
수변 산책로에선 한가로히 풀을 뜯는 흑염소가 뻘쭘하게 산객을 바라보고, 강물에선 다슬기를 잡는 사람이 보인다.
'공룡발자국'을 찾아 너럭바위로 들어가 보았지만 헤매기만 했을 뿐 찾을 길 없었고, 데크 입구 안내도 부근에 있다고 하였지만 확인이 안된다.
무슨 학술조사 하자는 건 아니지만 수 억 년 전의 흔적이니만큼 고성이나 청송처럼 느낌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안내도를 여러번 확인해 보면서 무책임한 순창군의 문화관광 책임자에게 육두문자를 내뱉으면서 분풀이만 했으니...
지금이라도 정확한 위치에 표식을 해주든지, 아니면 안내도에서 아예 지워버리든지 해야만 한다.
금평교~옥새바위~한반도지형전망대~산불감시초소~무직산~전망대~스핑크스바위~암릉지대~밀양박씨묘~밀양박씨세장산비~호정소~금평교(약7km, 4시간 10분)
산행궤적 1
산해궤적 2
<월간 산>
약 7km를 씻는 시간 포함됐으니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네비에 금평교(구림면)를 입력하니 순창IC에서 내렸다. 우리 버스는 쌍치면 금평교로 잘못 입력되는 바람에 차량알바를 한 셈.
금평교 입구에 세워진 이정표. 금천리 금평(錦坪)마을은 평평한 비단마을이란 뜻.
금평교는 구림천에 놓여진 다리. 계류는 우에서 좌로 흘러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금평교를 건너자마자 안내도가 있는 우측으로 꺾어 낮은 산자락이 내려온 곳까지 간다..
안내도
구림천을 우측 겨드랑이에 끼고 200여m 진행하다...
'ㅓ'자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꺾어...
'호정소등산로' 방향으로 걷는다.
이정표에 '무직산등산로'라고 표시되어야만 했을 것.
150여m 진행하자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자락으로 붙는 목교가 놓여있다.
'며느리밥풀꽃'이다.
시어머니에게 구박 받던 며느리가 솥뚜껑을 열고 밥이 익었는지 밥풀을 입에 물어 보았다가 어른보다 먼저 먹는다고 시어머니에게 두들겨 맞아 죽었다.
며느리를 묻은 솔밭에서 붉은 입술의 꽃닢에 하얀 밥알을 물고 피어난 꽃이 '며느리밥풀꽃'이다.
굳이 목교가 필요없지만 산길 안내를 위해서 놓여진 듯.
한 번 더 우로 꺾어...
묵묘를 지나자...
뒤돌아보니 북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불끈 도드라진 봉우리는 회문산 서쪽의 장군봉(780).
우람한 바위가 옥새바윈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고...
올라서니 천혜의 조망처로 아까 본 장군봉과 우측엔 회문산. 최고봉인 회문산이 장군봉을 짚은 뒤 분별을 한다.
날머리 부채바위와 그 뒤로 멀리 필봉산(?)
조망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고개 내민 회문산은 쌍봉으로 보인다.
우람한 바위(옥새바위)를 만나면 우측으로 우회해야만 했지만 좌측으로 난 발자국을 좇아 바위 밑둥을 따랐더니...
깎아지른 거대한 바위를 좌측으로 에두르게 되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우회하여 돌아본 옥새바위.
옥새바위를 우회하고 나면 헌출한 말등바위에 올라선다. 그곳에서 사방팔방 펼쳐지는 조망을 중앙에서...
호남정맥이 지나는 우로 천천히 스캔하다...
다시 좌측으로 시선을 돌린다. 남쪽 무이지맥(?)과 강천산 방향.
말등바위에서 진행 방향으로나즈막한 봉우리는 412.8m봉. .
412.8m봉은 아무런 특색이 없이 잡목에 둘러싸여 있다.
이후 데크계단이 놓여져 있어...
중간중간 시야기 열린다.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데크계단을 오르면...
아까 지나온 옥새바위는 아기 코끼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왁자한 데크 전망대는 한반도지형 전망대. 바쁠 이유가 없으니 실로 느긋한 밥상을 차린다.
우선 식사 중인 일행들 옆으로 비켜서 초록색 가운을 걸쳐입은 한반도지형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반도는 북간도를 지나 만주벌판을 줄곧 해달리고 있다.
지나온 옥새바위는...
흡사 아기 코끼리의 모습.
가지처럼 길쭉하게, 혹은 황소 불알처럼 축 늘어진 돌출부위는 구림천을 휘감아 돌게 한다.
한반도의 잘록한 원산만에다 운하를 만든다면 어떨까? 그러면 북간도로 뻗어나가는 한반도의 기상이 끊길 것이고, 또다른 남북분단이 될 것.
식사를 한 후 돌출된 전망바위에서 돌아보는 옥새바위.
방향을 놓쳤지만 아마 율북리(밤디)인 듯. 들판엔 벌써 노릇노릇 벼이삭이 익어간다.
'나한'님 한 폼.
뒷태에서 한반도의 산하를 쫓아다닌 커리어가 묻어난다.
산불초소에선 고사목에다 생명을 불어넣은 사슴뿔처럼 생긴 공예품이 있다.
암릉을 삐돌아...
전망바위에서...
장군봉과 여분산 빨치산 능선인가? 회문산은 빨치산의 전라도 거점이었고, 활동무대였다.
암릉을 휘돌아...
'등네미' 님이 무직산 표지판 앞에서 인증을 남긴다.
정상부위는 아주 좁은 공간.
무직산에서 인증샷을 하는 이 회장.
각도를 달리한 지점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과 옥새바위.
회문산과 장군봉. 장군봉에서 좌측 사실재로 내려서는 729번 도로가 보이고, 이 능선은 다시 좌측으로 라희봉고지(542.5)로 향한다.
지형도에 보이는 스핑크스바위는 이렇게 보니 이목구비가 선명한 네모난 큰바위얼굴로 보인다.
에미개와 새끼개의 형상으로 모자견(母子犬) 바위라 불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차라리 하늘을 올려다 보는 원숭이를 닮았다.
우측 열린 공간으로...
회문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은 무직산의 하이라이트인 암릉지대.
전망대가 따로없이 어디라도 머무는 곳이 전망대.
기차바위라 명명하자.
270도가 훤히 뚫린 전망대에서...
건너 좌측으로 회문산을 올려다 본다.
우측 마을은 안시내마을로 회문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입구. 마을 뒤 두루뭉실한 봉우리는 깃대봉(774.9m)과 천마봉.
◇ 회문산 산행기 ☞ http://cafe.daum.net/phanmaum/FXy6/447
기차바위라 부르지만 그건 '서래야' 버전.
암릉지대가 제법 길게 이어져 있어...
편의상 부르는 이름일 뿐.
다시 올라선 전망바위에서 건너 지나온 궤적을 살펴본다.
아깐 아기코끼리를 닮았었지만 이젠 흡사 강아지 머리를 닮았다.
물돌이 한반도지형은 아스팔트도로로 인하여 이미 맥이 끊어져 있고,
날머리 부채바위 우측으로 오르는 도로에 관광버스가 줄지어 대있어...
살짝 당겨보니 작은 주차장에 어림잡아 여섯 대의 버스. 버스가 대있는 주차장의 우측으로 만일사(萬日寺)가 있으니 기도하러온 불도들일까?
만일사는 금평교에 있는 이정표에 3.0km로 안내되어 있는 곳.
만일사는 백제 때 창건된 사찰로 이성계의 조선개국과 관련 무학대사가 만일동안 기도를 하였다고 생긴 이름.
날머리인 산아래 구림천 건너 암릉으로 이루어진 작은 산자락을 마주한다. 우측 도드라진 바위가 안내도에 '부채바위'로 나와있다.
무직산이 수변산책로를 제외하면 4km가 조금 넘는 짧은 산행이라 저 산자락을 포함시켜 금평교로 원점회귀할 궁리를 하였다가 등로가 불확실하여 접었었다.
부채바위 뒷편 잘록한 안부를 들머리로 올라 무직산을 건너 보고 싶었던 것.
남원 진씨묘를 지나고...
<남원 진씨 비석>
다시 잘 관리되고 있는 밀양 박씨 가족묘를 지나면...
<비석>
옥새바위의 얼굴은 커다란 강아지 얼굴로 변한다.
농로에 닿으면 구림천 건너 부채바위가 펼쳐진다.
산행 전 계획을 짜면서 고민을 했던 부채바위 뒷편 잘록한 안부가 들머리를 잡으러 했던 곳.
초입엔 칡넝쿨이 엉켜있어 불가하게 보이지만 안부에 접근하는 코스를 유심히 살펴보면 숲사이로 흔적이 있어 보인다.
잠수교를 지나고...
구림천을 우측 겨드랑이에 끼고 걸으면 이정표에는 공룡발자국이 0.8km라 안내되어 있다.
냇가에는 다슬기를 잡는 평화스런 모습도 보이고...
누렇게 익어가는 벼논 너머로 보이는 옥새바위는 이제 별 특색없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밀양박씨세장산비'를 지나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을 만나 우측 계곡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내도와 이정표의 공룡발자국 지점이 이쯤 될 것이기 때문.
지질학적으로 공룡발자국이 있을 법한 너럭바위를 타고 다녔지만 오리무중이다. 앞서간 사람들이 공룡발자국이 있다고 해서...
공룡발자국을 찾아 타고 넘은 보(洑)를 지나...
데크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
안내도를 살펴본다. 안내도에는 이 지점(현위치)이 공룡발자국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용용죽겠지'이다.
앞서간 사람은 이 안내도를 보고 필자를 불렀던 것.
다시 아까 보가 있는 위치로 되내려 가볼까 하였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오만 육두문자만 궁시렁궁시렁하다가...
호정소(湖瀞沼)를 지난다. 전설에는 이무기가 살고있어 비린 것을 먹고 지나가면 해코지한다고 한다.
한반도의 남단으로 남해나 여수쯤 되겠다.
목포를 돌아...
변산반도쯤에서 만나는 징검다리에서 홀라당 벗고 뛰어든 일행들.
우선 징검다리 옆 바위에 올랐다가 필자도 벗어 제끼고 뛰어들었다. 구림천이 맑지 않을 것으로 짐작하였지만 그건 잘못된 판단이였다.
요번에 내린 가을비 때문이었을까, 올 여름 들어서 제일 좋은 조건이었다.
산책로 옆으로 특이한 지붕바위를 지나고...
하얗게 무리를 지은 꽃은...
정구지, 아니 부추꽃이다. 서울 경기는 부추, 서부경남은 소풀, 부산 표준말은 정구지다. 야생화 박사 '한덤'님은 몰라. 부추는 야생화가 아니니까 ㅋ.
원점회귀한 금평교. 뒷풀이를 이곳에서 한다면 비포장이라 흙을 밟고 차로 올라오니 바닥이 더럽혀질 것.
그래서 아스팔트 포장이 된 다리옆에서 오랫만에 어묵국으로 산행허기를 메운다.
산행후 귀가하면서 먼저 떠난 친구의 장례식에 조문을 갈 예정이다.
-나는 벌써-
삼십 대 초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오십 대가 되면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
사십 대가 되었을 때 나는 기획을 수정하였다.
육십 대가 되면 일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애오라지 먹고 노는 삶에 충실하겠다.
올해 예순이 되었다.
칠십까지 일하고 여생은 꽃이나 뒤적이고 나뭇가지나 희롱하는 바람으로 살아야겠다.
나는 벌써 죽었거나 망해버렸다.
<이 재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