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31. 아트나인.
제작년도 : 2018년, 개봉 2020년
그러니까, 이날은 기록해둘 만하다.
남편이 떠나고 나서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봤다. 상영관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기에 이것이 말로만 듣던 코로나시대의 나홀로 관람인가? 엉엉 울면서 볼 수 있겠군 했더니, 잠시 후 한 명이 들어왔다.
십수 년 동안 언제나 남편과 함께 하던 것들에 대한 욕구는 한순간에 소멸됐다, 여행, 공연, 특히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영화. 나 혼자서는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보고싶다는 생각조차 아예 일어나지 않았다.
12만 점이나 쌓여 있는 통신사 포인트가 너무 아까워서 이날만큼은 기어이 용기를 냈다. 하필 그가 좋아하던 우디 앨런 신작이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작년 봄부터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음악 'Everything happens to me' 를 티모시 살라메가 직접 연주해서 반가웠다.
시트콤과 해프닝으로 전개되다 쓸쓸하게 결말을 맞으려던 차, 낭만 한 스푼. 여전하다. 똑같은 스타일이 게으르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감독의 작품이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삶은 웃기고 엉뚱하며 쓸쓸하게 비슷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낭만의 힘으로 산다.
우리에겐 달걀이 필요하니까.
첫댓글 거의 텅 빈 영화관. 완전 색다른 경험이네. 잘했다 잘했어!
극장에 들어섰을 때 놀라움과는 달리 암전되고 나면 혼자인지 여럿인지 그다지 차이를 못느끼겠더라고. 예상보다 덤덤한 경험이었어.
굿잡 ㅎㅎㅎ
뭘, 이 정도 가지고
맞아요. 영화 갈때는 함께 가지만 결국 영화를 보는 순간은 혼자에요. 그런데 우린 그걸 잊고, 때로는 잊고 싶어하고.
티모시 살라메 노래 들어봐야겠어요.
언니의 커다란 한 걸음, 커다란 박수 보내고 싶어요.
그러네요, 함께 볼 땐 영화 시작할 무렵 팔걸이를 올리고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보다가 어느새 스르륵 풀릴 때도 있어요. 오래 잡고 있으면 때론 갑갑하니까 이제 손 뺄게 하는 의미로 손을 한 번 잡았다 놓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