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권정순
어린 눈사람들의 노래를 보았네 외
어린 눈사람들은 눈사람에서 노래를 하지 노래는 아버지였던 청솔나무 그네를 타네 어머니고 형이었던 털모자와 털장갑이기도 하네 노래는 주먹만하게 뭉쳤다가 돌돌 굴러서 새로 생긴 지구
눈사람 너머에는
북극의 소녀가 울고 있네
곰 인형을 안고
겨울을 찾고 있네
어린 눈사람들은 노래하고 노래는 수북해져서 눈사람 너머로 넘어가네 곰 인형에게도 곧 눈이 내릴까 아버지가 흰 눈 같은 입김을 불어 가오리연을 되살려 주실까 어머니가 고드름 안쪽에서 아침을 꺼내 오실까 형은 노을녘까지 썰매를 또 밀어줄까
푸른 겨울이 아직 어딘가에는 있다고
한 번쯤은 소녀에게 생존을 알려주는 소식같이
눈이 펑펑 쏟아지기를
어린 눈사람들이 눈사람 너머로 노래를 선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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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에게
겨울이 봄처럼 따뜻했어도
그대는 약속 따라 봄에 왔어요
봄 되면 만나자고 했던 우리 약속을
그대 못 지키면 어쩌나
겨우내 속이 탔습니다
봄인 듯이 변해 버린 겨울의 변심에
꽃대가 간지러워서
꽃눈이 창문처럼 열려서
그대 먼저 다녀 가면 어쩌나
안절부절 못하였어요
북풍한설의 겨울보다 모진
춘풍화기 같은 겨울을 견뎌 낸
그대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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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순|2018년《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화포 소행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