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마지막 국제적인 비난의 초점이 되었던 때는 벌써 여러해 전이다.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에 외국의 동물애호가들의 감정이 고조된 적이 있었다. 특히 영국과 미국의 동물애호가들이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비판을 가했었는데, 많은 서구인들이 별로 식욕을 느끼지 못하는 개고기 식용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현대 산업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자국의 위신을 고려해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올림픽 경기 기간 중 대도시의 식당들은 개고기 요리를 식단에서 삭제해야 했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가 끝난 후 한국의 이 전통요리는 식탁에 다시 올랐다.
한국과 일본이 내년 여름에 공동 개최하는 2002년 월드컵 행사를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프 블래터 회장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국이 적어도 월드컵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동안에는 개고기 식용을 다시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블래터 회장은 한국인들이 야만적인 개고기 식용문화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월드컵 행사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을 가하는 일반인들의 편지를 수천통이나 받았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몇 달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항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개고기는 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와 더불어 한국의 식단에서 가장 선호되는 육류의 하나이다.
개고기는 특히 7,8월 중에 즐겨먹는데, 여름철에 무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한국 남성들은 개고기가 정력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여기는데, 개고기를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고기가 비아그라만큼이나 효능이 있다고 한다.
개고기는 한국에서 특히 탕의 형태로 즐기는데, 가마솥에다 여러 야채와 생강, 식초, 참기름 등의 양념을 첨가해 끓이는 ‘보신탕’은 주로 중년 남자들이 건강식으로 즐겨 찾는다. 한국에는 6천여개의 식당에서 보신탕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여성들의 피부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보신탕 애호 추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은 돼지나 닭, 소와 마찬가지로 식용으로 사용되는 개들은 농가에서 특별히 식용목적으로 사육된다고 주장한다. 보신탕 애호가들은 개고기 식용은 한국의 음식문화에 속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16세기에 개고기가 보신.치유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한국의 유명한 의서(醫書)를 인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개들이 한국에서는 배척받거나 돌봄을 받지 못하는 동물은 결코 아니다. 개는 식용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국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애완동물이다. 한국의 애완견단체는 한국내 애완견이 무려 2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개들을 키울 경우 음식찌꺼기를 먹이며 마당의 개집에서 잠을 자도록 했으나 요즘은 애완견들이 사람들의 가장 좋은 친구로서 부드러운 소파에 잠을 자고 비타민제 등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개미용실에서 최신 유행의 옷을 입는다. 애완견 전시회와 쇼가 열리기도 한다. 서울의 외곽에는 최근 개주인들이 돈을 지불하는 애완견 전문 카페가 문을 열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적 애완견인 ‘진도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어 국가적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일반 식용개들의 운명은 이와는 아주 다른데, 동물보호단체들이 사진과 필름들을 통해 이를 증언하지 않았다면 식용개들의 이러한 운명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식용개들은 아주 자그마한 공간에 20마리 정도가 갇혀 사육됨으로써 도살될 시점에는 병들고 쇠약한 경우가 많다.
동물애호가들은 식용되는 개고기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개들이 숨이 끊어질 때까지 여러 시간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등 고통과 고문을 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스트레스와 고통을 가할 경우 아드레날린의 방출이 늘어나 육질과 맛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사육시에 보신효능을 높힌다는 이유로 정기적으로 호르몬 주사를 맞히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개들이 주로 전기충격기로 도살된다.
한국의 동물보호단체가 동물학대의 증거로 제시하는 사진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의 경우 구역질을 나게 한다. 몇몇 개들이 달고 다니는 개표시와 개목걸이들을 보면 애완용 개들의 경우라도 주인을 잃으면 보신탕 신세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개를 잡는 사람들과 개장사들은 아주 은밀하게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들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국인들은 개고기 식용문제에 대한 외국의 비판을 익히 알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경우 개고기가 참 맛있다고 하면서도 개고기를 같이 먹자고 권유하지는 않으며, 보통은 동료들이 가자고 해서 개고기를 먹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주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며, 보신탕이 결코 싼 음식도 아니다. 따라서 외국인의 경우 자진하여 개고기를 먹자고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고기를 대접받을 위험은 거의 없다.
개고기 소비는 법적으로 애매한 영역에 속해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0년대에 12가지 식용동물 지정에서 개를 제외시킴으로써,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개고기가 공식적으로 식용에서 재외됨으로써 개장사들과 개도살자들은 오히려 특별한 규정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영업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때문에 위생적인 조건들이 개선되지 않았으며 개에 대한 학대도 처벌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2년전의 한 국회의원이 개고기 소비와 유통을 합법화하여 이 영역을 투명화하고자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블래터 FIFA회장이 최근 정몽준 FIFA부회장 겸 한국축구협회장에게 월드컵 행사에 앞서 이러한 동물학대를 금지하도록 요청함으로써 한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새롭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고기 식용은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게는 더 이상 적절치 않다고 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서구의 문화 제국주의”라고 격분해 한다.
인터넷과 신문들의 독자투고란에는 “전통의 문제를 떠나 개고기에 대해서도 다른 육류처럼 통제는 이루어져야 한다”, “서구인이 음식문화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서구에만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말고기, 달팽이, 양고기를 먹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먹지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등의 감정이 격한 글들이 올라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소, 돼지, 닭들을 대량 사육하는 것도 결코 모범적인 사례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는 11.12일 “고통스러운 문화적 갈등”을 중재하려고 시도하면서 각국의 음식문화를 존종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가져야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세계에는 고유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아주 특이한 음식문화들이 무수히 있다.”
동물애호가들이 한국의 개사육장의 끔찍한 상황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블래터 FIFA 회장은 무슨 자격으로 자신의 세계 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한국내 수천 업소의 식당메뉴들을 일거에 바꾸려고 하는가?
일본인들도 고래잡이를 중단하도록 종용을 받았는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생선의 회를 뜨는 야만적인 일본인들의 관습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 4년전 프랑스 월드컵 당시 FIFA나 세계인들은 프랑스인들에게 말고기, 달팽이, 개구리 뒷다리를 먹지 못하도록 문화 교육을 실시했는가?
스포츠계 인사들은 과연 서방의 비판에 특히 강력하고 민감하게 대응하는 강력한 중국에 대해서도 2008년 북경올림픽 경기를 위해 식단을 바꾸도록 용기를 보일 것인가?
중국에서는 개고기 미식가들이 수백만명이나 있으며, 특히 스위스에서 인명구조로 명성이 있는 세인트버나드종은 중국에서 특별한 진미요리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