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시국미사…헌재 신속 판단 촉구
주교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문 발표…6개 교구 미사와 기도회 열고 민주주의와 정의 실현 위해 기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고 헌법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던 주교회의는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명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 심리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신속히 판단함으로써 정국이 제자리를 잡고 국민 생활이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용훈 주교는 “대통령을 지지하든 그러지 않든 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탄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직무수행 과정에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누구라도 직무에서 물러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정의”라며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것에 대하여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상계엄 사태를 지나 두 차례에 걸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로 이어진 정국 혼란 속에서 전국 각 교구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도 이어졌다.
12월 16일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 모습. 전주교구 홍보국 제공
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6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주례로 ‘조속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과 헌법수호를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김선태 주교는 미사에 앞서 “비상계엄이 용감한 시민들에 의해 저지됐고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위대한 국민들의 힘으로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지체없이 심리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주교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리가 종료될 때까지 매주 월요일 미사와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청주교구 사제단 친목회도 같은 날 사천동성당에서 총대리 최광조(프란치스코) 신부 주례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12월 13일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에서 원로사목자 원유술 신부 주례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우세민 기자
대구대교구는 13일 대구 주교좌계산대성당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시국미사’를 원로사목자 원유술(야고보) 신부 주례로 봉헌했다.
성용규 신부(도미니코·대구대교구 구미 신평본당 주임)는 강론에서 “모든 이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고 우리는 주권을 위임해 줬는데, 그들은 위임받은 주권으로 오로지 자기 사익만을 채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가련한 그들이 제발 이기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대구대교구청 성모당에서 WYD 십자가·성모 성화와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 후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않고 종교 자유도 제한할 수가 있기 때문에, 정치는 제대로 갖춰진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교구도 같은 날 주교좌죽림동성당에서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2월 13일 주교좌 죽림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신자들과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12월 12일 시국미사 후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가운데 마스크 착용)와 참석자들이 남동5·18기념성당에서 5·18민주광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2일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주례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옥 대주교는 미사 전 “이번 사태로 45년간의 평화가 깨졌다”면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걸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교구도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12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의 주례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문 주교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 속에서 국민은 점점 분노하고 있으며 왜 이렇게 나라가 망가져 가는지를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국민이 맞이한 아픔과 상처가 너무 큰 데다 우리 국민,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디인가를 주님께 부르짖으며 묻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이 참되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사와 기도회뿐 아니라 시국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교구 사제단은 13일 ‘내란 수괴 현행범 윤석열을 조속히 탄핵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인천교구 사제단도 9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인천교구는 23일 오후 6시30분 답동주교좌성당에서 총대리 이용권(베드로) 신부 주례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