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1월1일(금)맑음
<선악의 저편에서> 니체는 영혼불멸, 자아 주체 철학을 미신이라고 비판하면서 그 대표적 철학전통으로 플라톤과 베단타를 지목했다. 여기가 불교의 가르침이 두 암석에 틈을 내고 사이를 벌려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출발점이다. 불교는 세상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며, 세상에 틈을 벌려 열어젖히는 것이다. 불교는 세상에 쐐기를 박아 망치로 내려쳐서 쪼개는 것이다. 쪼개진 것을 불쏘시개로 사용하여 불을 밝히면 좋지 않을까? 팔운동과 쪼그려 앉기 운동하다.
2021년1월2일(토)맑음
예도 선생님의 <니체의 선악의 저편>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자신을 의심하라. 너의 착함과 순진함을 너무 믿지 말라.
너의 순수해 보이는 눈 속에 들키기 싫어하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네가 남에게 하는 말을 너에게 먼저 적용하고 있는가?
만약 너에게 거울이 있다면 그 거울로 남을 비춰 보려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비추어 보라.
나는 사람들은 어디로 데려갈지도 모르면서 어떤 곳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너 자신을 바르게 인도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인도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니, 불교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타자를 훈계하며 통제하려는 권력을 행사하는 게 아닐까?
문제는 너에게 진정한 연민과 자애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너의 행동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연민과 자애에서 나오지 않으면 타자를 이용하려는 이기적 욕망이며 그래서 그것은 가식이며 사기이다.
진실로 보리심이란 무엇인가? 그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송구함과 경외심으로 몸을 떨어야 할 것이다.
2021년1월3일(일)맑음
90년대 러시아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빅토르 최Viktor Choi의 음악을 듣다. 그는 조선인 3세로서 소비에트 연방 해체에 이어 나타난 변화와 자유에 대한 갈망과 저항의 메시지를 노래해서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이 되었다.
2021년1월4일(월)맑음
우주는 그 자신의 존재를 위해 의식이 있는 생명체를 필요로 한다.
-Eugene Paul Wigner유진 폴 위그너
우주가 실제 존재하기 위해서는 측정이 필요하므로, 우주는 그 자신의 존재증명을 위해 의식을 가진 생명체를 필요로 한다.
2021년1월5일(화)맑음
병원 진료 가다. 주치의 선생님은 2개월 동안 복용할 약을 처방해주다. 최대한 휴식하면서 부정맥 현상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어떤 삶이 진짜 삶일까?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올바른 것이야. 모든 길이 올바른 길이고, 모든 것이 다른 것을 가질 수 있고, 그 의미보다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지.
-Nemo, 영화 미스터 노바디Mr. Nobody에서 주인공이 한 말
2021년1월6일(수)맑음
오전에 요가하고 점심 공양하다. 차를 마시고 일상적 주제로 대화하다. 오후에 도시가스 설비 기사가 출장 와서 작업하다. 마당에 서서 아미화와 현정 보살과 서산에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다. 유투브에서 세상과 함께에 주최한 오체투지 환경상 시상식 중계를 보다. 세상에 아직도 희망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보니까 마음이 환해진다.
2021년1월8일(금)맑음
어둠을 저주하기보다는 한 자루의 촛불을 켜는 것이 낫다.
세상에 만연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들이쉬고 건강과 평온을 내쉰다.
세상의 어둠을 들이쉬고 평화와 안락을 내쉰다.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들이쉬고 나의 행복과 즐거움을 내쉰다.
한파가 한반도를 덮쳐서 전국적으로 눈이 온다고 하는데, 진주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진주는 눈이 귀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나 보다.
2021년1월10일(일)맑음
화개골 자혜정사에 안거 중이신 자응스님을 찼다. 스님은 30여 년 화개골 토굴 한곳에 주석하신다. 전에는 차밭을 일구어 차를 만들었는데 근래에는 힘에 부쳐 차 만들기를 내려놓았다고 한다. 큰 바위 아래 자연동굴을 수행처로 삼아 새벽마다 밀라레파처럼 수행한다고 한다. 나도 그 동굴에서 잠시 정진하다. 동굴 위에 새로 만든 차실에서 보살님들과 하산거사와 함께 명상에 들었다. 아래 법당 옆 차실에서 죽로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다. 돌아가려고 일어서니 스님이 담근 효소액과 무를 뽑아준다. 진주로 돌아오니 오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