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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 전체가 혼돈입니다.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꺼냈지만, 오히려 그건 묻혀버리고 국민들에게서는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고, 이번 최순실 사태는 어떤 방향으로 수습해야 합니까?
지금의 사태를 볼 때, 대통령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온통 ‘최순실’ 얘기뿐이에요. 여야가 늘 싸우기만 하더니 요즘은 웬일인지 한 목소리를 내던데요. 저는 일단 우리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인데 ‘탄핵해야 된다’, ‘하야해야 한다’라고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스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어떻게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겠어요? 그런 생각부터가 ‘독재’입니다. (모두 웃음)
이런 목소리도 있고, 저런 목소리도 있는 게 민주사회입니다.
그 ‘한 목소리’라는 걸 그분이 좋아하시잖아요.(모두 웃음)
그래서 지금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질문자도 물이 들어서 또 ‘한 목소리를 내자’ 라고 하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모두 웃음)
"질문자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글쎄요, 대통령한테 표를 준 사람들도 오늘 이 자리에 상당히 많이 와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누가 대통령을 뽑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선출이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지경까지 온 건데요.
질문자야말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저는 임기는 마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텔레비전이나 매스컴에는 탄핵이나 하야를 언급하는 기사나 댓글이 많던데, 저는 탄핵이나 하야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들의 의사가 바로 국가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청중들께 한번 물어봅시다. 지금 언급하신 것을 토대로 네 가지로 나누어 물어볼게요. 자신이 동의하는 곳에 손을 들어보세요."
"첫 번째, 대통령을 탄핵해야 된다." (소수가 손을 듬)
"두 번째, 대통령 스스로 하야해야 한다. 손들어 보세요." (3분의 1이 손을 듬)
"세 번째,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하되 진실을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한 뒤 끝까지 국정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 손들어 보세요." (3분의 1이 손을 듬)
"네 번째,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하되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으니 국가원수로서 상징적인 역할만 하고, 통치권은 거국내각에 넘겨야 한다." (3분의 1이 손을 듬)
"청중들의 의견은 탄핵해야 된다는 쪽은 소수이고, 나머지 의견들에 대해서는 3분의 1씩 거의 비슷한 수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어요.
그럼 범위를 조금 더 좁혀서 물어볼까요? 스스로 하야해야 한다는 의견은 3분의 1이니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요.
그래서 다시 좁혀서 임기를 보장하되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과 임기를 보장하되 자기 책임 하에 마무리 지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을 다시 물어 볼게요."
"첫 번째, 임기는 보장하되 거국내각에 통치 권력을 넘기는 게 좋다. 손들어 보세요." (3분의 2가 손을 듬)
"두 번째, 임기를 보장하되 진솔하게 사과하고, 자기 책임 하에 국가를 운영하도록 기회를 주는 게 낫겠다." (3분의 1이 손을 듬)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이 굉장하네요. 결과는 2 대 1로 나왔습니다. 거국내각으로 권력을 넘겨야 한다는 쪽이 2이고, 국가 운영의 기회를 다시 주자는 것이 1입니다. 탄핵해야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가진 분들이 ‘탄핵을 못하면 권력이라도 넘겨라’ 하는 쪽으로 합해진다고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대략 여론은 이렇군요.
그런데 여기가 충청도라서 그런지 일반 여론보다는 좀 더 보수적이네요. 일반 여론은 탄핵이 3분의 1, 하야가 3분의 1, 거국내각이 3분의 1정도가 되는 것 같아요."
"예, 잘 알겠습니다. 저도 대다수의 의견처럼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해주고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청중들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있는데, 제 의견을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주권자인 국민들의 뜻이 중요하지요. (모두 박수)
굳이 제 의견을 얘기해 보면 이렇습니다. 지금은 누구를 탓할 시기는 조금 지나지 않았나 싶어요.
‘진상을 규명하라’라고 하지만 이미 진상이 드러났습니다. 더 드러날 게 있다 하더라도 이미 드러난 일들만으로도 도를 넘어서버렸기 때문에 모두 부차적이에요.
현재 국민들은 국가권력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어요.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신뢰’와 ‘진실’을 자신의 이미지로 삼았던 분이고, ‘원칙과 법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셨던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밝혀진 일련의 일들을 보면 대통령이야말로 법을 안 지키고, 안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뭘 지키고 뭘 안 지켜야 되는지에 대한 감도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있잖아요. 대국민 사과문과 최순실의 신문 인터뷰 내용의 요지를 보면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준 사람인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 신의로 도와준 것이다. 나는 메일로 보내는 것이 국가기밀 누설인 줄 몰랐다’ 하는 거잖아요.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무지’ 입니다. 몰랐다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그 결과, 지금은 대통령이 평소 강조했던 신뢰나 원칙이 다 무너졌습니다. 일반 정치인이었다면 ‘정치인은 아침에 말하는 것과 저녁에 말하는 게 다르기 마련이다’ 하고 말았을 텐데, 대통령은 워낙 신뢰와 진실의 이미지를 가지고 국민들로부터 지지율을 끌어 낸 분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분노하는 거예요. 또 대통령의 이미지가 그랬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겠죠. 다른 사람 같았으면 벌써 지지율이 바닥을 쳤을 텐데 국민들이 ‘그래도 저분은 다를 것이다’ 하며 막연한 기대를 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온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마저도 대통령에게 남북문제에 대한 기대를 못 버렸으니까요.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에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회담도 했습니다. 그 보수적인 분이 기대 이상의 합의를 봐왔잖아요. 그런 일들을 통해서 우리에게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생겼고, 우리는 그런 기대를 못 버리고 미련을 가졌기 때문에 시간만 자꾸 연장되어 오늘 날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해도 지지율이 25퍼센트는 됐는데, 지금 지지율이 17퍼센트까지 내려갔다는 것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붕괴됐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 행위가 어렵고, 공무집행 능력도 붕괴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그러니 빨리 이 상황을 수습해서 거국내각이 공무집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이대로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가게 되면 문제가 더욱더 커집니다. 이미 파일은 많이 확보되어있기 때문에 아침에 눈 뜨면 뉴스에서는 계속 뭔가 터져 나올 거거든요. 그러면 많은 국민들이 길거리로 나올 겁니다.
옛날에는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기면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일어났는데,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깊이 잠들어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대학생들이 제일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 교수님은 저한테 ‘최순실 씨가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흔들어 깨워도 안 일어나던 학생들을 벌떡 일어나게 했다. 학생들을 깨운 지대한 공로가 있다’라고 하셔서 웃은 일이 있었는데요.
이제 곧 많은 국민들이 ‘하야하라’ 라고 외치면서 봇물 터지듯이 거리로 나올 거예요. 그 때 경찰이 위에서 내린 명령을 실행한다고 사람들을 막아서면, 사람들이 경찰의 말을 따르거나 경찰들을 겁낼까요?
사람들은 ‘대한민국 경찰이 최순실 똘마니냐?’라고 나오겠지요. 그러면 폭력적으로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대통령이 신속하게 국정 운영에 대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공무원들은 정부 지침이 내려오면 그걸 따를 수도 없고, 안 따를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게 누구의 지침인지도 모르니까요. (모두 웃음)
그래서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엄청나게 힘들어질 겁니다. 그러니 잘못은 누가 저질렀든 간에 결과는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치닫게 되니까 이 상황을 빨리 수습해야 합니다.
지금 서민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무슨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이 상태로 몇 달간 국가권력의 공백이 생기면,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연말연시에 기업들이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요? 그러면 사회 혼란에 경제 혼란까지 가중되게 됩니다.
게다가 지금은 안보 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도 ‘군사적 옵션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 남한과 북한은 상호 공격 훈련과 협박을 일상화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안보 불안과 경제 불안이 점증되고 있는 상태에다 국정 혼란까지 가중되면 대한민국은 정말 국가적 위기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게 현실이니까 대통령은 신속하게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즉 하야나 탄핵보다는 ‘거국내각’에 여야가 합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거국내각’은 여야가 합의한 인물을 총리로 내세우고 공동책임을 지는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거국내각을 구성해서 ‘책임총리제’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니까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수반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해야겠지요. 그러려면 현재의 내각은 총사퇴를 하고, 청와대의 비서실도 축소하는 게 제일 먼저 실행되어야 할 겁니다.
여당은 뒤늦게라도 반성해야 합니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청와대 뒤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 상당수가 청와대에 줄서기 바빴고, 대변하기 바빴던 게 사실이잖아요. 그러니 지도부를 교체하는 등 혁신을 해서 ‘청와대 눈치 보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 났으면 좋겠습니다.
야당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선거에 유리하게 써먹을 것인지 계산할 게 아니라 지금 야당이 다수당이니까 국정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거국내각’ 구성에 적극 협조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경제 개혁을 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있다면 신속하게 합의해서 통과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야당도 국정의 책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공무원들은 이런 국정 혼란에 휘말리지 말고 공무원으로서의 소임을 굳건히 해나가야 합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너무 흥분해서 저마다의 의견을 폭력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국민의 권리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 위기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 정권은 너무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게 좀 가라앉을 테니까 안보 위기도 좀 나아질 겁니다. 경제 위기 해결책도 여야가 정쟁을 일삼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는데,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여야가 동반자 관계가 된다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통과’도 수월해 질 수 있을 거예요.
또 ‘헌법 개정 문제’도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국민이라면 권력 분산의 필요성은 다 느끼고 있을 겁니다. 헌법을 개정하게 되면, 국민소환제 등을 통해 부패하거나 무능력한 공직자를 국민들이 직접 심판할 수도 있고요. 또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내각으로 분산시키고, 승자독식의 양당구조가 아니라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는 것도 가능해 집니다.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자치제도’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헌법 개정도 거국내각이라면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여야가 합의한 거국내각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헌법 개정을 하는 겁니다. 또 앞으로 있을 대통령 선거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겠고요.
지금의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오히려 우리가 그동안 해결 못했던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여야가 늘 대치 국면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정치인들이 깊이 반성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정치인들이 더 애써주시라고 격려박수 한번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그리고 여러분들도 댓글을 달 때, 욕설만 하지 말고 분노를 진정시켜서 합리적인 의견을 많이 표현하는 게 필요합니다. 댓글을 달든 뭘 하든 표현은 해야 해요. 그래야 ‘여론’이라는 게 형성되니까요. 우리는 시민으로서 인터넷에 댓글로 표현하든, 페이스북에 ‘좋아요’로 표현하든, 집회에 참가하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폭력적이지는 않되, 아주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해서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의사표현도 제대로 안 하고 소극적이면 위정자들은 ‘국민들은 별 의견이 없구나’ 하고 오판을 하거든요. 저도 여러분들이 표현하신 의견에 동의하고요. 제 의견을 조금 추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모두 박수)
"오늘 재밌으셨어요? 인생은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합니다.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야 합니다. 통일한국을 만들어야 좋은 것만이 아니라, 통일한국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우리에게는 좋아야 해요.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평화이고, 국가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통일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감정을 딛고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많이 동참해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제 아내와 저는 자식 교육 방식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저의 집사람은 많은 평범한 엄마들처럼 공부 잘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을 잘 벌면 행복하다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충돌도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 스스로가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을 굳힐까봐, 공부를 나중에 뭔가가 되기 위한 대가라는 인식을 가질까봐 우려합니다. 아내와 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개가 강아지를 낳아서 기를 때 암캐가 ‘어떻게 키워야 우리 강아지가 개다운 개가 될까?’하는 교육을 받고 키울까요, 그냥 낳아서 키울까요?” (청중 웃음)
“낳으면 그냥 키웁니다.”
“소가 송아지를 낳을 때는요?”
“그때도 그냥 키우겠죠.”
“그럼 사람이 아기를 낳아서 키울 때 무슨 교육을 받아서 키워야 될까요, 아님 그냥 키워도 될까요?”
(질문자 웃음) “그냥 키워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유아교육에 대해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해서 저를 키웠을까요. 시집가라고 해서 시집을 갔고, 아기가 생기니까 아기를 낳아서 그냥 키운 거예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를 가만히 보면 개도 강아지를 키우는 모성애가 있고, 쥐도 쥐새끼를 키우는 모성애가 있어요. 이러한 모성애는 생태적으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생태계에서도 가끔 동물이 자기 새끼를 물어죽일 때가 있어요. 그러나 이것은 동물에게 정신적인 이상이 생겼을 때 일어난 경우입니다. 사람도 아기를 낳은 다음 아기를 버리거나 학대하는 경우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으로 인한 현상입니다. 보통 사람은 누구나 아기를 낳으면 키우게끔 되어있습니다. 자연적으로 키우도록 되어 있지 않았다면 인간이 인간의 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동물들을 잘 보세요. 닭, 소, 개 등 동물들을 다 관찰해보면 수컷이 새끼를 키울 때 어떤 역할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래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아이에게 아무런 역할이 없어요. 그러니 질문자는 신경 쓰지 마세요. (청중 웃음)
생태계가 유지되는 원리를 살펴보면 두 가지 본능이 있습니다.
우선 각자가 자기 생명을 보존하려는 본능, 즉 개체보존의 본능이 있어요. 가령, 닭이 여러 마리 있는데 그 중 한 마리를 잡으려고 하면 각자 자기 살려고만 하지 다른 닭을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는 각자가 개체보존의 본능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닭에게 접근을 하면 닭이 도망을 가지만, 알을 품을 때나 병아리를 데리고 있을 때 가까이 가면 병아리를 깃털에 숨기고 사람에게 덤빕니다. 사람에게 덤비면 죽을 수도 있는데도 거기에는 이기고 지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저 ‘내 새끼를 보호해야 한다.’라는 종족보존의 본능만 있을 뿐이에요. 그 본능 때문에 종(種)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본능은 어미에게만 있어요. 수컷에게는 없습니다.
생태계의 모습은 이러하지만, 동물에게 있어 정신현상이 발달하면서 점차 수컷에게도, 암컷만큼은 아니지만, 새끼를 보호하려는 현상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정신작용이 많이 발달하면서 수컷에게도 가정을 보호하려고 하는 선(善)의 본능이 나타나기 시작해요. 그래서 질문자도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청중웃음)
특별히 질문자가 아이에게 해줄 건 없습니다. 질문자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내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아내를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훌륭한 아버지가 되는 길이에요. 다시 말해서,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아이를 잘 돌보도록 아내에게 잘 해주어야 합니다.
아기는 엄마로부터 보호받기에 주변 다른 사람들은 아기의 엄마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아기의 엄마에게 잘 해주었는가를 우선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청중 웃음)
아기가 태어난 뒤 3년까지는 아기의 엄마에게 정말 잘 해주어야 해요. 아기는 태어나서 3년 동안은 전적으로 엄마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에 자아가 형성됩니다. 이때 형성된 자아가 아기의 평생을 좌우합니다. 이것을 천성(天性)이라고 해요. 그것은 머리를 깎는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이 든다고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이것은 어떤 주체가 외부의 것을 배운 것이 아니라, 마치 도장이 찍히듯이, 주체가 그렇게 형성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신현상을 각인(刻印)작용이라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이것을 카르마(Karma)라고 했습니다. 인도나 힌두교에서는 카르마는 타고난 운명이니까 카르마는 우리가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그것이 바뀌기 어렵다는 것은 맞지만 태어나기 전에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 형성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형성된 것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히 천성이라고 하는 업(業)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혁명적인 깨달음입니다. 물론 우리들이 현실적으로 접하는 문제는, 업(業)을 바꿀 수는 있지만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어미가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아이의 자아가 형성될 때 지혜롭게 잘해야 하는 거예요. 교육을 받고 신경을 쓴다고 잘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미가 그저 새끼를 아끼는 마음만 내면 저절로 됩니다. 이 세상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목숨보다도 아기를 중요시해야 하는데 자기 명예, 지위, 출세가 더 중요하다면 아이의 가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두 번째나 세 번째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아이의 천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아에는 흠집이 생깁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부가 싸워서 엄마에게 불안한 심리가 생기면 아이에게는 천성적으로 불안한 심리가 생깁니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높은 지위에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형성된 심리는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일찍 들어와서 아내와 대화도 나누고, 아내가 신경을 쓸 일이 생기더라도 남편이 대화를 나누어줌으로 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해요. 동물은 대개 어미가 이 역할을 혼자서 해냅니다. 지금 질문자는 묻지 않았으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청중 웃음) 굳이 물으니까 ‘아이의 엄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아기가 태어난 후 3년 동안은 자아가 형성이 되고, 자아가 형성된 다음 네 살부터는 학습기간이 시작됩니다. 첫 3년 동안 형성된 자아를 모체로 해서 배움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도 질문자처럼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특별히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유대인의 아버지 교육을 참고해서 좋은 점을 배운다면, 무언가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배우는 현장에 많이 데려가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강요하지 않고 그냥 손잡고 다니면서 아이가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예요.
요즘 우리 학교교육은 서양 선진국을 따라 배우는 모방의 교육입니다. 서양에서 발달된 것을 베끼듯이 따라 배우는 단계였기 때문에 독려하고 독촉하면 성취가 가능한 교육이었습니다. 마치 말을 훈련시키듯 아이들 종아리를 때리면서 억지로 배우게 하거나 과외를 시키면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억지로 배우면 창조성이 마비되게 됩니다. 창조성은 자기가 좋아서 집중이 되어야 생겨날 수 있어요.
따라 배우기 학습 방법의 효과가 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빠른 발전을 가지고 왔지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 정도에서 볼 때 그 수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한국 사회가 정체되어 있는 것입니다. 최첨단이라고 하는 삼성마저도 더 이상 갈 길이 없습니다. 창조성이 없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베끼는 것은 최첨단인데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을 해내지 못합니다.
창조성을 가지고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정답이 없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아, 그렇게 생각하니? 그것도 일리가 있구나.’하고 받아주어야지 자기 생각이나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맞지 않는다고 ‘그건 틀렸어’라고 대답하면 아이의 사고 능력은 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성세대가 받은 교육이 따라 배우기 교육이다 보니, 우리 부모 세대와 선생님들도 여전히 그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조선시대처럼 500년 동안 농업사회가 지속되고 변하지 않을 때 혹은 중세 봉건시대처럼 사회 변화가 없거나 느릴 때에는 기성세대를 따라 배우는 것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부모가 아는 것, 기성세대가 살면서 필요했던 것을 아이가 따라 배우면, 이미 그들이 살아갈 시대의 요구는 달라져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변화를 겪은 뒤에 이제는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스님이 가지고 있는 재능 중 하나가 길 찾는 것이에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도 지도만 주면 길을 빨리 파악하고, 미국에 가서는 ‘이렇게 가라, 저렇게 가라’고 말을 해 줄 정도입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나오면서 이 능력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어요. (청중 웃음)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스님만큼 길에 대한 감각을 가지려면 몇 년을 고생하면서 익혀야 할 텐데, 내비게이션의 등장으로 이 재능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져 버렸어요.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면 지도를 한 뭉치씩 들고 다녔는데, 요즘에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지도 검색을 하면 히말라야에 가도 길이 다 나옵니다. 화면 확대까지 할 수 있어서 세세한 길까지 다 가르쳐줘요.
이를 비추어서 20년 뒤에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업들 중 절반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대신 생각하지도 못한 직업들이 생겨나겠죠. 예를 들어, 미국에 가면 네일아트라고 해서 손톱 정리하고 꾸며주는 가게들이 많이 보이던데, 50년 전만 해도 그 일이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시대에 질문자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알고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어요? (청중 웃음)
질문자의 아내가 아이 교육을 시킨다면 뭘 좀 아니까 시키겠지요. (청중 웃음) 그러니까 아내가 아이를 교육한다고 하면 그 부분은 아내에게 맡겨두세요. 아이의 교육을 두고 부부가 갈등하면, 교육이 아니라 부부 사이의 갈등이 오히려 아이에게 정신적 고통을 줍니다. 아내가 주관이 뚜렷해서 교육을 한다고 하면 그대로 두세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아빠를 찾아올 때 “엄마가 이렇게 해서 너무 힘들지?”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가 아빠를 좋아하고 엄마를 미워하게 돼요. 요즘 남북처럼 편 가르기 하려고 하면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도 됩니다. (청중 웃음) 야단을 치지는 않되 엄마에 대해서도 “엄마도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엄마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정도로만 이야기하지, 아이 편을 들면 안 됩니다.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서 그렇게 하면 ‘아빠한테 줄 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주면 안 됩니다.
대신 아이 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경주남산에 들러서 옛날이야기도 들려주고, 관련된 다른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아빠가 들려주기에는 역사이야기가 좋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아빠도 어느 정도 소양이 있어야 하잖아요? (청중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도 공부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돼요. 그것도 너무 강요하듯이 하면 안 돼요. 아이가 재미있어하도록, 스스로 좋아하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거예요. 재미가 있어야 창조성이 나옵니다.
질문자 아내가 아이를 반듯하게 가르치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기계 부속품으로 만드시려는 것 같네요. (청중 웃음) 아까 말했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떠한 것이 더 좋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현재 질문자도 모르고 아내도 모르니까, 즉 질문자도 아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하지는 말고 아내는 아내 방식대로 교육을 하도록 놔두세요.
반면 그런 교육에서는 자발성을 길러주는 부분 등의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그런 부분에서 질문자가 아이를 도와주는 틈새전략으로 나가면 돼요. 질문자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아내에게 ‘당신은 모르니까 내가 가르칠게’라고 말하면 안돼요. 자신도 모르니까 그것을 인정하고, 아내의 교육 방식을 부정하기 보다는 그것도 그것대로 인정을 하고, 아내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그것을 보완해주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아요. 그렇게 하면 아빠의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