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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배송]다나와 표준PC 금수저에디션. 따봉 조각상까지 17억 8천만원(뻥입니다)
'자발적 흙수저가 되어 가성비의 극단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감성의 끝을 추구할 것인가!'
우리는 뭔가 구매할 때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특히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려 할 때면 고민이 더 깊어진다. 그저 필요에 의해 구매하는 제품은 적당한 수준에서 가성비 위주로 구매하겠지만,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제품은 구매결정에 감성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키보드만 해도 그렇다. 컴퓨터 살때 무료로 끼워주는 키보드를 써도 키보드 본연의 임무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즐겨하는 게임이 있거나 키보드 사용이 많은 이들이라면 가성비냐 감성이냐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성비형 키보드
'기능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뭔가 묘하게 허전하다'
감성추구형 키보드
'기능은 기본이고, 감성까지 자극하지만 가격에 자비가 없다'
▲ 번뇌는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가성비와 감성 사이에서 현명하게 줄다리기 해보자
하지만, 내 키보드가 흙수저급이라고 해도 전혀 주눅들 필요는 없다. 금수저 키보드라고 해서 타자속도가 분당 3000타씩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 취향과 사용목적, 키보드에 대한 애정 정도에 맞춰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 된다. 게다가 과거에는 키보드에 흙수저(멤브레인)와 금수저(무접점)가 명확히 구분됐지만, 요즘은 다르다. 최종적인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겠지만 보다 현명한 판단을 돕기위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준비해 보았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키보드계의 아반떼, '멤브레인' : 1~30만 원
멤브레인 방식은 키를 누르면 내부의 고무판이 회로를 눌러 신호를 발생시킨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널리 보급되어 현재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다. 러버돔이라고하는 구조를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키감은 고무를 누르는 것처럼 부드러운 편이다. 멤브레인 방식을 기반으로 펜타그래프와 플런저 방식이 파생되기도 했다. 멤브레인, 펜타그래프, 플런저 방식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자.
내 손맛에 맞는 키보드는 무엇? [키보드를 부탁해 ①]
기계식인 듯, 기계식 아닌, 기계식 같은 키보드 [키보드를 부탁해 ③]
▶ 멤브레인 키보드 : 1만원
▲ ABKO K100U PLUS, 기본기가 뭔지 보여준다!
저렴함의 대명사인 멤브레인 키보드가 2-3만원에 판매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대형마트를 가면 일부 멤브레인 키보드는 그 정도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방식의 키보드이기 때문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면 굳이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이 매력인 ABKO K100U PLUS는 산업용 로봇을 이용한 무인화 생산 시스템 FMS로 생산되어 오차나 불량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멤브레인 방식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타이핑이 가능하며 생활 방수를 지원하고 누수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일상에서 별다른 고장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다. 만원의 행복이란 이런 것.
▶ 멤브레인 키보드 : 30만 원
▲ 멤브레인은 저렴하다지만 이 제품은 뭔가 다르다. MadCatz S.T.R.I.K.E. 7
멤브레인방식을 채택한 저가형 키보드는 눈을 낮추면 5천원 이하로도 구할 수 있다. 그만큼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며 제조단가가 다른 방식에 비해 낮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30만 원이 훌쩍넘는 멤브레인 키보드도 있어 소개한다. 다섯 부분으로 구분된 유닛을 조합해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트렌스포머 키보드, MadCatz S.T.R.I.K.E. 7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궁극의 게이밍 키보드를 컨셉으로 내세우는 이 제품은 손가락으로 제어가 가능한 터치스크린부터 두 개로 분리되는 본체, 3단으로 나누어져 자유로운 탈부착이 가능한 손목보호대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이 제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페이커(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선수를 솔로킬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기분만큼은 프로게이머가 될 것 같다.
▶ 하이브리드 멤브레인 키보드
▲ 고급스러운 외관과, 독특한 키보드 스위치가 매력. Razer Ornata Chroma KR
멤브레인은 러버돔의 부드러운 타건감을 제공하는 반면, 기계식 키보드는 선명한 촉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로의 타건감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Razer Ornata Chroma KR의 경우 이 둘의 구조를 결합해 색다른 타건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탑재된 스위치는 특허출원중이기도 하다고. 마음대로 색을 바꿀 수 있는 컬러풀 백라이트, 안티 고스팅, 매크로 프로그램 키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중간 높이의 키캡으로 동작 속도가 더 빠르고 손가락을 이동하기에도 더 편리한 것이 특징이다.
키보드계의 소나타, '기계식' : 2~30만 원
▲ 기계식 키보드의 청축 스위치는 구형 타자기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기계식 키보드는 고무가 아닌 스프링을 이용해 키를 누르는 방식이다. 일체형 러버돔을 사용하는 멤브레인과 달리 키 하나하나에 스위치가 들어가다보니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크게 청축, 갈축, 적축, 흑축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 링크로 소개된 연재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의 핵심인 스위치가 체리 사의 독점 생산이던 시절에는 기계식 키보드가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만원 이하로 살 수 있는 멤브레인 키보드를 두고, 최소 10만원 이상인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체리 사의 스위치와 유사한 다른 스위치들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서 덩달아 기계식 키보드의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를 '믿을 수 없는 가격' 3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동작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가의 제품에 비해 디테일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본연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 기계식 키보드 : 2만 원대
▲ 군더더기 없는 미니 기계식 키보드, 웨이코스 THINKWAY TINY MECH
우측 숫자키와 상단 펑션키(F1~F12)가 없는 미니 배열 키보드로, 청축과 적축, 레드 LED 유무에 따라 총 4가지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컴팩트한 구성이다. 오테뮤 스위치를 내장하고 있으며 키캡 사이를 쉽게 청소할 수 있는 비키 스타일이 적용되어 있다. 각 열마다 키캡의 각도를 다르게 설계한 스탭스컬쳐2 방식도 물론 적용됐다. 2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에 갖출 것은 모두 갖춘 제품이다.
▶ 기계식 키보드 : 20만 원 후반
▲ VA68M 다크그레이 PBT 염료승화 영문 BRAVOTEC
이번에는 앞서 살펴본 웨이코스 THINKWAY TINY MECH보다 10배쯤 비싼 제품을 살펴보자. VARMILO VA68M 다크 그레이 PBT 염료승화 영문 BRAVOTEC는 기계식 키보드로 대표되는 체리 스위치를 탑재한 기존의 ‘금수저’ 기계식 키보드다. 키보드를 눌러보지 않더라도 화려하고 깔끔한 외형만으로도 구매욕을 자극한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색조합, 견고해보이는 알루미늄바디의 조화로 소유욕을 거침없이 자극한다. 더군다나 제조단가가 높은 PBT 키캡에, 염료승화 방식으로 폰트를 새겨 각인이 영구적으로 지속된다. 다크그레이와 바이올렛 실버 두 컬러 중 선택이 가능하다.
키보드계의 그렌저 '무접점' : 6~40만 원
▲ 무접점 키보드의 스위치 부분
(출처: ABKO)
한때 '무접점' 방식의 키보드가 키보드계의 진정한 금수저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접점 키보드가 30만원을 오가는 리얼포스, 해피해킹 뿐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제는 유사 무접점 스위치 생산이 허용되면서 10만원 이하의 무접점 키보드도 만나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무접점 방식은 그 이름처럼 전극이 닿지 않아도 키를 일정한 수준만 누르면 전압의 차이로 입력을 인식한다. 키를 끝까지 누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빠르고 매끄러운 타이핑이 가능하며 다른 방식에 비해 오작동이나 고장의 발생률이 낮다. 한 번 사용하면 다른 종류의 키보드를 못 쓴다고 할 정도로 매력적인 키감을 자랑하지만 사람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 구매 후 되파는 비율도 높다.
▶ 무접점 키보드 : 6만 원대
▲ ABKO HACKER K960 무접점 이중사출 생활방수
무접점 방식의 특징 중 하나는 장시간 입력에도 피로도가 적고 매끄러운 타건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기계식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제공했기 때문에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지만, 과거 30만원에 가까운 진입장벽때문에 일부 매니아층을 제외하면 무접점 키보드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ABKO HACKER K960 무접점 이중사출 생활방수 제품은 6만 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무접점 방식의 키보드를 경험해 볼 수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무접점 제품에 입문하고 싶다면 이 제품을 눈여겨 볼 것.
▶ 무접점 키보드 : 30만 원 이상
▲ 독특한 배열의 PFU 해피해킹 프로페셔널2 블랙. Ctrl 키가 Caps Lock 자리에 있다
무접점 방식의 양대산맥인 해피해킹 시리즈 중 하나로, 한 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마감과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며, 적응하면 각종 작업에 우수한 효율을 발휘하는 독자적인 키 배열과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무각인 제품(키캡에 아무런 인쇄가 되어 있지 않은 제품)도 별도 판매하고 있다. 해피해킹 시리즈만의 독특한 키감과 사용 환경 때문에 30만원 이상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층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키보드계의 롤스로이스, 커스텀 키보드
▲ 커스텀 키보드는 핸드메이드 명품 자동차의 아이콘 '롤스로이스'와 비슷하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특별한 키보드를 원하거나, 자신만의 감성, 자신만의 인테리어 콘셉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커스텀 키보드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전문 제작자가 만든 커스텀 키보드는 그 외형이나 동작방식이 감성을 무한히 자극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드는 완제품 키보드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 틈새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들은 가성비는 애당초 고려되지 않는다. 키보드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남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기능이나 성능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게이밍 키보드에 비해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진정한 금수저란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법이다.
▶ 양산형 커스텀 키보드 : 40만 원대
▲ 블로그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인기 포스팅 주제였던 QWERKYWRITER
먼저 소개할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유명세를 탄 QWERKYWRITER다. 기능만 놓고보면 체리스위치를 채택하고 있는 기계식 블루투스 키보드지만 레트로풍의 외형과 기능키로 사용할 수 있는 리턴 레버 덕분에 '감성 프리미엄'이 붙어서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아마존에서만 300달러 이상에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 판매가는 40만 원에 육박한다고.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키보드를 원한다면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일 것이다.
▶ 장인의 커스텀 키보드 : 200만 원대 (1,650 달러 + 배송료)
▲ 후크선장에 빙의된 사람이라면 질러보자. The Seafarer Keyboard
올 것이 왔다. 이 제품 역시 체리 사의 기계식 스위치를 적용하고 있는 평범한 키보드다. 고풍스러운 외형 외에 별다른 특징을 갖추고 있진 않다. 타자기를 닮은 QWERKYWRITER와 달리, The Seafarer Keyboard는 그 이름처럼 항해자를 위한 지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펼쳐진 지도 위에 키보드가 배열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역사적인 지도 제작자로 알려진 Peter Schenk the Elder가 그린 지도가 키보드 상판에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650 달러로, 어지간한 직장인 한달 월급 수준이다. 36개월 할부로 지른다면 월 6만원 수준으로 전혀 지갑에 부담주지 않는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전세계 0.001% 정도에 해당되는 금수저 감성과, 후크선장(또는 갱플랭크)에게 빙의된 내 마음을 달랠 수만 있다면 그정도 가격은 껌값 수준이다.
가성비 VS 감성, 당신의 선택은?
지금까지 다양한 키보드를 살펴봤다. 소수의 기업에게만 허락되었던 기술이 모든 기업에 허락되면서 제품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소비자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싸구려 제품 vs 비싼 제품 뿐이었지만, 이제는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만족스러운 가성비 제품 vs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이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사용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선택은 본인의 취향에 달려있다. 다만, 적당한 성능에 적당한 감성이라면 이제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시대가 되었음이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모두들 자신만의 키보드를 찾는 그날까지! 화이팅!
기획, 편집 / 다나와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유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