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애틋한 모정(慕情)
1998년 안동의 한 무덤에서,
사무치는 사랑을 구구절절한 심정으로 쓴 서한이 발견되었다.
주인공은 언간이었다.
사대부 집안에서 남자들이 주관하는 엄격한 장례인데, 어렵사리 관속에 넣은, 여인의 성정이 참으로 애처롭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를 가졌는데, 얼마 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남편 이웅태 공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 때가 31살이었다.
원이 아버지께 사뢰어 올립니다.
머리가 새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나는 어떻게 살라고, 당신이 먼저 가십니까?
매양 당신에게 말씀 드렸소!
남도 우리같이 사랑할까요?
어찌 그런 생각은 아니하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이승에서 이룰 수가 없으니, 어서 나를 데려가 주소!
자식에게 누구를 아비라 할까요?
이런 천지 아득한 일이, 하늘아래 또 있을까요?
서러움이 그지없어 다 못하고 대강만 썼소!
이 편지를 보시고, 꿈에라도 현몽을 하시요!
병술년 유월 초하루
초혼(招魂) 소월 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
끝내 하지 못하고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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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I9tw7Z4q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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