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 문학동네
년 초애 도서관에서 받아온 세 권의 책 중에 한 권이다. 최근에 잘 읽지 않던 수필집을 신청했다. 제목에 끌려서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고 무엇을 본다는 것일까? 무슨 선불교의 화두와 같은 제목이다.
토성의 달인 타이탄을 연구하여 박사가 되었고, 지금은 달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의 글을 모은 것이다. 천문학자의 글을 읽었지만 나는 인기 없는 순수과학을 연구하고 그 분야에서 학위를 받고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당연하게 잘 모르는 분야이므로 배운 것들도 많이 있다.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대부분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것을 작가의 언어로 표현하는데, 설득력이 있고 동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중에 "우주"라는 단어에 관한 것이다. 우주는 '유니버스', '코스모스'와 '스페이스' 등으로 말한다. 구분해보면 이렇다.
유니버스 universe
우리가 은하니, 성단이니 얘기할 때 사용하는 '우주'는 '유니버스'다. 별과 먼지와 행성과 우리 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과 상황과 환경이다. 유니버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그 자체로서의 우주다. 별까지의 거리, 성운의 크기, 가장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 은하의 나이, 우주의 크기 등을 구하는 것을 두고 '우주를 측정한다'라고 표현하는데, 천문학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분야다.
코스모스 cosmos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우주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어버릴 텐데, 다행히도 우주의 먼지는 모이면 구름이 되고, 구름이 꼭꼭 뭉쳐 별과 행성을 만들어내고, 별은 제 안의 연료가 소진되면 남은 것을 폭발적으로 내어놓으며 다시 우주에 먼지를 공급한다., 별이 모이고 모여 성단을 이루고, 은하를 이루고, 은하단을 이룬다. 밤하늘의 별은 흘러가고 행성은 때때로 역행했다 다시 순행한다. 일식과 월식은 예측에 맞게 일어난다.
스페이스 space
컴퓨터 자판에도 있는 '스페이스'는, 자판에서와 다름없이 '공간'으로서의 우주다. 특히, 인류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과 같은 인공물체를 보내 탐사하는 공간을 칭한다. 지구 주변의 환경과 그곳에 존재하는 플라즈마 등의 입자를 연구하는 분야가 '우주과학 space science'이다. 인공물체가 도달한 우주 공간의 범위는 지난 40여 년간 크게 확장하였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40~41쪽 (내 맘대로 정리)
나는 논문을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내용인데, "과학 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 we'라고 칭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확인해보니 정말로 그렇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발명과 발견은 거인의 어깨를 딛고 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그런 이유로 자기 발명품에는 특허권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억이 맞는다면 피뢰침을 발견(명)한 사람의 말로 알고 있다. 어쩌면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논문에서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발견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세상의 일이 어찌 나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논문을 쓰고 또 인용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해야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도 마치 내 글인 양 애정을 가지고 대할 것이고, 직접 쓰더라도 책임을 지고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천문학자가 별을 보지 않으면 무엇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