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르르릉
“예”
“지금어디세요?”
“용산역입니다.”
“그러시면요 나진상가 17동 가열 222호”
“천천히 불러주세요 지금 적고 있으니까요.”
“가는 역 역삼이고요. 전화번호 00 4231 4989, 요금은 7천원이에요”
“예 알았습니다.”
나는 회사에서 불러준 대로 적은 운송장을 들고 불난 집 구경 가는 사람처럼 빠른 걸음으로 주문처를 찾아가서 외쳐 됐다.
“지하철 택배입니다.”
“예 이쪽으로 오세요.”
여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 해 주면서 주소가 적힌 물건을 건네준다.
“배달 받을 사람에게 전화를 해 주시겠습니까 주소만 가지고는 찾아 가기 힘들거든요.”
여직원은 배달지의 전화 버튼을 누른다.
“저를 직접 바꿔 주십시오.”
주인에게 전화기를 건네받은 나는 가는 길을 상세히 물어 본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떠났다가는 길 찾느라 예를 먹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안녕 하세요 지하철 택배원인데요. 역삼역 몇 번 출구로 나가서 어디로 가야 합니까?‘
“2번 출구로 나와서 100m정도 직진으로 오면 국민은행과 쎄븐일례분 사이 골목길이 있거든요 그 골목으로 한참 들어오면 알파문구가 있어요. 그 알파문구 건너편2층이에요.”
“2층 몇 호실 누구를 찾아가야 합니까?”
“그냥 거기로 오시면 됩니다.”
“예 감사 합니다. 잠시 후 뵙겠습니다.”
나는 그리 무겁지 않은 전자제품을 들고 중앙선을 타고 옥수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교대역에서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탈 예정으로 한강다리를 건너며 고고히 흐르는 한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지금 어디쯤 가고 계세요?”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바꿔 타려고 3호선 옥수역을 막 지나 한강다리를 건너고 있는데요.”
“왜 그렇게 하셨어요. 신용산역에서 사당역까지 가서 막바로 2호선으로 바꿔 타는 것이 훨씬 빠른데요.”
“아 그렇군요. 그 생각을 미처 못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요?”
“말씀 하세요.”
“역삼역 끝나고 대림역에서 7호선을 타고 가산디지탈단지역으로 가셔서 010 4231 4989번으로 전화 하세요 요금은 만원입니다.”
“예 임무 수행하겠습니다.”
역삼역 배달을 마친 나는 가산디지탈단지역을 찾아가기 위해 다시 2호선을 타고 간다. 나는 야 지하철 배달원 65세를 같 넘긴 새내기 어르신이다. 수도권에 지하철 망이 확충 되면서 새롭게 생겨난 일거리가 지하철 배달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 6년 전부터 시작된 사업이라고 하는데 나 같은 노인들에게 인기 있는 직종이다 물론 돈 벌이야 턱 없이 안 되지만 어차피 놀고 있어야 할 노인들에게 이만한 일거리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지하철 배달 일을 하게 된 동기는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어느 신문사 기자께서 지하철 배달원의 하루 일상을 다룬 기사를 보고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 기사 내용은 그날의 취재 대상 할아버지는 젊어서 꽤 잘 나가는 어느 회사 중견 간부급으로 근무했었고 한다. 은퇴하고 자식들 다 떠나고 두 늙은이만 남아 생활하면서 아무 하는 일 없이 매일을 보네다 보니 무료하기 짝이 없어 지하철 배달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네나”하고 하루 보네는 일을 심란하게 생각하기 일쑤였는데 우선 이 일을 시작하고 보니 하루 일거리도 생기고 우선 지하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하게 되니 무엇보다도 건강이 좋아 지더란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로 잘했던지 못했던지 내 젊은 날은 다 지나 버리고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생을 마감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인데 한 삼사일 앓고 누어있다.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라는 것이다.
나는 지하철 배달 경력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내가 속해 있는 현대 지하철 택배회사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 20여명이 함께 일하시는데 경력이 4·5년 되신 분도 수두룩하다. 그 분 들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여 각자 배치된 지하철 장소로 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 배치된 역부터 전화 혹은 문자로 배달지를 지시한다. 오늘 나에게 떨어진 배달지는 1호선 독산역에서 2호선 신림역 까지다. 그렇다면 꽤 가까운 거리라 배달 요금 역시 7천원이다. 불러준 전화번호로 위치를 확인한 나는 물어물어 찾아간다. 그런데 전화로말해준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금천교를 건너오라 했는데 처음 와 보는 길이라 오른쪽으로 건너야 하는지 왼쪽으로 건너야 하는지 알 수 가 없고 올라가는 계단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날씨 까지 궂은 탓에 인적까지 드물어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런데 때마침 공사장 경비원이 보인다.
“금천교를 건너야 하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합니까?”
그 사람은 한참을 두리번거리더니
“저쪽이요.”
라고 말하는데 그 자신도 확실히 모르면서 어림짐작으로 가리켜 주는 것 같다. 나 역시 저 사람 말을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서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해 준 것과 달리 다른 길을 선택 할 수도 없어 그 길을 따라 가 보았다. 그런데 그 분은 길을 잘못 가르쳐 줬다. 그 사람이 가르쳐 준 길은 더 험난한 길이었고 반대편 왼 쪽 길은 잘 닦여진 순탄한 길이 또 있었다. 아무튼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빙 돌아 높은 계단에 올라서니 안양천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찬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니 안양천 산책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건널목 2개를지나 다리를 건넜는데 이번에는 대규모 중장비가 동원된 공사판이 가로 막고 있다. 찾아가야 할 곳은 주공아파트 12단지 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먼 곳에 1201이라는 아파트 동이 보인다. 저곳이 아마도 주공아파트 12단지 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곳을 찾아가기 위해 건널목을 다시 건너야 한다. 만약 금천교를 건너오기 전에 왼쪽 길을 막바로 선택 했더라면 횡단보도를 또 다시 건너지 안 해도 되는 것이었다. 좀 더 가깝게 가는 길이 없나 살펴보니 조그만 공원이 보인다. 틀림없이 아파트 쪽을 향해서 공원 출입구가 있을 것이다. 라는 짐작을 하고 공원을 가로 질러갔다. 역시 생각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서니 내가 찾으려는 동 번호가 보이지 않는다. 저 높은 건물 옆면에 동 번호가 적혀 있으니 한참을 돌아가 고개를 높이 쳐들고 봐야 하는데 그것도 정면으로 쳐다봐야 숫자를 읽을 수 있다. “여기가 1207동이니까 1221동을 가려면 18개동을 지나면 되겠지” 라고 짐작을 하고 동 호수를 계산하면서 지나가는데 짐작과는 다른 중구난방 식으로 번호가 나와 찾을 수가 없다. 짓궂은 날씨 탓에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만나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글쎄요 나도 여기 처음 오는 사람이라서” 라고 말한다. 이렇게 고생하며 한참을 해매고 보니 경비실이 보인다. “도대체 이놈의 아파트는 왜 이제야 경비실이 나타나는 거야” 투덜거리며 경비아저씨에게 물었다.
“저 쪽 방향으로 한참을 더 가세요.”
경비 아저씨가 가리켜 주는 쪽은 길이 없는 아파트 숲 사이를 어림짐작으로 가리키고 있으니 쉽게 찾아갈 자신이 안 선다. 아무튼 그 쪽 방향으로 돌고 돌아 한참을 더 해맨 끝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지하철 배달원이 이렇게 고생고생하며 찾아 왔지만 택배원이 고생한것과 택배를 부탁하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고객 앞에서 짜증을 내거나 찡그린 얼굴을 해서서는 아니 되며 웃으며 친절히 “택배를 부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지하철 배달원입니다.”
“안영하세요. 그렇지 않해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친절히 맞이해 주는 주인아주머니가 고맙다.
“여기 약도에 적힌 장소로 배달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내요 전화해서 물어 볼 필요 없이 약도대로 찾아가면 쉽게 찾아 갈수 있겠네요.”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금천교 공사판에 핼맷을 쓴 인부들이 궂은 날씨에도 열심히 일들을 한다. 그들이 이렇게 궂은 날씨에도 열심히 일하는 것은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의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 하므로 해서 우리 국토는 나날이 발전되어 갈 것이다. 약도에 그러진 대로 신림역 6번 출구로 나왔다. 그런데 약도에 그려진 우리운행이 보인다.
“가까워서 좋구먼.”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회사에 “일 끝났습니다.” 라고 전화해 줄까 생각하고 건물을 쳐다보니 약도에는 분명히 3층으로 오라 했는데 지금 내가 쳐다보는 우리은행 건물은 2층인 것처럼 보이는데 다시 쳐다보면 3층 건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건물을 한 바뀌 빙 돌아 봤다. 그런데 뒤편에는 주자장이 있을 뿐 올라가는 계단이 역시 없다. 별수 없이 전화를 했다.
“지하철 배달원인데요. 여기 우리은행 앞이거든요 그런데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어요.”
“왜 없어요. 그럼 거기 계세요 내려갈게요.”
“예 알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한 나는 은행 안으로 들어가 직원들이 일하는 책상을 스치고 뒤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어디가 몇 층인지 알 수가 없다 하여튼 계속 올라가니 옥상이 나온다. 다시 한 층을 내려와 여기 저기 살펴봐도 직원식당 이니 휴게실이니 그런 방만 보이고 배달해 줘야 할 만한 사무실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내려와 은행사무실을 지나오는데 직원이 “왜 거기서 나오십니까?”라고 놀라 쳐다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잘못 찾아와서요.”
밖으로 나온 나는 다시 전화를 했다.
“왜 나오신다고 해 놓고 안 나오세요 3층에 올라 가 봤더니 사무실이 없어요.”
‘무슨 소리 하는 것에요 사람을 내려 보냈는데 아저씨 지금 어디 계세요?“
“우리 은행 정문에 서 있는데요?”
“어느 우리 은행이에요.”
“신림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우리은행 앞이에요”
“6번 출구는 맞는데 그 은행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신림역 6번 출구 우리은행 말고 다른 우리 은행이라는 말인가요?”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우리은행이 한 두게입니까?”
듣고 보니 당연히 맞는 말인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으로는 어처구니없다.
“그럼 어느 우리은행 말입니까?”
“롯데백화점 뒤쪽에 있는 은행이에요.”
“그럼 롯데백화점을 찾아가면 되겠네요?”
“그래요.”
“그런데 롯데백화점은 어떻게 찾아갑니까?”
“6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으로 쭉 걸어오시면 롯데백화점이 있고요 뒤편에 두원 빌딩이 있어요. 그 건물 안에 우리은행이 있어요. 그 건물 3층으로 올라오세요.”
전화를 끊고 보니 허탈한 기분이다. 사방을 살펴봤다. 롯데 백화점은 보이지 않는다. 별수 없이 물어야 한다. 그런데 길을 물어도 아무에게나 물어서는 아니 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면 “저도 처음길이라서” 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엉뚱 한곳을 가리켜 고생을 시키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노점을 하는 주인이나 야쿠르트 아주머니 오토바이 타는 사람 등등에게 물어야 한다. 다행이 아주 예쁜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만났다.
“롯데 백화점을 어디로 갑니까?”
“저 쪽으로 쭉··· 내려가세요.
그리 먼 곳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걸어 내려갔다. 그런데 롯데 백화점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길을 잘못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또 물었다. 그래도 더 가란다. 한참을 더 내려 가니 커다란 네거리가 나온다. 역시 백화점은 보이지 않는다. 또 물었다.
“저 쪽 왼쪽을 보십시오. 저 쪽이 롯데 백화점입니다.”
가리키는 쪽 왼편 건너 멀리 롯데 백화점이 아스라이 보인다. 세상에 지하철에서 이렇게 먼 곳에 롯데백화점이 있을 줄이야 약도만 보고는 상상인들 할 수 있었겠는가. 약도를 그리려면 거리도 감안하여 중간 중간 큰 건물이랄지 혹은 가리표시 정도는 그려줘야 약도를 보고 찾아 가는 사람이 알아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신림역 바로 옆에 롯데박화점을 그려놓고 우리은행을 그려 놨으니 당연히 역 바로 옆 우리은행을 목적지로 착각할 수밖에, 그런데 멀리 보이는 그곳은 롯데백화점 뿐 아니고 뉴욕 멘하탄을 연상케 하는 초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세상에 서울 도심지 아닌 외곽에 이런 거대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니 놀랍다.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번화가에 지하철까지 들어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곳에 지하철이 틀림없이 들어 올 것이다. 롯데 백화점을 한 바뀌 빙 돌아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었다. 목적지 건물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주는 대형 초고층 건물이었다. 초대형 건물 답게 내부는 초현대식으로 호화롭게 꾸며져 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에 들어선 나는 조용히 배달받을 사람을 찾아 물건을 공손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아저씨 약도에 분명히 롯데 백화점을 그려 줬지 않아요.”
“예 신림역 바로 옆에다 롯대벡화점을 그려 놔서 제가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출 퇴근하면서 신림역을 이용하십니까?”
“그래요. 왜요?”
“걸어서 여기 까지 오기는 좀 먼 거리 같아서요.”
“물론 버스로 환승해서 출퇴근 하죠.”
“예 잘 알았습니다. 그냥 물어 보는 겁니다.”
약간의 짜증이 나기는 했으나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공손히 인사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시계를 보니 3시가 훨씬 넘었다. 오전 10시에 주문받고 이제야 한건 처리했으니 오늘 3건 처리하기는 틀려 버린 것 같다. 맥이 빠지면서 배도 고프다. 회사에 일이 끝났다고 보고 전화도 하기 싫다. 그래도 전화는 기다려야 한다. 왼손에 수첩과 볼펜을 겹쳐 들고 오른 손에 전화기를 들고 다시 신림역을 향해 걸어간다. 그런데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를 왼쪽 어깨에 올려 고개를 젖힌 다음 받아 적을 준비를 한다. 내가 지하철 배달일 하기 전 지하철에서 본 말숙한 정장의 젊은이가 전화기를 왼쪽 어깨에 올려놓고 고개를 젖혀 전화를 받으면서 수첩에 무엇인가 적으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멋져 보였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런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어디세요.”“여기 신림동인데요.”
“일이 끝났으면 전화를 해 줘야 할 것 아녜요.”
“그것이 아니고요 오늘은 죽 쑤는”
“그런 말 하지 말고 서울대입구역으로 가서 불러준 대로 전화 하세요 가격은 7천원이고요. 지금 빨리 가세요.”
“알았습니다.”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사무실 김실장이 야속하다 이렇게 고생하여 겨우 한건 처리 했는데 빈말이라도 곱게 해 주면 울적한 기분이 조금이라도 풀어질 텐데. 하긴 심실장도 배달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실장 역시 바쁘게 일하다 보니 정황이 없어서 일 것이다. 김실장 일하는 것을 보면 혼자서 주문받으랴 주문받은 것들을 각 배달원들에게 지시하랴 전화기를 양손에 들고 잠시도 짬이 없다. 그런데 노인네들의 넋두리를 들어 줄 틈이 있겠는가. 요 며칠 전에도 일 끝났다고 보고 전화 하면서 “지금 밖에는 주먹만 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내요 이런 날 애인하고 데이트해야 하는 것 아네요?” 라고 말 했다가 “나는 그런 한가한 말 들을 여유가 없네요.”라고 퉁박을 받은 적도 있다. 계단을 뛰어 올라 막 떠나려는 지하철 안에 간발의 차이로 들어섰다. 온 몸이 땀에 젖어 겨울 내의를 벗어 던지고 싶은 생각이다. 오늘 기분은 다운된 상태지만 일단 일거리가 주어진 이상 힘이 솟구쳐 오른다. 그것은 신속하게 배달 받아 배달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전화를 했다.
“지하철 배달인데요. 몇 번 출구에서 어떻게 찾아가야 합니까?”
“3번 출구로 나와서 봉천고개 올라오다 보면 관악구청이 보이거든요 관악구청을 지나서 더 한참 올라오다 보면 회색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로 들어오면 되요.”
“그 건물이 몇 층 건물이에요?”
“음 몇 층 정도 되더라 한 6층 정도 되요”
“혹시 그 건물 1층에 상가 간판 같은 것 있으면 알려 주세요.”“상가는 없고요 대창무역이라고 쓰여 있어요.”
그렇다면 쉽게 찾아 갈수 있겠군. 그런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설명을 해 줄까 관악구청 건너편 길로 죽 올라오면 대창무역이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라고만 예기 해 주면 쉬울 텐데 말이다. 지하철에서 밖으로 나오니 쌀쌀하다 그러나 땀에 젖은 내의를 말리기 위해서 점퍼 지퍼를 열어놓은 상태로 숨이 헐떡거리게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올라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젊은 아가씨다.
“배달 받을 곳에 전화를 걸어 주시겠습니까? 주소만 가지고는 찾아가기 힘들어서요.”
“그러세요.”
아가씨는 전화를 건다.
“주소만 가지고 찾아 가기 힘들다고 위치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요.”“저 아가씨 그러지 말고 저를 바꿔 주세요.”그러나 아가씨는 전화를 바꿔주지 않고 계속 전화를 한다.
“구로역이구요 3번 출구로 나가면 이마트가 있는데 이 마트 바로 옆 건물 엘지 자이 2차 건물 1층 화장품가게 라고 하는데요.”
내가 직접들은 위치가 아니니 기분이 찝찝하다. 영 미덥지가 아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1층 뭐라고요”
“화장품이요.”
설명을 들었지만 다시 한 번 더 물어 보고 길을 떠났다. 퇴근시간은 더 있어야 한는데 지하철은 만원이다. 나는 웬만해서는 경로석에 앉지 않으나 오늘은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프니 앉아야 갰다.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바꿔 타고 구로역에 내려 둘러 봐도 3번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둘러봐도 역시 3번 출구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맘씨 고와 보이는 약국아저씨가 한가하게 이쪽을 쳐다보고 계신다.
“저 대단히 죄송합니다. 마는 3번 출구가 어디에요?”
“구로역에는 3번 출구가 없어요.”
“그럼 이마트 가는 출구가 어디에요.”
“이마트는 가산 디지털단지 역에 있어요. 구로역에는 이마트가 없습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이렇게 되고 보면 전화를 안 할 수가 없다.
“지하철 배달원인데요. 구로역에는 이마트가 없다고 하는데요.”
“구로역으로 가셨어요?”
“예 여기는 구로역이에요.”
“왜 구로역으로 가셨어요. 구로디지탈 역으로 오세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정말 오늘 일은 되는 일이 없구먼. 변변치 못한 아가씨 같으니라고 “직접 물어 볼 태니 전화기를 달라고 할 때 왜 안 주고 나를 이 고생을 시키나.” 다시 신도림역으로 돌아가 지하철 2호선을 기다리는데 계단을 오르내리며 뛰어다니느라 온 몸이 땀에 젖어 불쾌지수는 최고로 올라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철까지 지연되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고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우리역을 통과할 지하철이 홍대역을 막 출발하였습니다. 지연운행 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하철 이용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세상 많이 좋아 졌다. 옛날에 이런 경우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 방송까지 해 준적이 있었나. 평소에 넓어 보였던 승강장은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늘어나 꽉 매우다 못해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열차가 들어 올 때 까지 조용히 기다려 준 승객들이 위대하게 보인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 경제적으로 부강해 졌으니 의식 수준도 따라서 높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열차가 도착하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떠밀리듯 쏟아져 나오다. 지연되는 열차는 틀림없이 승객을 꽉 채워서 온다. 그렇잖아도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승강장에 만원 열차가 도착하였으니 그 상황은 상상을 초월 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하게 내리는 것을 기다렸다 승차하여 안전하게 열차가 출발하는 것을 봤을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다시 한 번 위대 하게 보인다. 그런데 바로 뒤 따라오는 열차는 틀림없이 텅텅 비어온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렸다. 다음 열차를 탈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러기 싫었다. 일분일초의 촌각을 다투며 배달해야 하는 책임감이 발동해서 이기도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의 일을 위해 뛰는 종합운동장 같은 경기장에서 뒤로 빠진다는 것은 경쟁에서 탈락당하는 기분에 그 들과 함께 떠밀려 지하철에 올라 선 것이다. 인생이란 어차피 물 흐르듯이 함께 흘러가야 하는 것이고 그 흐르는 물이란 잔잔한 물이든 굽이치는 물이든 함께 흐른는 것 아닌가. 구로디지털역에 배달을 끝내고 보니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잘 했던지 못 했던지 오늘 하루 일과를 마쳤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한다. 하루의 고단한 일을 마치고 어둠이 찾아 왔을 때 편히 쉴수 있는 집으로 간다는 것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 퇴근길은 왜 이리 마음이 가볍지 않은지 모르겠다. 오늘은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뛰었지만 두 탕 밖에 뛰지 못했다. 억울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괸 스리 오기가 발동하여 점심을 고의로 굶어 버린 것이다. 적어도 세탕은 뛰어야 하는데 두탕 밖에 못 뛰었으니 그 대가로 점심을 굶어 버리자는 것이다. 지쳐 있는데 지하철 까지 만원이라 장시간을 서서 가야 한다. 그런데 경로석 앞에서 그리 늙어 보이지 않은 젊은 노인이 소리소리 지른다.
“젊은 여자가 왜 여기 앉아 있는 거여?”
쳐다보니 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여자가 경로석에 않아 있는데 그 자리에 내가 앉을 테니 비키라는 노인의 소리인 것이다. 두 여자 중 한 여자가 자리를 비켜 준다. 그 노인은 앉으면서 앉아있는 나머지 여자에게 까지 소리소리 꽥꽥 지르며 호통을 친다. 그 여자도 얼른 잃어나 버린다.
“젊은 임산부는 앉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뭐”
“그거야 어떻게 압니까? 임신초기에는 겉으로 봐서 모르지 않습니까?”
“·······”
“그렇지 않습니까? 어르신. 왜 대답이 없으세요.”
나는 그 노인이 못 마땅하여 시비를 걸려고 계획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그 노인은 자신의 행동이 썩 잘 한 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묵묵부답이다.
“저분들은 여기에 젊은 사람이 앉으면 안 되는 줄 모르고 않은 거예요.”
안쪽에 앉아 있는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가 그 노인이 궁지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노인의 편을 들어 말한다. 참 가제는 개편이라고 하더니 영락없는 그 꼴 되고 말았다. 나는 자리를 비키라는 그 노인네가 밉살스러워 다시는 무례한 행동을 못하게 버릇을 고치려는 참이었는데 그 할머니가 개입하는 바람에 더 이상 참견하지 아니했다. 몇 년 전만해도 지하철 경로석에 대한 관념은 별로 없었다.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을 위해 자리를 비워 둡시다.” 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노인들이 앞에서 얼쩡거리면 그 때에야 마지못해 양보해 주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요 근례에 와서는 경로석은 아예 비워두고 앉을 생각을 안 한다. 지하철 승객들의 의식 수준이 그 만큼 선진국 국민다워 졌다. 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왕 앉아 있는 젊은 사람을 내 쫒아 버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은 노인을 보면 좀 얌체스러워 보인다. 언젠가 뉴스에 나온 예기 인데 어 떤 노인이 경로석에 앉아 있는 젊은 사람에게 내가 그 자리에 앉을 태니 비껴달라고 했단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비껴주지 아니하고 버티고 있었다나, 그래서 싸움이 붙어 경찰서 까지 가게 됐다는데 그 젊은이의 주민등록증을 보니 경로석에 앉을 나이가 이미 되어 있었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를 노리는 족속들이 또 있다. 자리가 났다 하 면 슬라이딩하여 커다란 엉덩이를 들이미는 억척 아주머니도 아니고 바로 양쪽 귀에 래시버를 꽂고 모니터를 쳐다보며 깨임에 열중하는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개임에 열중하면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자리가 났다하면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가 바로 앞에 서 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매가 먹이를 채가듯이 슬라이딩해 들어와 앉아 버린다. 그리고 개임 삼매경에 빠져버린다. 이들은 게임에 달련된 두뇌라서 여러 사물을 동시에 판단하여 처리해 버리는 탁월한 두뇌를 가진 능력자 인지 모른다.
#
나는 수원 성균관 대 역에서 출근한다. 서울 남영역 까지는 1시간정도 걸리는데 8시 반까지 시간을 맞추려면 역에서 7시 반에는 열차를 타야 하고 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30분 정도니까 집에서 7시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서울지하역이 아닌 서울역 까지 가는 급행열차가 있었다. 그 열차를 타 보았다. 그런데 참 기가 막힌 열차였다. 성균관 역에서 30분 만에 서울역에 도착하고 바로 지하통로를 이용 서울지하역에서 1호선을 타고 남영역까지 가면 딱 절반의 시간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급행열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서 조금더 여유를 부려도 되고 사무실도 조금 빨리 도착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늦잠을 자고 말았다. 역 까지 20분을 걸어야 하는데 15분밖에 여유가 없었다. 생각하고 말고 없이 고양이 세수로 얼굴에 물만 묻히고 난 다음 후다닥 옷을 걸쳐 입고 아침은 어제 가방 속에 넣어둔 빵 한 봉지로 열차 안에서 때울 생각으로 성균관대를 향해 들입다 뛰었다. 영하의 추운날씨에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뛰다 보니 증기기관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같은 입김이 푹푹 나오면서 숨이 차올라 뛰는 것을 멈추고 싶었으나 열차를 꼭 타야 한다는 일념으로 계속 달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앞서 가던 젊은 청년이 피워대는 담배연기 까지 마셨더니 더욱 고역이다. 이렇게 뛰어서 열차 승강장에 도착해서 보니 아직 7분여의 열차 시간이 남았다. 빠른 걸음으로 20분 걸리는 시간을 단 13분 만에 달려버린 것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침밥이나 먹고 나올 걸 후해도 되지만 열차를 놓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승강장에는 급행열차를 타려는 많은 사람이 들어차 있었다.
“저 대단히 죄송합니다. 마는 말씀 좀 묻겠습니다.”
잘 생긴 젊은이에게 묻는데 그 젊은이는 친절하게 가르쳐 줄 태니 물어라 라는 식의 웃음 띤 얼굴로 쳐다본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천안행 급행열차가 있습니까?”
“글쎄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아 그렇습니까? 가는 급행은 있는데 오는 급행은 없다. 그러면 용산 천안 간 급행열차가 이곳에 섭니까?”
“안 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 젊은이는 그런 열차가 없어서 자신도 불만이라는 듯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 한 얼굴 표정이다.
이렇게 출근하여 사무실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다른 배달원들은 벌써 출근하여 커피들을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참 부지런들 하시네요.”
“춥지 않으세요?”
“왜 안 추워요. 매우 추워요?”
“ 여러분들은 안 춥습니까?”
“우리도 추워요.”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조심들 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어제 번 돈 입금하겠습니다.”
“나는 2십5만 원씩이나 벌었는데 다른 분들은 많이 벌었습니까?”
“뭐 보통 그 정도는 벌어야 지요.”
그런데 2십오만 원을 벌었다는 말은 2만5천을 벌었다는 말이다. 7천원 8천 원짜리 배달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시간정도이니 하루 3탕 4탕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계산이 나오는 것 아닌가. 사실지하철 타고 오가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어떤 때는 버스까지 타야 하는데 버스 기다리는 시간 등등을 합하면 7천 원짜리 배달을 하면서 4시간 5시간을 허비 하는 때도 허다하다. 그리고 버스비 천원을 더 얹어 주는데 왕복버스를 타는데 천원만 주는 이유는 버스에서 내려 배달해 주고 30분 내에 다시버스를 타면 환승요금이 적용되어 천원으로 왕복할 수 있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금 계산을 할 때 지하철 거리로 환산 할 것이 아니라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는 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해야 공평하지 않을까 노인네가 숨을 헐떡거리고 서너 시간 걸려 배달해 주고 “7천원이요”라고 말했을 때 “지하철 배달이 왜 이리 비쌉니까?”라고 말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아무 말 안 해 버리는 것이 속 편하다. 건강이 허락지 아니하여 하루에 7천 원짜리 한탕으로 일을 마치는 노인도 있다. 혹자는 “7천원을 벌어서 어디에 쓰려고” 라고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7천원은 참으로 요긴한 돈이 된다. 사랑하는 손주에게 천원짜리 사탕한 봉지를 사주고 싶은데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다. 그랬을 때 7천원의 가치는 정말로 큰 위력을 발휘 하지 않은가?
“그럼 저 먼저 떠납니다.”나는 잡담에 열중하고 있는 그 분들을 뒤로하고 용산역으로 간다. 용상역이 나에게 배정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충무로역도 있고 잠실역도 있고 각자 배치되어 나간다. 충무로역에 배치되어 본적도 있는데 그곳은 영화관계 설치물이 많아 볼거리가 많아 좋기는 한데 공사 중이고 추운날씨는 견디기가 좀 어렵다. 반면 용산역은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현대적인 건물로 따뜻하고 TV도 여기 저기 설치되어 전화오기 기다리며 시간보네기 좋다. 그런데 노숙자 들이 TV앞을 점령해 버려 그 들과 함께 앉자 있는 것도 쉽지 않은 터라 역 2층 문화세터 앞에 설치된 안락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곳 역시 노숙자들이 하나씩 점령해 들어오니 문화센터 관계자들이 단속하는 바람에 덤으로 노숙자로 몰려 쫓겨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찾아 낸 곳이 7층 대형 서점이다. 이곳은 참 따뜻하다.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 안락의자에 앉아 독서에 열중하고 있으면 서점 직원인들 탓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냥 독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오기를 기다리며 한손에 받아 적을 수첩과 볼펜을 그리고 다른 손은 전화기를 들고 대기 하면서 독서도 한다. 그런데 첫 일거리가 나오자 말자 바로 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10시 넘어서 배정된다. 오늘 하루 두 탕을 뛰고 보니 5시 30분이 되어 있었다. 오늘 역시 두탕 밖에 못 하는 구나하고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전화가 온다.
“가는 곳 4호선 수유역이고요 과화문 까지 에요 요금은 7천원이고요.”
“알았습니다.”
찾아 간곳은 보통 뷔페식당이었다. 식당이라서 음식 배달을 시켰을 것이라고 보통으로 생각하며 들어서는데 풍겨 나오는 맛있는 고급요리 냄새가 배고픈 지하철 배달원의 코를 자극한다.
“전화번호 적고 확인서 하나 받아.”
주인인 듯 한 사람이 그 부하정도 되는 사람에게 지시하듯 말 하는데 저 말이 무슨 말인가 궁금하여 멀건이 쳐다보고 있으려니 돈 다발을 배달시킨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국 돈이 아니고 일본 앵화라는 것이다.
“돈을 배달시키려고요?”
“·······”
생소하여 물어 보는데 그는 대답대신 고개만 까닥 거리고 돈 뭉치를 박스에 담으며 확인하라는 것이다. 지하철 배달원이 배달해 주는 물건이라 해 봤자 기껏 서류봉투나 값나가지 않는 물건들이 태반인데 돈을 배달하라니 이것은 지하철 배달원에게는 격에 맞지 않은 과분한 일이 주어진 것이다. 이런 경우를 만났을 때 혹시 범죄 같은 곳에 연루 될까 두려워 거절 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겠다고 허락했다. 왜냐 하면 이것을 배달해 주고 나서 어떤 문제가 발생된다 한들 나는 그져 지하철 배달원으로 직무를 수행 했을 뿐이라는 사실만 말 하면 될 것이고 그렇다면 기껏 배달해 준 것에 불과한 지하철 배달원에게 까지 죄를 뭇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해 줌으로 해서 재미있는 일을 체험해 보는 것 또한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지 말고 박스에 담아 밀봉해 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닙니다. 직접 해어보세요”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다발이네요.”
“확인 하셨죠?”
“예 확인했습니다.”“그럼 확인서 써 주세요.”
“확인서는 무슨 확인서입니까? 안전하게 배달해 드릴 태니 저를 믿고 맞겨 보십시오.”
“·······”
그 는 아무 말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그러라고 한다. 만앵짜리 17다발이면 한 다발에 100장씩 잡고 한 다발에 한국 돈 일천만원이 되는 것이고 그렇면 후 1억7천만 원? 이 큰돈을 생면부지의 지하철 배달원에게 맡기다니? 그리고 다발만 확인했지 한 다발이 100장인지 여부는 확인을 안 했으니 한 장만 빼내도 내 일당은 충분히 되고도 남지 않은가?. 그런데 의심 없이 선뜻 맡기는 그 들이 무슨 배짱인가? 혹시 나를 범죄에 이용하려는 음모가 있지 않나 생각도 들어간다. 그러나 설마 사람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배짱이 생겨 개의치 않기로 했다.
“배달지를 않으켜 주십시오.”
“배달지는 여기입니다.”
매모지 같은 종이에 적힌 것은 전화번호가 전부다. 직접전화해서 물어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친절하게 음료수 까지 한 병 같다준다. 음료수 말고 먹을 것을 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며 찾아 갈 곳에 전화를 걸었다.
“지하철 배달원인데요.”
“예 광화문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서울경찰청 앞으로 오세요.”
“그리고요?”
“일단 거기로 오세요.”
“알았습니다.”
앵화 17다발의 무게가 제법 묵직하다. 광화문역에서 1번 출구로 나와 시민회관 뒤편으로 해서 서울경찰청앞에 이르렀다. 검은색 정장을 한 두명의 청년이 나타나더니 경찰청앞에서 보초를 서는 전경들이 눈치체지 않게 귓속말로 “저를 따라 오세요.”라고 말하고는 사직공원 쪽으로 대리고 가다말고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가더니 가로등이 환히 밝혀진 곳에서 멈춘다.
“여기서 배달물품을 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번호를 말해 보세요?”
“010 4231 4989입니다.”
“여기 인수자 난에 이름을 써 주시겠습니까?”
“예 됐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무사히 안전하게 거금이 들어 있는 박스를 인수해 주고 그 자리를 떴다. 도대체 저돈은 무슨 돈일까? 범죄에 관계된 돈? 아니면 마약자금? 또 아니면 뇌물? 신고를 할까? 여러 가지 의문점을 않은체 나는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랐다.
#
지하철을 타다보면 선반위에 올려있는 신문을 수거하여 일당벌이 하는 노인들이 수두룩하다. 키도 크고 건강한 노인네는 척척 걷어 들여 열차 한 칸 치우는데 뚝딱인데 다리도 성치 않으면서 키 까지 작은 노인네들의 신문 걷어 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어설퍼 보인다. 저렇게 해서 하루 얼마를 벌까? 싶을 정도다. 다리도 성치 않으면서 키가 작으니 손에 들고 있는 신문을 의자에 놓고 밟고 올라서 집으려니 그래도 저 안쪽에 놓여 있는 신문은 포기해 버리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 노인은 하루 천원을 벌든 오천원을 벌든 일없이 멍청히 하루 보내는 것 보다는 이렇게라도 활동을 하고 나 다니는 것이 훠씬 좋아서 일 것이다. 그런데 노부부가 함께 신문 걷는 일을 하는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을 보는 경우도 있다. 그 노부부는 자식들 다 떠나고 두 늙은이만 달랑 살면서도 부부간의 금슬이 좋으니 이런 신문 걷어 들이는 일도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부부가 항상 붙어 다니며 함께 일한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삶으로 여생을 보내는 것인가. 모든 노인들이 이 부부처럼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또 있었다. 의정부를 가면서 1호선 종각역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내가 앉은 자리 건너편에 노숙자 형색의 허름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내 오른쪽 옆자리에 역시 허름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열차는 종로3가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3호선과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자리가 비워지고 있었다. 순간 내 옆자리의 허름한 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건너편자리의 허름한 남자 옆에 달랑 앉으면서 그 남자의 팔짱을 껴 않는다. 이런 장면은 보통의 경우 흔하게 벌어지는 이야기 거리도 되지 않는 장면이다. 그런데 왜 이런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이야기를 하려 하는가하면, 행복이란 삶의 질과는 무관하다고 모두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행복이란 사랑으로부터 온다고 본다. 그것은 자신의 배필을 사랑하면서 존중하고 배려 해 주려는 마음의 자세가 행복의 근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배필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려는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만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절재하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힘든 일을 할 때 그 것이 안타까워 도와주려는 마음 담배 피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담배를 끊어주는 남자 이런 사람이 행복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배필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자신이 행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절제하려는 마음이 없으니 함부로 행동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불행의 씨를 만드는 것 밖에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사랑이란 행복의 근원이다. 라는 말이다.
시간은 아직 오후4시쯤이니 한탕 정도는 더 뛸 수 있다. 배달을 마치고 대기 장소인 용산역으로 가는 열차에서 전화가 온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하니 그만 하시고요 다음 토요일에 년말파티가 있으니 알고 계십시오.”
“아 그렇습니까? 열일을 젖히고라도 참석해야죠.”
“추운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주말 잘 보내세요.”
“예 감사합니다. 실장님도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만나요”
“예···”
예! 하고 대답하는 실장님의 목소리가 유난히 행복해 보인다. 그러면 용산역에 내릴 필요 없이 이 열차로 바로 성균관대역 까지 가면된다. 다행이 이 열차는 천안을 향해 가는 열차다.
#
대부분의 경우 배달할 물건이 가벼운 경우가 흔하지만 어떤 때는 무게도 나가고 덩치가 큰 것이 걸리는 수도 있다. 오토바이 퀵을 부르자니 요금이 더 비싸서 상대적으로 싼 지하철 택배를 부르는 것이다. 이런 경우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은 참으로 힘겨운 일일 것이다. 부피도 크고 무게도 나가는 물건을 낑낑거리며 들고 우측통행으로 통로를 따라 가는데 좌측통행을 해 오는 사람과 부딪치면서 허비해 버린 간발의 시간 차 때문에 열차를 놓여 버리는 수도 있다.. 516후 부터 좌측통행이 시행되고부터 “차는 우측통행인데 사람은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라는 규칙이 맘에 안 들어 했는데 요즘에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니 참 다행이다. 그런데 현실은 사람들이 우측통행방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통로를 따라 가는 사람들의 통행방식을 지켜보면 반 정도는 우측통행이고 좌측통행인데 정상적으로 우측통행을 하는 사람들 역시 의식적으로 우측통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적으로 우측통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좌측통행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양쪽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다가 만났을 경우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앞 사람과 마주 칠 무렵 제 빠르게 양보하면서 뒤 따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한 줄로 형성되어 아무 문제없이 통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양쪽 열차가 동시에 들어와서 사람들을 쏟아 내어 그 사람들이 환승계단에서 만났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살펴봤다. 그랬더니 이것은 문제가 심각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 오르는 사람 모두 좌측 우측 개념 없이 계단 전부를 차지하면서 콩나물시루를 형성하면서 가다가 계단 가운데서 만났다. 그리고는 여기서부터 좌우측으로 갈라지면서 삼각형 형태가 되는데 그러다 보니 계단에 들어선 사람은 열 명이었다고 가정했을 때 출구 쪽에는 겨우 한명정도만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오르는 쪽 한줄 내려가는 쪽 한줄 이렇게 두 줄만 통행이 이루어 진 것으로 된다는 말인데 설명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설명해 보자. 사람들이 처음부터 우측통행의 규칙을 지키며 좌측을 양보하고 계단을 오르내렸더라면 양쪽 모두 공평하게 계단통로를 차지하면서 쉽게 통행이 완료 될 것인데 양보 없이 좌측 우측 모두 차지하고 통행계단에 들어서다 보니 가운데 쪽에서 우측통행이 형성되면서 양쪽으로 갈라지다 보니 삼각형 형태가 되면서 반대쪽 좌측통행로에 들어선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는 바람에 겨우 한명정도가 힘겹게 빠져 나올 수 있다. 라는 말이다.
#
지하철 통로에 크리스마스 자선냄비가 등장하여 쨍그랑 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년말 분위기에 휩쓸린다. 내 나이 열일곱 열여덟 살 때는 내가 언제 스무 살을 먹나 하고 스무 살 되기를 그렇게 기다렸것만 세월이 흘러 나이 들다 보니 해가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다. 쨍그렁 소리를 들으며 “또 한 살을 더 먹는구나.” 라는 쓸쓸한 생각이다. 뒤 돌아본 내 인생에서 후회스런 것은 없다. 사랑도 해 봤고 자식들 다 자라 제 몫 다 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한 삶이었다. 라고 자신을 가질 만도 하지 않은가? 기자가 지하철 배달원을 취재한 노인의 말은 한 삼사일 앓고 누어있다. 저 세상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 아닌가? 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나는 죽고 난 다음 “어! 그 할아버지 어제아침에 골목길 쓸었는데.”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런 죽음이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 아닐까?
약속한 송년모임의 날이 돌아왔다. 오늘은 일찍 암치 일을 끝내고 사전 약속된 요리집으로 모였다. 각자 지정된 장소에서 일하느라 서로가 얼굴을 모르고 오늘 처음 상면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갑습니다.”
서로가 인사를 하고 난 다음 분위가 무르익어간다.
“나는 우리 택배사무실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 것이 궁금하시죠?”
“·······”
아무 말 없이 ‘그것이 긍굼 하시죠?’라고 말 하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사장님이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한 자선 사업이지 돈 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옆 사람이 말을 가로채면서 하는 말이다.
“아 그렇습니까? 하긴 내가 생각해 봐도 그럴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얼마를 사무실에 같다 주는지 알 수 없으나 나의 경우는 하루 벌어서 사무실에 같다 주는 돈이라 해봤자 기껏 만원도 안 되는데 다른 사람도 아마 이정도 수준일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은 사장님이 별도로 경영하는 총포 사업이 있기 때문인데 경노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 한 일이죠.”
“그렇다면 우리 사장님은 위대하신분이시네요.”
이런 잡답이 오고가는 와중에 키가 자리몽땅하고 야무진 인상을 가진 사장님은 이상 저상 옮겨 다니며 어르신 각자에게 술을 권하는 등 융숭히 대접을 하고 있다.
이제 이 소설을 마무리 하려 한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다른 해에 비해 눈도 많이 내려 서울 시내가 온통 눈 속에 파묻히면서 지하철이 끊어지는 등 교통대란도 발생했다 나는 평소와 같이 서울행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성균대역으로 나갔으나 폭설로 인하여 취소되는 바람에 일반열차를 타려 했으나 그 마저 운행이 중단되어 그날은 .출근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눈보라가 휘날린 그날의 성균대역 광경은 대단했다. 열차는 떠나지 않은데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은 계속 승강장으로 밀려들고 있으니 이러다가 압사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를 알아차린 역 관계자에 의해 통재되었는데 그 날 아침의 역 주변은 출근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었다.
|
첫댓글 아직 글을 배우는 입장으로써 부족한 것이 많으나.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일단 쓸대 없는 대화문이 너무 많습니다. 이야기가 짧은 단편소설에서 대화란 필요할 때, 그 역할을 가질 수 있을 때 넣는 것이지 이렇게 만용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대화문을 없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또한 첫 시작을 저렇게 대화만으로 가득 채어 넣어야 했는지 생각해 주십시오. 또한 소설 중간 중간 죽은 표현들이 많이 보입니다. 차라리 표현을 죽이고 단단한 서사로 이끌고 나가시던가, 살아 있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 소설의 죽은 묘사로는 ‘고고히 흐르는 한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따위가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사건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닌 변사처럼 줄줄줄 읊어 나갑니다. 사건을 보여 주십시오. 더욱이 단편 소설임에도 시간이 폭이 너무 넓습니다. 더욱이 시간순으로 쭈욱 배치해나서 소설의 질을 더욱 떨어트립니다.
더욱이 이 소설은 뻔하거나 전형적입니다. 좋지 못합니다.
묘사를 정확하게 하는 습관이 좋아보입니다. 앞으로 좋은 소설로 만나 뵐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