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리가 알을 낳으면 오리알, 새는 새알, 까치는 까치알, 벌레는 벌레알, 뱀은 뱀알, 개미는 개미알, 물고기는 물고기알 등 동물의 뒤에 알을 붙이면 하나의 명사가 된다.
그런데 닭은 닭알? 닥알? 달갈? 달걀?
이게 헷갈리기에 한문으로 계란(鷄卵)이라고 하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닭알' 이라고 글 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물론 '달걀'이라고 쓴 글도 굉장히 많다.
더 나아가 유식한 사람들은 한자어인 계란(鷄卵)도 쓰고.
영어로 '에그 egg'하는 것도 수두둑하고.
닭이 낳은 알이면 '닭알'이라고 쓰지 않고 '달걀'이라고 쓰는지.
국어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야 어떤 고정된 틀에 붕어빵 찍어내듯이 설명한다지만 보통사람인 나는 이해불능이기에 설명할 재간이 없다.
내 사위는 외국사람. 만약에 사위가 '닭알'을 '달걀'로 써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전혀 설명할 수가 없다.
내가 아홉살 국민학교(요즘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배운지가 올해 62년째이며, 소위 책벌레인데도 우리나라 국어공부에는 고개가 사뭇 흔들린다. 뭔소리인지를 모르겠다.
이 글 쓰는 내 책상 위에는 국어문규정집들이 여러 권 올려져 있고.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우리말을 검색한다.
예컨대 '잘생기다'가 내내 형용사로 분류했다가 올 12월 4일에 '동사'로 품사를 바꿨는지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짤막한 설명문을 읽어도 종잡을 수가 없다.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도통 없는 것인지, 어렵게 설명해야만이 질문이 없게끔 어렵게 설명해야 한다는 요령을 이미 터득했는지를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요즘 다시 국어공부를 하면서 우리 말을 우리 글로 적는다는 게 정말로 어렵다는 사실을 또 깨닫는다.
쉽게 말하자. 우리 말을 우리 글로 쓰는 학문적 연구가 아직도 미흡하고, 여러 학설이 제각각이라는 뜻도 되겠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국립국어원' 정부기관 혼자서만 국어를 연구한다는 것도 아니다. 많은 기관에서 국어를 연구한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중심이 되는 게 '국립국어원'이라는 거에 불과하다.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이 완변할까? 불완전한 점은 전혀 없을까?
한글맞춤법에서는 '원칙으로 한다'라는 문구가 뜬다. 원칙은 곧 예외도 있다는 의미이다.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이 제대로 연구되어서 하나의 통일로써 정착했으면 싶다.
국어대백과사전도 수시로 개정해서 새로운 사전으로 진화했으면 싶다.
나는 한국사람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조차도 없다. 시중에서 구입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뜻도 되겠고, 초판은 1999년에 발간된 이후로는 재판은 없다.
초판 이후에도 많은 표제어 등이 바뀌었을 터인데도 국어연구원은 뭐하는지를 모르겠다.
단어 50만 개 수록했다고 숫자나 자랑할 게 아니다.
인터넷으로 위 기관에 들어가서 검색하려고 해도 늙은이인 나로서는 그냥 답답하기만 하다.
컴퓨터를 모르거나 익숙하지 못하면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한자로 썼을 때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를 조금 검색했다.
음악(音樂), 음악(飮樂), 음악(淫樂)에서 모두 '음악'이라고 소리내야 이치가 맞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淫樂'을 '음락'이라고 글 썼다. 快樂을 '쾌악'이라고 소리내지 않고 '쾌락'이라고 소리내는 요인이 무엇일까?
이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설명하지? 국어학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그냥 답답만 하고...
오후에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몰 4층 '반디앤루니스' 서점에 들렀다.
정말로 굉장히 크고 숱한 종류의 책이 진열되었다.
나는 글쓰기 코너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에 관한 책을 조금씩 훑었다.
'오염된 국어사전' 이윤복 지음.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한다'는 부제목이 이색적이다.
우리나라 말을 살려써야 한다며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 큰사전'은 우리말이 45%쯤이며 우리말 75,000개가 수록되었다고 '큰사전'을 두둔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립연구원'에서 1999년에 처음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은 거의 다가 한문투성이며, 일본어 단어 등이 수두룩하고 꼬집었다. 아마도 한자어가 60 ~ 65% 되지 않을까 싶다. 기타 작은 사전류는 70%가 한문표제어이다.
'자장면이 아니고 짜장면이다' 민송기 지음.
이 책도 국립국어원을 비판했다. 보통사람이 쓰는 우리 말을 엉뚱한 것들로 사전수록했다고 비판했다.
지금은 '자장면', '짜장면' 두 개가 표준어로 올렸다.
국어검정시험에 관한 아주 두꺼운 책들이 잔뜩 진열되었다.
1권당 30,000여 원짜리도 수두룩하고.
그 두꺼운 국어검정에 관한 책과 문제집을 보고는 입 짝 벌리고 책을 얼른 덮었다.
거의 다 똑같다. 내 입에서는 욕부터 부글부글 났다.
아니, 무슨 재주로 그 두꺼운 책을 다 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무슨 내용을 설명하는지를 모르게끔 빡빡한 내용들로 가득 찼다. 이런 책치고는 한자 사자숙어 등이 그득그득했다. 차라리 한문교재라고 하면 딱 알맞겠다. 일흔 살 먹은 내가, 책벌레인 내가 입을 짝짝 벌릴 정도로 짜증이 나는 국어학이라면 과연 누가 흥미를 갖고 국어학을 연구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마 이 책이 꼭 필요한 사람은 책 쓴 사람밖에 없을 게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책을 써서, 공연히 남의 기를 팍팍 죽이는지를 모르겠다. 보다 쉽게 쓴 책이 없니? 즐겁게 재미나게 흥미있게 공부하게끔 도와주는 책이 없니?
마치 우리나라 법조문을 읽는 것 같았다. 보통사람이 이해할 수 없도록 어려운 한자어로써 말을 뱅뱅 비틀어서 쓴 법조문과 같았다. 어렵게 해야만 자기네가 지식을 독점해서 굉장히 학식이 높고, 전문가인 양 해야만 돈벌이가 되는 것처럼.
나는 전혀 아니다. 제발 좀 쉽게 쓰면 안 되겠니?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충분이 읽고 글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은 없니?
어떤 카페에서는 우리말과 우리글 연구가 이런데도 한자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글이 올랐다.
왜 한자타령을?
나로서는 고개를 가우뚱.
우리말을 강조한다고 해서 한자를 배척하자는 논리는 아니다.
우리 말이 있으면 먼저 우리말을 쓰되,어려운 한자어, 한자를 덜 쓰자는 뜻이다.
문학카페에서 시를 읽는다.
'향기' 한자어가 숱하게 뜬다.
우리 말인 '냄새'는 없고 거의 다 '향기'를 쓴다. 이따금 '향내'라는 단어가 보이기는 해도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만 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냄새의 종류는 정말로 많다. 그런데 왜 '향기'를 거의 쓰는지를 모르겠다. 한자를 정말로 많아서 알아서 그런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나한테는 냄새이다. 내 시골 텃밭에는 정말로 많은 나무와 풀이 들어 찼고, 이들한테서 나는 냄새는 정말로 다양하다. 꽃 냄새는 대체로 달콤하고 은은하지만 더러는 고약한 것도 잔뜩 있다.
우리 말인 '냄새'가 있기에 한자어인 '향기'를 안 썼으면 싶다.
나는 간밤에 할아버지 제사를 지냈는데 아내가 생선을 올렸다. 물고기 냄새가 엄청나게 났다.
이 비린내를 향기라고 부를 것인가?
지난 11월 말경 시골에서 가져온 늙은 호박. 이것을 삶으면 호박 특유의 냄새가 난다. 냄새라고 말하나? 향기라고 말하나? 호박향기일까?
'글쓰기 책'을 못 읽어서 글 못 쓰는 게 아니다. 실제 경험이 없어서 글 못 쓴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생활글인 산약초재배, 꽃이 있는 농장 가꾸기, 귀농귀촌에 관한 숱한 책들이 시덥지않는 소설, 시, 수필보다 훨씬 느낌이 강하게 준다.
'비소설'이라는 책도 보았다. 소설이 아닌 글은 모두 '비소설'일 터. 그럼 나도 시가 아닌 글은 '비시', 수필이 아닌 글은 '비수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결론하자.
동물이 낳은 알을 동물과 함께 붙여서 쓰자. 어려운 맞춤법 등을 따지지 말자.
예컨대 '닭 + 알'은 '닭알'로 쓰고, 발음은 영어발음처럼 별도로 표기하자.
'학교 + 길'은 '학교길'로 하고 발음은 '학굣길'로 하자.
'숫자' 도 '수자'라고 글 쓰고 발음은 별도로 '숫자'로 표기하자.
우리나라 국어대사전도 발음기호를 도입했으면 싶다.
맞춤법, 표준발음 등이 너무 어렵다. 아직도 채 정립되지 않아서 학자마다 주장하는 학설이 다를 터...
국어사전 하나조차도 제대로 못 만들고는... 창피해서 재간도 못하는 못난 짓이나 아직도 하고...
오늘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찍 귀가했다.
2.
오늘은 동짓달 동지이다.
팥죽을 먹는 날이다. 팥죽 속에는 새알새미가 들어야만이 더욱 쫀득쫀득한 죽을 먹는다.
찹쌀가루을 물에 반죽해서 새알만큼의 크기로 때어서 두 손바닥으로 빙글빙글 돌리서 새알처럼 만든다.
팥죽 끓이면서 함께 넣어서 삶으면 아주 맛있는 새알새미가 된다. 이를 '새알'이라고 한다. 새가 낳은 알같기에.
정말로 정겨운 우리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잘생기다'가 형용사가 아닌 '동사'라라고 발표했다.
지금껏은 형용사였는데...
이해불능이기에 나는 며칠간이나 머리가 지끈거린다.
동사라면 명령형, 청유형 문장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끊임없이 일어나기에.
'잘생기오'라고 명령하나?
'잘생깁시다'하고 서로 권하며 청하는가?
어떻게 해야만 잘생기는 것인데?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어 봐!
3.
인터넷 뉴스에는 '맥반석으로 구운 계란'이란 기사가 떴다.
전북 진안군 어떤 영농조합에서 맥반석 구운 달걀을 파는데 닭알에 살충제 흔적이 있어서 3만 2천 개 쯤을 회수했단다. 맥반석으로 구운 닭알을 잘못 먹으면 살충제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니. 정말로 끝내주는 진안군의 어떤 영농조합이다.
돈벌이가 된다면 그 어떤 짓인들 못하랴 하는 심뽀인가?
이런 뉴스도 이렇게 '닭알'의 글감이 된다. 무척이나 그렇고 마음이 씁쓸하다.
나중에 보탠다.
첫댓글 네 잘 읽고 갑니다
'국어연구원'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런 글 썼네요.
몇몇 끼리끼리만... 정부기관일 터인데도... 우리나라 국어(말과 글)을 제대로 보완했으면 하네요.
세계어, 국제어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쉬운 발음과 표기법이 진화되어야겠지요. 독단이 아닌 합의와 협의로요.
국어를 너무 어렵게 가르치네요...
예전, 저는 직장 다니면서 외국인 영어회화를 공부할 때 시험보면 맨날 꼴찌, 그런데 쉬은 시간에 외국인과 잡담하는 거. 정말로 재미있지요. 쉬운 언어였으니까요. 중2의 교재정도로도 충분히 회화할 수 있었는데...
우리 말과 글도 그랬으면 합니다. 시골 촌사람도 읽어서 알 수 있는 글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