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62)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버락 오바마(56) 전 미국 대통령, 그리고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33). 세 사람의 공통점은 탐욕스러운 독서가이자, 끊임없이 추천 리스트를 발표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Books는 이 세계적 독서 멘토의 ‘공통 리스트’에 주목했다. 세 명이 모두 추천한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Books가 반복해서 소개하고 강조했던 책이기도 하다. 두 명이 추천한 책은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제임스 로빈슨 등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등 9권. 서울대 박지향·장대익 교수의 서평 등으로 이 ‘독서 리스트’를 소개한다.
빌 게이츠가 2010년부터 개인 홈페이지 ‘게이츠 노트’에 소개한 책 100여 권, 오바마가 대통령 재임 동안 추천한 책 86권, 저커버그가 2015년 ‘책의 해’(A Year of Books) 프로젝트로 추천했던 23권 중에서 겹치는 책은 많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엄지손가락을 올린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역사에 유전공학·생물학·인공지능 등 최신 과학을 접목해 문명사를 다뤘다. 두 사람이 추천한 책은 모두 9권. 이 중 8권이 번역됐다.
빌 게이츠와 오바마는 환경과 빈곤 문제에 주목했다. NYT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코드 그린’, 유발 하라리가 지난 7월 본지에 ‘여름휴가에 가져갈 단 한 권의 책’으로 추천했던 ‘여섯 번째 대멸종’을 공통으로 꼽았다. 프리드먼은 지금 세계는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상태라며 생존전략으로 ‘코드 그린’을 꼽는다. 청정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 향상, 자연보호가 필요하다는 말. 이 책이 실천적 가이드라면, ‘여섯 번째 대멸종’은 환경문제에 소홀한 인류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다. 또 두 사람은 인도 뭄바이 빈민촌을 4년에 걸쳐 취재한 르포 ‘안나와디의 아이들’도 함께 추천했다.
게이츠와 저커버그는 과학적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책에 관심을 가졌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21세기를 대표하는 페이스북이라는 IT 기업의 창업자답다. 집단 지성과 합리주의를 통해 인간사회는 앞으로도 ‘진화’하며 번영의 역사를 이어나갈 것이라 분석한 ‘이성적 낙관주의자’, 백신과 예방 접종이 실제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규명한 ‘면역에 관하여’ 등이다.
오바마와 저커버그는 책 한 권이 겹쳤다. 2015년 아시아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휴고상을 받은 중국 SF 소설 ‘삼체(三體)’. 휴고상 시상 과정에서 표 몰아주기 논란으로 잡음이 나왔지만, 오바마는 “백악관 일상이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뉴욕타임스 인터뷰)이라고 이 책을 평했다. 중국 문화대혁명과 외계생명체의 경이를 한 권에서 다룬다. 오바마는 ‘모비 딕’, 곧 국내 번역될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같은 소설을 자주 추천했다. ‘공돌이’ 게이츠와 저커버그가 논픽션을 주로 꼽은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들이 꼽은 책은 200권을 웃돈다.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CEO 등 책 읽을 시간 찾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의 선택이지만 요약본이나 개론서류의 책은 없다. 각 분야 전문가가 쓴 책만을 언급했다. 번역본 기준으로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벽돌책’도 다수. ‘독서계 멘토’들의 풍요로운 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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