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어집주(論語集注) - 3 - 팔일(八佾) - 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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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子貢欲去告朔之餼羊 자공이 곡삭례의 희양을 없애고자 하였다.
○ 告朔之禮: 古者天子常以季冬, 頒來歲十二月之朔于諸侯, 諸侯受而藏之祖廟. 月朔, 則以特羊告廟, 請而行之. 餼, 生牲也. 魯自文公始不視朔, 而有司猶供此羊, 故子貢欲去之. 곡삭례는 이러하다. 즉, 옛날에 천자가 항상 늦겨울(12월)에 다음 해 12개월의 달력(朔)을 제후들에게 반포하여 보내주었는데, 제후가 이를 받아서 조상의 묘당에 간직하였다. 매월 초에 한 마리 양을 제물로 하여 묘당에 고하면서, 요청하여 달력을 시행하였다. 餼(희)는 살아있는 희생제물이다. 노나라는 문공부터 시작하여 시삭(視朔)을 행하지 않았는데도, 그 담당 관리는 여전히 이 양을 바쳤기 때문에, 자공이 이를 없애고자 했던 것이다. 胡氏曰 周禮太史 頒告朔于邦國 左氏傳 文公十六年疏云 天子頒朔于諸侯 諸侯受之 藏于祖廟 每月之朔 以特牲告廟 受而施行之 遂聽治此月之政 竊意此周家所以一侯國而侯國所以奉王命之常禮也 餼卽特牲也 必於祖廟者示不敢專且重其事也 魯自文公六年閏月 不告朔 至十六年四 不視朔 左氏傳 疏云 此後有不告朔者 亦不復書 其譏已明以後 不復譏也 然則定哀之時 遂以不告朔爲常 故子貢以有司所供之羊爲徒費 而欲去之 夫子遂責之也 大抵處事之際有利害有是非 主於利害 則見物而不見理 主於是非 則見理而不見物 子貢之說 豈初年貨殖之心 猶未脫去歟 호씨가 말하길, “주례 태사 편에서, 곡삭을 邦國에 반포한다고 하였고, 춘추 좌씨전 노나라 문공 16년 疏에 이르길, 천자는 제후들에게 朔을 반포하고, 제후들은 이를 받아서 祖廟에 감추어둔 다음, 매월 초하루에 한 마리 희생제물로 묘당에 고하고서 이를 받아 시행함으로써, 마침내 이 달의 정사를 듣고 다스린다고 하였다. 내가 몰래 생각해보건대, 이것은 주나라 왕실에서 제후국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면서 제후국이 천자의 명을 받드는 떳떳한 禮인 것이다. 餼는 곧 한 마리 희생제물이다. 반드시 조묘에서만 하는 것은 감히 제멋대로 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또한 그 일을 중하게 여김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나라는 문공 6년 윤달부터 곡삭례를 하지 않았고, 16년 4월에 이르러서 시삭례를 하지 않았다. 춘추 좌씨전 疏에 이르길, 그 후에 곡삭례를 하지 않는 것이 있어도, 또한 더이상 쓰지 않았으니, 그것을 기롱하는 것이 이미 명확해진 이후에는 더이상 기롱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한즉, 노정공과 노애공의 시대에는, 도리어 곡삭례를 하지 않는 것을 정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자공이 유사가 공양하는 양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없애고자 하였던 것이고, 공자께서는 마침내 이를 책망하였던 것이다. 대저 일을 처리하는 즈음에 이해가 있고 시비가 있으니, 이해에 주안점을 두면, 사물을 보되 이치는 보지 않고, 시비에 주안점을 둔다면, 이치를 보되 사물은 보지 않는 것이다. 자공의 말은 아마도 초년기에 재물을 불리던 마음을 여전히 아직 벗어 제거하지 못한 것이리라! |
2 |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자공)야, 너는 그 양을 아까워하지만, 나는 그 예를 아까워한다.”
愛, 猶惜也. 子貢蓋惜其無實而妄費. 然禮雖廢, 羊存, 猶得以識之而可復焉. 若倂去其羊, 則此禮遂亡矣, 孔子所以惜之. 愛는 아까워한다는 것과 같다. 자공은 아마도 그 실체가 없음에도 함부로 허비되는 것을 아까워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예가 비록 폐지되었지만, 양이 남아있다면, 오히려 이로써 그것을 기억하여 회복시킬 수가 있다. 만약 그 양마저 같이 없애버린다면, 이 예는 마침내 사라질 것이니, 공자께서 그것을 애석해하신 것이다.
識音志 記也 記其爲告朔羊也 識의 음은 지이고, 기억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곡삭례를 위한 양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
3 | ○ 楊氏曰: “告朔, 諸侯所以稟命於君親, 禮之大者. 魯不視朔矣, 然羊存則告朔之名未泯, 而其實因可擧. 此夫子所以惜之也.” 양씨가 말하길, “곡삭은 제후가 천자에게서 명을 받는 것이니, 예 중에서 큰 것이다. 노나라는 시삭을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양이 보존된다면 곡삭의 이름도 아직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또한 그 실체도 이로써 거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자께서 그것을 아까워하신 까닭이다.”라고 하였다.
新安陳氏曰 朔受之天子 藏之祖廟 一禮行而尊君尊祖之大節得焉 신안진씨가 말하길, “朔(달력)을 천자에게서 받아 祖廟에 감추어 두는데, 일단 그 禮가 행해지면, 임금을 높이고 조상을 높이는 大節을 여기서 터득할 수 있다.”고 하였다.
朱子曰 愛禮存羊 須見得聖人意思大 常人只屑屑惜小費 聖人之心所惜者 禮 所存者 大也 주자가 말하길, “예를 아까워하여 양을 보존하는 것에서, 모름지기 성인의 뜻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통사람은 그저 자잘하게 작은 소비를 아까워할 뿐이다. 성인께서 마음으로 아까워한 것은 禮이니, 보존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크다.”라고 하였다.
南軒張氏曰 夫子之意 以爲禮雖廢而羊存 庶幾後之人猶有能因羊而求禮者 是則羊雖虛器 固禮之所寓也 玩夫子之辭意 則子貢之欲去羊 其亦隘狹而少味矣 남헌장씨가 말하길, “공자님의 뜻은 禮가 비록 폐지되었더라도 양이 보존된다면, 거의 후세 사람들 중에서 그래도 양으로 인해 예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이것은 곧 양이 비록 헛된 기물일망정, 본래 禮가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공자님의 말뜻을 음미해본다면, 자공이 양을 제거하고자 한 것은 역시 편협하고 맛이 거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勉齋黃氏曰 當時諸侯雖不告朔而羊尙在 是禮之大體 雖亡而猶有一節存也 有一節 則因此一節而復其大體 若去羊 則是倂此一節之禮去之矣 면재황씨가 말하길, “당시 제후들은 비록 곡삭례를 행하지 않았지만, 그 양은 여전히 있었으니, 이것은 禮의 大體가 비록 사라졌지만, 그래도 한 마디은 보존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 마디라도 남아있다면, 이 한 마디로 인해서 그 대체를 회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양을 제거해버린다면, 이는 이 한 마디의 禮와 아울러서 모두 제거해버리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厚齋馮氏曰 是時諸侯固自紀元 而天子所存者僅正朔 此禮蓋甚重也 후재풍씨가 말하길, “이 당시 제후들은 본래 스스로 기원을 사용하였는데, 천자가 보존하고 있던 것은 겨우 正朔(달력) 뿐이었다. 이 禮는 아마도 너무 중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 『論語古今註』曰: “告朔, 謂天子之使來告正朔也. 『周禮』: ‘太史頒告朔于邦國.’ 餼羊, 禮賓之牲也. 周衰, 大史不復至, 有司猶畜其羊. 故欲去之.” 논어고금주에 이르길, “곡삭은 천자가 곡정삭이라는 달력을 보내온 것을 말한다. 주례에 따르면, 태사가 곡삭을 제후국에 반포한다고 하였다. 희양은 손님을 예우하는 희생제물이다. 주나라가 쇠퇴하자, 태사가 더 이상 곡삭을 보내지 않았어도, 그 담당 관리는 여전히 그 양을 길렀다. 그래서 그것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