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 카드가 주는 혜택을 무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쓰기만 해도 차곡차곡 쌓인다는 각종 포인트에 가맹점 할인 혜택, 비싼 물건을 사도 부담이 덜하도록 배려해 주는 할부 서비스까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그 포인트와 할인 혜택, 얼마나 받았는가. 신용 카드가 광고하는 혜택의 이면엔 카드사가 결코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통장 잔액, 며칠이나 가세요?
이번 달도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 언젠가부터 통장은 월급이 쌓이는 곳이 아닌 카드 값을 메우기 위해 잠시 지나가는 정거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카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월급이 금방 바닥나 버린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데도 도대체 우리는 왜 ‘카드 빈털터리’를 자처하고 있는 걸까. 당장 카드 사용을 중지하자니 생활비가 빠듯하고, 이미 카드 사용에 너무 익숙해져 그것을 개선할 의지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카드가 주는 수많은 할인 혜택을 놓친다면 오히려 손해 보는 게 아닐까?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 카드』의 저자,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는 “감언이설로 포장되었지만 신용 카드는 결국 돈을 더 많이 쓰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결코 혜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카드 값 메우기에 급급한 외상 인생을 정리하고 신용 카드에게 이별을 고하라고 충고한다.
무늬만 다른 대출 서비스
지난해 9월 회사에 갓 입사한 김승호씨는 신용 카드를 사용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사회인이다. 최근 그는 3개월 만에 자동 이체되던 카드 요금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사용한 금액 외에 생각지도 않은 비용이 이자로 나가고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었던 탓이다.
리볼빙 서비스, 자유 결제, 페이 다운, 페이 플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놀랍고도 교묘한 카드사의 새로운 서비스는 카드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로 전환되어 연체되지 않고 다음 달로 자동 연장되는 결제 방식이다. 고객의 결제 부담을 줄여주고 연체되는 걸 막기 위한 특별 서비스라고 카드사는 설명한다. 페이 플랜, 자유 결제라니 이름만 들어도 매우 합리적일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무늬만 다른 대출 서비스다. 한번 카드 금액이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되면 엄청난 수수료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리볼빙 서비스의 이자율은 연 9~27%. 즉, 한 번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매월 카드 사용 원금이 쌓이게 돼 시간이 지날수록 갚아야 할 금액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리볼빙 서비스는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결제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최소 금액만 결제하게 만들어 결국 엄청난 이득을 취하는 장기 고리 대출과 비슷해진다. 실제로 신용 카드 회사는 2010년에만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현금 서비스 수익의 절반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카드 회사의 두 얼굴
직장인 정지연씨가 사용하는 신용 카드는 5개나 된다. 이왕 받는 혜택 제대로 받자는 생각으로 가장 많은 혜택이 주어지거나 많은 포인트를 지급해 주는 카드를 찾다 보니 외식, 주유, 백화점 쇼핑, 통신, 대형 마트 등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게 된 것이다. 카드를 만들 때마다 마음이 편했던 건 아니지만 돈을 쓰기만 해도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분야별로 나누어 지혜롭게 소비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단 한 번도 실질적으로 받게 되는 할인율이나 포인트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보지 않은 채 말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고지서를 펼쳐 보면서 그제야 정씨는 조금씩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보다 카드 사용은 두 배나 늘었는데 왜 적립 포인트는 그대로인 걸까. 무이자 할부금, 공과금, 해외 사용 금액, 연체료, 선불 카드 충전, SSM에서 구입한 비용 등은 알고 보니 사용 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포인트뿐만이 아니다. 할인 역시 일정한 전월 사용 실적이 있어야만 가능하며 그마저도 월별 횟수 제한, 할인 한도 제한 등으로 규제가 있어 하나하나 짚어보니 웬걸.
정작 자신이 받은 혜택은 몇 천원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결국 좀 더 할인을 받고자 만든 카드로 오히려 지출만 늘리고 있을 뿐이며, 지갑 속 카드가 늘어나면서 현금 흐름만 악화된 셈이다. 결국 따지고 보니 소비자가 받는 실질적인 혜택은 몇 천원이 최대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지금도 카드사는 광고 중이다. 지금 이 혜택을 안 받으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신용 카드의 유혹,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
1 몇몇 항목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서서히 카드 의존도를 줄여라_주유비, 통신비 등 충동 소비와 거리가 먼 항목들만 카드로 결제하며 서서히 카드 사용을 줄여나갈 것.
2 즉각적인 소비에서 인내하는 소비로 소비 구조를 바꿔라_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즉각 소비하는 대신 목표를 정한 적금을 들어 소비를 지연시킬 것. 예를 들어 12개월 할부로 냉장고를 구입하기보다 12개월짜리 냉장고를 위한 적금을 드는 목적 있는 소비를 지향할 것. 후회 없는 소비가 가능할 뿐 아니라 목표를 향한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기획_강승민 사진_강민구
여성중앙 2011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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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액, 며칠이나 가세요?
이번 달도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 언젠가부터 통장은 월급이 쌓이는 곳이 아닌 카드 값을 메우기 위해 잠시 지나가는 정거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카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월급이 금방 바닥나 버린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데도 도대체 우리는 왜 ‘카드 빈털터리’를 자처하고 있는 걸까. 당장 카드 사용을 중지하자니 생활비가 빠듯하고, 이미 카드 사용에 너무 익숙해져 그것을 개선할 의지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카드가 주는 수많은 할인 혜택을 놓친다면 오히려 손해 보는 게 아닐까?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 카드』의 저자,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는 “감언이설로 포장되었지만 신용 카드는 결국 돈을 더 많이 쓰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결코 혜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카드 값 메우기에 급급한 외상 인생을 정리하고 신용 카드에게 이별을 고하라고 충고한다.
무늬만 다른 대출 서비스
지난해 9월 회사에 갓 입사한 김승호씨는 신용 카드를 사용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사회인이다. 최근 그는 3개월 만에 자동 이체되던 카드 요금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사용한 금액 외에 생각지도 않은 비용이 이자로 나가고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었던 탓이다.
리볼빙 서비스, 자유 결제, 페이 다운, 페이 플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놀랍고도 교묘한 카드사의 새로운 서비스는 카드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로 전환되어 연체되지 않고 다음 달로 자동 연장되는 결제 방식이다. 고객의 결제 부담을 줄여주고 연체되는 걸 막기 위한 특별 서비스라고 카드사는 설명한다. 페이 플랜, 자유 결제라니 이름만 들어도 매우 합리적일 듯하다.
카드 회사의 두 얼굴
직장인 정지연씨가 사용하는 신용 카드는 5개나 된다. 이왕 받는 혜택 제대로 받자는 생각으로 가장 많은 혜택이 주어지거나 많은 포인트를 지급해 주는 카드를 찾다 보니 외식, 주유, 백화점 쇼핑, 통신, 대형 마트 등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게 된 것이다. 카드를 만들 때마다 마음이 편했던 건 아니지만 돈을 쓰기만 해도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분야별로 나누어 지혜롭게 소비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단 한 번도 실질적으로 받게 되는 할인율이나 포인트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보지 않은 채 말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고지서를 펼쳐 보면서 그제야 정씨는 조금씩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보다 카드 사용은 두 배나 늘었는데 왜 적립 포인트는 그대로인 걸까. 무이자 할부금, 공과금, 해외 사용 금액, 연체료, 선불 카드 충전, SSM에서 구입한 비용 등은 알고 보니 사용 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포인트뿐만이 아니다. 할인 역시 일정한 전월 사용 실적이 있어야만 가능하며 그마저도 월별 횟수 제한, 할인 한도 제한 등으로 규제가 있어 하나하나 짚어보니 웬걸.
정작 자신이 받은 혜택은 몇 천원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결국 좀 더 할인을 받고자 만든 카드로 오히려 지출만 늘리고 있을 뿐이며, 지갑 속 카드가 늘어나면서 현금 흐름만 악화된 셈이다. 결국 따지고 보니 소비자가 받는 실질적인 혜택은 몇 천원이 최대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지금도 카드사는 광고 중이다. 지금 이 혜택을 안 받으면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신용 카드의 유혹,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
1 몇몇 항목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서서히 카드 의존도를 줄여라_주유비, 통신비 등 충동 소비와 거리가 먼 항목들만 카드로 결제하며 서서히 카드 사용을 줄여나갈 것.
2 즉각적인 소비에서 인내하는 소비로 소비 구조를 바꿔라_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즉각 소비하는 대신 목표를 정한 적금을 들어 소비를 지연시킬 것. 예를 들어 12개월 할부로 냉장고를 구입하기보다 12개월짜리 냉장고를 위한 적금을 드는 목적 있는 소비를 지향할 것. 후회 없는 소비가 가능할 뿐 아니라 목표를 향한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기획_강승민 사진_강민구
여성중앙 2011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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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 맞는말이야 현금아니라고 펑펑 쓰다보면 골병든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