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선생님, 잘가세요◀
더딘 슬픔
황동규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대 불 꺼지고 연기 한번 뜬 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봄.
...............
어제 방과후강사 노동조합 부산지부 조합원
윤정아 선생님께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노동조합 초기부터 노조에 가입하고
방과후강사의 권익을 위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주변 선생님들께 알리는데 힘써셨습니다.
지난 7월 부산교육청 앞에서 피케팅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갑자기 닥친 원인불명의 급성질환으로 2개월여 만에 평소 좋아하던 가수의 야생화처럼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남기고
잊혀질 만큼의,
괜찮을 만큼의 짧은 생으로 먼길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아픔에 든든하게 곁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하고 어리석은 마음에, 밤새 뒤척이다
비바람 거센 오늘 아침에야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정아선생님,
먼훗날, 선생님을 다시 데려다 줄
그 봄이 오면
그 날에는 선생님이 그리 사랑하던 아이들이 있는
우리 방과후학교도,
동료로 친구로 함께 했던 노동조합도
선생님과 함께 꽃을 피우겠노라고...
https://youtu.be/OxgiiyLp5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