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명의에게 듣는다 (22)간질환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술 등 다양 급성 질환, 피로 등 증상 동반하지만
만성 바이러스 간염은 서서히 진행돼 자각 못하는 동안 간암 등으로 악화
대사 영향·해독 등 많은 일 하는 ‘간’ 백신접종·운동으로 질환 예방 노력을
간은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인 횡격막 아래, 오른쪽 상복부에 위치한 적갈색의 장기로 여러 체내 대사작용에 관여한다. 대표적으로 탄수화물 대사, 아미노산과 단백질 대사, 지방 대사, 담즙산과 빌리루빈(담즙 색소의 하나로 혈장 내 빌리루빈 농도가 높아지면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누레지는 황달 현상이 나타남) 대사에 영향을 준다. 또 비타민과 무기질 대사, 호르몬 대사, 해독과 살균작용 등을 한다. 이 때문에 간 기능이 떨어지면 건강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간질환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 술이나 독성 물질, 지방 또는 중금속의 과다 축적, 비정상적 면역반응 등 다양하다. 이런 원인에 의해 바이러스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독성 간염, 자가면역 간질환 등이 발생한다. 그리고 만성적인 경과를 거쳐 염증에 의해 간의 기능이 저하되는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
급성 바이러스 간염이나 독성 간염과 같은 급성기 간질환은 심한 피로감, 식욕 저하, 황달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또 드물게는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돼 간 이식을 하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만성 바이러스 간염, 지방간과 같이 서서히 진행하는 간질환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일상에서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단, 자각하지 못하는 동안 점차 간 섬유화가 누적되면서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이어진다.
간질환 유무는 병력, 진찰 소견, 혈액검사와 영상학적 검사 소견을 종합해 판단한다. 혈액검사로는 간 기능검사와 간염 바이러스 유무에 대한 혈청학적 검사가 중요하다. 간 기능검사 중 AST(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와 ALT(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는 손상된 간세포에서 나오는 효소로, 간질환이 발생하면 상승한다. 이밖에 빌리루빈은 간의 대사 기능을 대표하며, 알부민이나 혈액응고 기능을 평가하는 프로트롬빈 시간(prothrombin time)은 간의 합성 기능을 반영해 잔여 간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아울러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혈청학적 표지자 검사는 B형 혹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을 확인하는 절차다. B형 간염 표면항원(HBsAg)이 양성이거나 C형 간염 항체검사(HCV Ab)에서 양성이 나타날 경우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영상학적 검사로는 간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이 있다.
간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간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금주, 생활습관 개선, 면역억제제 등을 통한 원인 교정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만성화돼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됐다면 원인을 교정하며 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이와 동시에 복수, 감염, 정맥류 출혈, 간성 혼수 등의 합병증이나 간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간 건강을 지키려면 간질환의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A형·B형 간염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나 침 등 C형 간염 위험인자를 피하도록 한다.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으로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동현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만성 간질환과 간경변· 간암·위염·위궤양이 전문 치료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