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가수 패티킴은
우리 나이 84세입니다.
지난 2012년,
반세기이상의 가수생활을
마감하는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한해동안 전국을 돌며
이별 콘서트를 가진 뒤
2013년 10월, 무대를 떠났습니다.
노년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잘 보내고 있다는 게
올해 초 전해진 근황입니다.
본인의 희망대로
평범한 김혜자 할머니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있다고 합니다.
◉현역을 떠났지만
그녀의 54년 노래 인생이 남긴
발자취가 너무 커서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떠나면서 팬들의
기억 속에, 추억 속에
남아 있고 싶다는 것은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그녀는 숱한 희로애락이 담긴
노래를 남겼습니다.
그 많은 노래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노래
한 곡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9월의 노래’를 얘기합니다.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의 무상함 속에서
삶과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하고
추억을 불러보는 노래입니다.
9년 전 은퇴 회견 때 패티킴은
이 노래를 가장 애정을 가지고
부르는 노래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지구를 한 바퀴 휙 돌고 오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샹송풍의 노래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르다 보면 눈물이 흐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무반주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은퇴 회견 석 달 뒤 패티킴은
TV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서도 자신의 인생곡
‘9월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몇 대목을 모아 들어봅니다.
https://youtu.be/pxjcJbYD8ds
◉이 노래는 패티킴이
작곡가 길옥윤과 결혼해
살고 있던 1967년
남편 길옥윤이 시인 이유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6년 뒤
두 사람은 헤어지고
길옥윤은 병으로 1995년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그렇게 보면 남겨진 패티킴이
떠나간 길옥윤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패티킴이 이 노래 끝에
보인 눈물은 결코 배가 고파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다 압니다.
남겨진 사람의 아픔이 묻어나는
75살 패티킴의 눈물일 겁니다.
◉길옥윤 추모 콘서트 앨범에
담긴 패티킴의 노래로
다시 들어보는 ‘9월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2uUbJnW8iZ4
◉패티킴의 노래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의
남자가 있습니다.
패티킴을 사랑한 예술가
박춘석입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하늘에 별이 된
작곡가입니다.
패티킴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은
바로 박춘석이 패티킴을 위해
작사 작곡한 노래입니다.
1980년대 초 공연을 위해
부산을 함께 내려갔을 때
그곳에서 박춘석이 만들었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멜로디와
예사롭지 않은 의미심장한
노랫말이 마음을 끌어당기는
가을 노래입니다.
멀리 간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애절합니다.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벌써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담겼습니다.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이른 가을 9월의 노래로 봐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합니다.
◉떠나간 사랑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떠나가도
가을은 남습니다.
계절은 언제나 다시 깨어나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가을을 남기고 떠나갔을까?
패티킴을 남겨 놓은
길옥윤일 수도 있고
박춘석을 남겨 놓고 떠나간
패티킴일 수도 있습니다.
무대를 떠나기 직전
2013년 고별성격의 방송 쇼에서
76살의 패티킴이 부르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입니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으로
제목이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이 맞는 제목 같습니다.
https://youtu.be/71igcIQwXRA
◉배우 김고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들어보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입니다.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정재일의 제의로 이루어진
방송 프로그램 무대입니다.
전문 가수가 아닌
노래 좀 하는 배우가
특별히 꾸미거나 열창하지 않고
담담하게 부르는 데서
가을 분위기가 더 짙게 번집니다.
만남과 이별이 수없이 엇갈리는
옛날 서울역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읊조라는
김고은의 목소리와
그 것을 받쳐주는 정재일의
기타 연주가 정말 좋습니다.
https://youtu.be/XRdyaoFw-w4
◉가을은 흔히 남자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훨씬 더
가을을 많이 탄다고 합니다.
가수 중에 가을 남자를 꼽으라면
얼른 생각나는 최백호입니다,
가을마다 떠나지 말라고 붙잡는
낭만가객(浪漫歌客)입니다.
그도 이제 나이가
일흔 두살이 됐습니다.
인생이 연륜아 묻어나는
최백호가 부르는
‘9월의 노래’도 만나봅니다.
무심코 툭툭 내지르는 듯한
목소리의 울림이 오래 남습니다.
탱고 재즈 프로젝트 음악 그룹인
라벤타나가 함께 하는
춘전 무대입니다.
https://youtu.be/zxkc1fb5LX0
◉안방에서 친숙한 국민배우
강부자는 여든을 넘었습니다.
그녀가 부르는 최백호의
가을 노래를 마지막으로
듣습니다.
남편 다음으로 좋아하는 남자
최백호의 ‘가을 바다 가을 도시’로
불후의 명곡 무대에 나선
여든 한살의 강부자입니다.
안방에서 사람들을 울고 울리며
감동을 줬던 강부자는 역시
노래로도 묵직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구수하고 맛 깔 나게 부르는
그녀의 노래에는 삶의 연륜아
묻어나면서 여운아 길게
남습니다.
https://youtu.be/u7ibdPCaN7g
◉요즘 방송프로그램
‘복면 가왕’에서 가왕의
자리애 앉아있는 ‘빈대떡 신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네티즌 수사대의 추측대로
1960년대 ‘뜨거운 안녕’을 부른
가수 ‘쟈니 리’가 맞다면
더 얘기가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그 추정대로라면 패티킴과 동갑인
84살의 복면 가왕이 젊고 쟁쟁한
도전자를 큰 표 차이로 물리치고
2연승까지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늘 9월의 노래,
가을 노래를 들으면서
일흔, 여든이 넘어 노래하는
노장들을 다수 만나봤습니다.
연륜과 관록으로 부르는
그들의 노래가 전해주는
감동은 유별납니다.
특히 같이 나이 든 사람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떠나는 순간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사는 사람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어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