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닥부터 먼저 시작했다
- 김지율
여전히 한쪽에서는 돌이 날아오고
한쪽에서는 싸움이 이어졌다
사거리에는 십자가가 있고
우리의 규칙이 누군가의 목적으로 바뀔 때
내가 사랑했던 밤들을 시행착오라 해도
불길 뒤에서 헌 옷 수거함까지
덕지덕지 붙은 포스트잇과
벽제 화장터로 가는 길에서
어떤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으로부터 인간에게로
이미 지나온 곳에서
그 바다가 보고 싶었다
벽이 시작되는 어딘가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다만 부족한 명분과 바깥의 기분
누군가를 마중 나가던 밤하늘의 별은 아름다웠고
크고 둥근 레몬을 기적이라 했지만
나에게 던져진 필살의 쾌도는 소리 없이 명중했다
날아가는 화살은 또 누군가의 등에 꽂히겠지만
나는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었다
ㅡ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파란, 2022)
ㅡ 제8회 시사사 작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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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꼭대기에서 먼저 시작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출발지점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성공한 삶으로 쳐주는 인생 2막은 국회의원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그럴듯한 성공을 거두어야 정당 공천을 받습니다
범국민적 관심을 받게되면 겸손한 척 앵국애족을 내세워 배지를 차지합니다
어느 시인은 여의도를 '격랑 이는 바다'라고 일컫더군요
모두의 규칙도 누군가의 목적이 되면 짬짜미가 이루어집니다
명분도 저마다 달라지고, 구경꾼은 싸움을 붙이고 쌍심지를 돋우며 박수를 칩니다
날마다 문자를 보내 응원하고, 거리로 나서 종주먹도 날려줍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나에게 날아오는 날카로운 칼날을 피하지 못해 입 다물지요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그 바다가 보고싶다해도
시를 읽고 나니 다시 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네요^*^
첫댓글 시인의 약력을 보니 1973년생, 92학번 정도로 파악됩니다, 그 시절은 대한민국 사회는 탈개인화의 시발점입니다, 대학 역시 집단이 아닌 개인의 자율이나 따위 그런게 멋있다고 여겨지던 세상이었습니다. 서태지가 있었고 김건모가 핑계를 부르던 그 시절이었으녀 015B의 그런저런 노랫말이 회자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벽제 화장터는 저의 개인적인 착각일 수 있으나 당시 학생운동의 상징이 아닐까 합니다. (여전히 한쪽에는 돌이 날아오고 한족에서는 싸움이 이어졌다)는 풍경을 그 시절 90~93학번 친구들은 경험을 했습니다,(저 역시 91학번으로 그런 경험을 했어요) 말하자면 낡은 질서와 새로운 질서와의 싸움이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제논의 화살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가지만, 그 시절 청춘들에게 (날아가는 화살은 또 누군가의 등에 꽂히는 살상무기)인 것입니다. 한 곳에서는 돌을 던지고 정권퇴진(전두환이거나 노태우)을 외쳤고 한 곳에서는 세상의 다른 분위기(야탸족 .오렌지족등등의 자본주의에 물든 젊은 세대)가 시대적 냉소조의를 부추긴 시대였습니다. 시인이 보고픈 그 바다가 어떤 곳인지 저는 모릅니다 나에게 던져진 필살의 궤도는 소리 없이 증명될터이니
다만,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부족한 명분과 바깥의 기분)이라니 시인의 앞날에 나 역시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이고 싶을 뿐입니다. 아름답지 않은 시간은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은 그냥 줄기차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