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두면 서로 자기장을 밀어내 자석이 공중에 뜨게 된다. 이를 이용한 것이 자기부상열차다.
2050년 어느 날, 아내가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나는 베란다에 주차해둔 자기부상(磁氣浮上) 자동차를 타고 아파트 입구로 수직 하강한 뒤 도로에 진입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예약해둔 자기부상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열차는 시속 500㎞로 부산까지 1시간에 달려갔다. 부산지사에서는 일본 바이어와 만나 대덕 핵융합로에서 만든 전력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한 해저 케이블 확장공사에 합의했다. 중국 수출에 이어 일본까지 우리 전력 공급망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제 동북아 전역이 대한민국에서 전력을 공급받게 됐다.
이처럼 ‘멋진 신세계’를 만든 핵심기술은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超傳導)’다. 1911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온네스는 액체헬륨(섭씨 영하 269도)의 온도를 측정하는 수은 온도계의 전기저항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수은 온도계는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게 돼 전류가 흐르는 성질, 즉 전도성이 특별히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온네스는 이런 물질에 초전도체란 이름을 붙였다.
100만 와트 용량의 초전도 변압기(왼쪽)와 60만 와트의 기존 변압기. 초전도 변압기가 용량이 훨씬 크지만 크기와 부피는 더 작다.
■ 미끄러지듯 흐르는 전류
모든 물체는 전류가 흐르면 전기저항이 발생하고, 전류의 제곱과 전기저항을 곱한 값의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바로 전력 손실이다. 현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가정에 도착하기까지는 4%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구리전선의 전기저항 탓이다. 전기저항은 물체의 길이와 비례하여 증가하는데 이러한 열로 인한 손실이 없다는 것은 매우 많은 양의 전기를 손실이 없이 멀리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초전도체로 전력송신케이블을 만들면 중국, 일본으로까지 전력 수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전기저항이 없으므로 지금처럼 765kV(킬로볼트)나 345kV의 초고압이 아닌 154kV 또는 22.9kV의 저전압으로 대용량 송전(送電)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전압 송전을 위한 장치들이 대폭 사라진다. 기존 구리케이블과 비교할 때 초전도 케이블은 15배 정도 더 많은 전류를 보낼 수 있다. 케이블만 교체하면 송전시설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도 전력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초전도 케이블은 비스무스·스트론튬·칼슘·구리·산소로 이뤄진 ‘비스무스계 산화물 초전도체’를 이용한다. 온네스의 초전도체와 달리 영하 196도인 비교적 덜 낮은 온도에서 작동한다고 해서 고온 초전도체라 불린다. 이 정도 온도는 값비싼 액체헬륨 대신 생수값 정도인 액체질소를 사용하면 된다. 액체 질소는 초전도 케이블을 감싸듯 흐르게 된다. 이와 함께 금속기판 위에 초전도체로 코팅한 초전도 선도 개발 중이다.
미국은 오하이오, 롱아일랜드, 알바니 세 곳에 초전도 케이블을 설치해 시험 중이다. 일본과 중국도 같은 시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시제품을 첫 개발했으며, LS전선에서 제품을 만들어 현재 한국전력에서 시험 중이다.
케이블 외에 전력기기도 바꿀 수 있다. 변압기는 코일 다발들의 비율에 따라 전압을 바꿔주는 것이다. 여기서 구리 대신 초전도체를 사용하면 무게를 절반, 부피는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빌딩의 지하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게다가 구리 변압기는 절연과 냉각을 위해 절연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과열되면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고, 환경오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액체질소를 사용하는 초전도변압기는 이런 문제가 없다.
갑자기 케이블에 과부하가 걸릴 때 전류를 차단하는 장치에도 초전도체가 사용될 수 있다. 초전도체는 평소에는 저항 없이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만약 고장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저항이 발생하기만 하면 별도의 감지장치 없이도 전류를 차단할 수 있다.
■ 바다와 철도를 달리는 초전도체
초전도체는 교통수단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1933년 마이스너와 오첸펠트는 초전도체가 내부 자기장을 밖으로 내보내는 성질이 있음을 발견했다,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뜨는 것도 초전도체에서 자기장이 나와 자석에서 나온 자기장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이를 응용한 것이다. 열차의 바닥에는 초전도 코일이, 철로에는 전자석이 설치돼 있다. 열차는 자기장의 반발에 의해 공중에 떠서 철도와 열차의 마찰없이 시속 500㎞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다. 일본은 2003년 12월 승객을 태운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로 세계 최고 속도인 시속 581㎞를 기록한 바 있다. 미래에는 자동차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해 도로 위를 떠서 달리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에너지는 대부분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돼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전동기(모터)로, 가전제품에도 많은 전동기가 이용되지만 산업현장의 1000마력 이상 중·대형 모터가 전체 전기에너지의 약 25%를 소비한다. 모터에 초전도를 적용하면 기존 구리선 모터에 비해 효율은 약 2% 증가하고 차지하는 공간은 20% 정도로 크게 낮출 수 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산업용·선박용·항공기용 초전도 모터가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해군에서는 현재 5만 마력의 저속 초전도 전동기를 개발, 시험 중에 있으며, 2010년경에는 세계 최초로 초전도 모터로 움직이는 군함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540마력, 독일은 500마력급을 개발했고, 5000마력급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전기연구원 권영길 박사는 3600rpm(분당 회전 수)에 1300마력의 힘을 내는 초전도 모터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초전도 모터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 모터는 2008년쯤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담수설비 등에 우선 적용될 계획이다. 다음은 선박용 6700마력 저속 초전도 전동기를 개발해 군함 등 선박용으로 적용하기 위한 협의가 국내 기업 및 해군과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고속 초전도 모터. 왼쪽에 세워진 부분은 극저온 냉각장치다.
■ 수십조원 시장 창출 전망
초전도 전력기기는 전기저항이 0인 특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전력기기보다 효율이 2% 이상 높다. 그만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낮은 전압으로도 전류를 마음대로 보낼 수 있어 전 세계를 몇 개의 전력 융통 네트워크로 묶어 전기 무역도 가능해진다.
초전도 전력기기의 세계시장은 2020년쯤 8조원, 2030년쯤에는 76조원 규모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전력계통의 30%를 초전도 전력기기로 바꿔 30년간 사용할 경우 전력 손실 감소, 탄소세 감소, 송전 제약 해소, 전력 설비비용 절감, 공급신뢰도 상승, 환경 측면 등의 이익으로 약 25조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밖에 초전도체는 핵융합을 일으키는 플라스마를 가두는 데에도 이용되며, 기존 반도체에 비해 속도와 효율이 1000배 이상인 초전도 소자를 만들면 슈퍼컴퓨터를 PC 크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단백질 구조를 밝혀낼 수 있는 초고자장 NMR(핵자기공명)장치와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감지해 뇌 활동을 분석하는 장치의 개발도 가능하다,
세계 각국은 이 같은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작년 한 해에만 이 분야에 3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중국과 유럽은 몇 년에 걸쳐 4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년 간 매년 100억원 정도를 투자해 2011년까지 구리케이블의 100배 이상의 전류를 손실 없이 보내는 초전도 전력기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에 비해서 짧은 연구기간, 적은 연구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기술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초전도 한류기 기술 등은 세계 기술을 리드하고 있다. 보다 빨리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댓글 와~~꿈 같은 세상이....
우와 꿈같은 사랑 꿈같은 세상에서 相逢해보입시데이 생각만해도 가슴벅차갑돌이님 뽀
'2011년까지 구리케이블의 100배 이상의 전류를 손실 없이 보내는 초전도 전력기기를 개발한다는 ,,,', 대단합니다, 그렇게 되면 뽀~도 더 빨리 오겠네요,,,ㅋㅋ,^*^
마저마저. 입술 불어터지게 생깃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