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테슬라 배터리 데이가 끝났다.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에서 배터리 기술 발표 콘퍼런스 개최를 통해 테슬라의 혁신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격언은 옳았을까? 시장의 기대 대비해서는 ‘Wow Factor’가 부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공격적인 배터리 내재화 계획 발표는 관련 밸류 체인의 공급 과잉 및 원가 절감 우려를 낳았고, 결국 2차전지 업종은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겪었다. 따라서 우리는 해당 우려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시장의 오해를 해소하고자 한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의 내용을 복기해보면, 1) 생산 공정의 향상, 2) 셀 디자인 및 차량 구조 개선, 3) 양극재 소재 내재화, 코발트 감소, 폐배터리 재활용, 4) 실리콘 음극재 활용으로 구분된다. 결론적으로,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를 통해 기존 대비 주행거리는 54% 증가시키고 kWh 당 생산 원가를 56%, 설비 투자 금액을 69%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상기 기술을 통해 테슬라는 고용량 배터리를 더 많이, 더 빠르고 싸게 탑재할 수 있는 단계별 해결책을 제시했다. 테슬라는 현재 한 개의 파일럿 라인(1GWh)을 구축했고, 1년 안에 20GWh, 2022년에는 100GWh까지의 설비를 구축하겠다 밝혔다.
이론적으로 테슬라가 제공한 아이디어가 실현될 경우 획기적인 원가 절감을 구현할 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테슬라가 공개한 대부분의 기술이 아직 양산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매번 스피디한 액션을 통해 변화하는 테슬라의 행보는 경쟁사 및 공급사에 위협적이다. 상해 공장을 설립 후 생산까지 15개월도 안걸렸으며, 베를린, 텍사스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실천 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배터리 생산은 차량 생산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20년의 배터리 제조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LG화학도 2018년 1분기부터 폴란드에 신규 공장을 설립한 이후 정상 가동에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공정 변화 및 인력 충원 등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계획보다 자체 배터리 생산 ramp-up은 늦어질 확률이 높다고 보는 이유이다. 따라서 배터리 데이를 통해 공개된 기술들은, 아직은 테슬라가 자체 플랫폼에 맞춘 새로운 규격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아직까지는 테슬라의 캐파 증설 계획에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재 측면에서의 혁신 기술은 더더욱 없었다. 오히려 양극재의 경우 국내 업체들의 강점 분야인 하이니켈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LFP+CATL 조합의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빼앗기는 역부족이라 판단한다. 음극재도 마찬가지로 국내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실리콘 활용 방안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과 실리콘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설명이 부재했다.
따라서 소재 업체들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리의 긍정적인 의견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테슬라 배터리 데이로 소재 업체들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이니켈 양극재의 강자로 변모가 기대되는 엘앤에프와 전해질 첨가제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천보에 대해 신규 커버리지를 개시하며, 업종내 최선호주로 추천한다.
한화 김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