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煙) 陸羽茶經好-육우가 남긴 다경(茶經)도 좋고 劉伶酒頌奇-유령(劉伶)의 술노래(酒頌)도 특이한중에 淡婆今始出-담배가 지금 새로 나와서 遷客最相知-귀양살이하는 자에게 제일이라네 細吸涵芳烈-가만히 빨아들이면 향기가 물씬하고 微噴看裊絲-슬그머니 내뿜으면 실연기가 되어 간들간들 旅眠常不穩-여관 잠자리가 늘 편치 못할 때 春日更遲遲-봄날이 지루할 때에도 담배 한 대대 피우면 정약용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제4권
시름을 달래주는 것은 담배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는 담배를 끊는 사람을 독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을 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독한 연기를 시도 때도 없이 들여 마시고 그 순간을 마치 세상을 얻은 듯 만족해하고 있으니--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약 30분간 산책삼아 동네 길을 걷는다. 그때 가장 쉽게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정원 숲속에서 아침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다. 정말 지성스럽게 챙겨 피우고 있다.
한30여 년 전 오래된 이야기다. 필자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전부터 감기에 약했다 거의 평생을 감기를 달고 살면서 지금 이 나이까지 살아있는 것이 대견스럽다.
한번은 서울성모병원에 잘 아는 의사가 있어 감기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CT를 한번 찍었다. 특별히 폐에 문제는 없는데 깨알 같은 흔적이 있다고 했다.
혹시 담배 피우느냐고 묻는다. 직장 다닐 때 조금 피웠는데 담배 1갑을 사면 일주일에서 한 달을 피우는 담배인데 그것도 끊은 지가 40년정되도었다고 했다.
의사는 그때 피운 담배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담배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 의사의 말끝에 필자가 한마디 했다.
지금 남한에는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失鄕民) 사람들이 많다. 사랑하는 가족을 북에 두고 늙어가고 있다. 짐작컨대 고향이 그립고 우울할 때는 술과 담배로 위안을 삼는다는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그 담배 골초들이 지금 80,90세 장수를 하고 있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필자의 이 말에 의사가 대답하기를 “안 피운 사람보다 피운 사람이 폐암에 걸리는 확률이 높다 담배 피운다고 다 폐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재수 없는 사람이 폐암에 걸린다” 고 말해 같이 웃은 적이 있다.
아래 글은 조선후기 학자 이덕무(李德懋)가 쓴책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있는 담배 내용의 일부분을 간추린 것이다. 이덕무(李德懋)는 1741년~1793년대에 살았던 사람이므로 약 231년전 글이다. ※어려운 한자(漢字)로 되어 있는 부분은 필자가 한글로 풀어서 설명하였음.
【남령초 흡연(南靈草吸煙담배) 남령초(南靈草 담배)를 흡연(吸煙)하는 것은 본래 일본(日本)에서 유래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담박괴(淡泊塊たばこ)라고 하였다. 이 풀(草담배)의 원산지는 남양(南洋)의 여러나라(諸國)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년 전(약 250년전)에 처음으로 이 물건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위로 영의정 좌의정(公卿)으로부터 아래로 가마꾼과 풀 베는 아이(樵童牧豎)에 이르기까지 피우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다.
이 풀(담배)은 의학의 약재를 기록한 책(本草)등 여러 다른 책에는 그 이름이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그 풀의 성질이나 효능(效能)을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씹어 맛을 보니 매우면서도 약간 독기(毒氣)가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풀을 씹어서 먹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그저 태워서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다. 한 번에 많이 들이마시다 보면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하나 오래도록 피운 사람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보면 백 사람이나 천사람 중에 겨우 하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대부분 피우고 있다. (250년 전에도 담배를 안 피우는 사라보다 피우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번에 중국 절강성(浙江省) 자계(慈溪) 출신인 주좌(朱佐)라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중국에서는 남초(南草담배)를 연주(煙酒)또는 연다(煙茶)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연주(煙酒)-술과 같은 담배 ※연다(煙茶)-차(茶)와 같은 담배
담배는 백 년 전에 벌써 중국에 사는 티베트인(閩中민중)인들이 피우고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두루 퍼져 있으며, 붉은 코병(적비赤鼻)를 치료하는 데 가장 효력을 발휘한다.” 하였다.
내가 묻기를(이덕무가 묻기를) “이 물건은 성질이 건조하고 열이 있어서 필시 폐(肺)를 상하게 할 것인데, 어떻게 코의 병을 치료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니, 주좌(朱佐)가 대답하기를, 이 담배를 피우면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내려가지 않고 막혀있는 증상(凝滯)을 흩뜨려서 풀어 주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그 말도 일리(一理)가 있다고 여겨진다.
南草之用於世殆將如中國之茶 내 생각에는, 앞으로 남초(南草담배)가 흡사 중국의 차(茶)처럼 세상에 널리 쓰여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차(茶)는 고대 중국 위진(魏晉)시대에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나 당송(唐宋)시대에 성행(盛行)하였다. 오늘날에 와서는 세상 사람들의 매일의 필수품이 되어 마치 물이나 곡식처럼 되었다. 국가에서 전매(專賣)를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남초(南草담배)는 세상에 유행된 지 겨우 수십 년밖에 안 되는데도 벌써 이처럼 성행을 하고 있으니, 백 년쯤 지난 뒤에는 온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그 이익도 국가가 소유할 것이다.
남초의 효능을 칭송함(稱頌南草之效能) 지금 세상에서 남초(南草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배고플 땐 배부르게 하고 배부를 땐 배고프게 하며, 추울 땐 따뜻하게 하고 더울 땐 서늘하게 한다.” 라고 하는 등 남초를 극찬하는 말을 하고 있다.
세상에서 남초(담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世之攻南草者) 도 있다.
남초(南草)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은, 남초가 만이(蠻夷오랑캐)에서 나왔고 “본초(本草)”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구실을 삼고 있으나, 이것은 객관적으로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하겠다.
한의학(漢醫學)의 약재(藥材) 기록 책인 본초(本草)는 송(宋) 나라 휘종(徽宗) 때 편찬되었는데, 신농(神農)이 직접 맛본 것이래야 겨우 십 분의 일이나 될까 말까 하고, 그 나머지는 모두가 뒤에 나온 것들로서, 당송(唐宋) 이후에 남만(南蠻)에서 선박을 통해 들어 온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계곡만필(谿谷漫筆) 제1권 ※계곡만필(谿谷漫筆)-조선 광해군 때의 문신(文臣)인 장유(張維)의 수필 평론집이다.
남초(南草담배)에 대하여 우리나라에 담배가 많이 유행된 것은 광해군(光海君) 말년부터다. 세상에서 전하기로는, 남쪽 바다 가운데 있는 담파국(湛巴國)이란 나라에서 들어온 것인 까닭에 그 이름을 담배(湛巴)라 한다는 것이었다. 담배의 원 이름은 “담파(湛巴)”라 하였다. ※담파국(湛巴國)-말레이시아 남쪽 바다 가운데 있는 작은 섬나라로 추정
어떤 이가 태호 선생(太湖先生)에게, “지금 담배란 것이 사람에게 유익한 물건입니까?”고 묻는다. 태호(太湖) 선생은, “담배란 가래침이 목구멍에 붙어 뱉아도 나오지 않을 때 구역질이 나면서 침이 뒤끓을 때 유익하며,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되고 동작이 나쁠 때 유익하고 가슴이 조이면서 신물이 올라올 때 유익하며, 한겨울에 추위를 막는 데 유익한 것이다.”고 대답했다.
또 어떤 이는 “그러면 담배는 사람에게 유익하기만 하고 해는 없다는 말입니까?”고 묻는다.
태호 선생은, “몸에 이롭고 해로 움을 따진다면” 해(害)가 더 심할 것이다. 안으로 정신을 해치고 밖으로 듣고 보는 것까지 해쳐서 머리가 희게 되고 얼굴이 늙게 되며, 이가 일찍 빠지게 되고 살도 따라서 여위게 되니, 사람을 빨리 늙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이 담배는 유익한 것보다 해(害)가 더 심하다고 하는 것은 냄새가 나빠서, 몸을 깨끗이(齋戒)하여 신명(神明)을 사귈 수 없는 것이 첫째이고,
재물을 없애는 것이 둘째이며, 세상에 일이 많은 것이 진실로 걱정인데, 지금은 상하노소를 막론하고 해가 지고 날이 저물도록 담배 구하기에 급급하여 그 귀한 시간을 낭비하니 이것이 셋째이다.
만약 이런 마음과 힘으로 학문을 닦는다면 반드시 어질고 훌륭한 사람(大賢)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글에 힘쓴다면 문장가(文章家)도 될 수 있을 것이며, 살림을 돌본다면 부자(富者)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초(南草 담배)도 일본(倭)으로부터 들어와서 1백여 년 만에 온 나라 안에 유포되어 해를 끼친 것이 적지 않은데, 이는 으레 금하였어야 했던 것을 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호사설(星湖僿說)
담배를 피울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담배를 피울 때 등잔불에 불을 붙임으로 해서 재가 기름에 떨어지게 해서도 안 되고, ▷담배통에 담배를 많이 쟁여 화로에 떨어져 연기가 나게 해서도 안 된다. ▷반쯤 피우다 그대로 요강에 떨어뜨려도 안 되고, ▷담배 침을 벽이나 화로에 뱉어도 안 된다. ▷이불 속에서나 책을 펴놓은 곳에서나 음식상 곁에서 담뱃대를 물어서도 안 된다. ▷환자의 방에서 문을 닫고 담배를 피워도 안 된다.
담배를 즐겨 피우는 풍속이 있지만 임금의 정치에서는 금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어린 자녀에게 담배 피우기를 가르치기도 하는데 그것은 분명 무식한 부모다. 부모가 금하는데도 몰래 피우는 자는 분명 불초한 자녀다. 담배를 즐기는 자들은 걸핏 하면 핑계가 뱃속에 있는 회충(蛔蟲-蟲痰)이나 가래를 없애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담배를 즐겨 피우는 자도 또한 회충과 가래로 고생한다. 나는 일생을 담배와 가까이 않으나 아직까지 충담(蛔蟲-蟲痰)을 앓은 적이 없다.
세상 사람은 한갓 충담(蛔蟲-蟲痰)에 대한 것만 걱정하고 그보다 더 큰 정신과 육체(神氣)를 해치는 것을 걱정하지 않으니, 의혹(疑惑)을 금할 수 없다. 집안 법도(家法)에서는 마땅히 자녀들의 담배 피우는 것을 엄금해야 한다.
중국 청초(淸初)의 정주학(程朱學)의 유학자인 육가서(陸稼書)도 이렇게 말했다.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大賢)과 학식과 덕행이 높은(君子)사람 중에 담배 피우는 분이 없었으니 결코 좋은 물건이 아님을 알겠다.
손님을 대접할 때, 어린 자녀들로 하여금 담뱃불을 붙여 드리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담배를 즐기게 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말하지만 그들은 담배 피우지 않는 것이 큰 취미임을 알지 못한다.
공자(孔子),맹자(孟子)께서도 반드시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은 내가 담배 피우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면서 담배를 권하는 자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피우지도 못하고 피울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대답해 버린다. 혹은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다가 재미없다(無味)는 말에 충동되고 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싶어서 담뱃대를 마련하여 쓴맛을 참느라 얼굴을 찡그려가며 억지로 익히는 자도 있는데, 어찌 그리도 낡은 습관에 젖어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평생 존경하는 분이 우연히 담배를 즐기면 그것을 본받아 피우는 자도 있는데 이것은 아주 잘못된 존경이다.
그러므로 담배 피우는 일만은 결코 풍속(風俗)을 따를 것이 아니다. 잘못된 세상일은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
또 담배를 피우기 위한 자기 기호(嗜好)에 따라 경전(經傳)과 성현(聖賢)을 함부로 핑계대고 끌어대서는 안 된다.】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