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의 은유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188면|값 14,000원
무선(반양장)|140×210mm|출간 2024년 4월 8일
ISBN 979-11-92836-60-7 (44810)
ISBN 978-89-7199-432-0 (세트)
도서 분야
청소년 > 청소년문학, 청소년소설
소설 > 한국소설, 소설집
키워드
#성장 #정체성 #우정 #사랑 #친구 #가족 #진로
책씨앗 강연 문의
이 시대 청소년문학이 가닿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최전선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썩 나쁘지 않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아주 희미하게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어린이ㆍ청소년책 선정, 웅진주니어문학상 수상 작가
지금 가장 주목받는 신예 윤슬빛이 그리는 오늘의 우리, 오늘의 사랑 이야기
한국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표정, 윤슬빛 첫 청소년소설집
2023년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어린이․청소년책에 선정되고, 제14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윤슬빛의 청소년소설 『플랜B의 은유』가 출간되었다. 첫 책 『오늘의 햇살』과 이어서 펴낸 동화집 『갈림길』로 2020년대 한국 아동청소년문학계의 최전선에서 가장 긴요한 주제의식을 전하면서도 문학 본연의 서정을 잃지 않는다는 극찬을 받았다. 전작들이 지방 소도시, 농촌을 배경으로 어린이의 우정과 성장, 대안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소설집에서는 그러한 관심사를 이어 가면서도 청소년의 사랑과 노동을 중심에 세운다. 다양한 사랑의 방식, 삶의 형태를 긍정하며 담담히 미래로 한걸음 나아가는 일곱 편의 무지갯빛 이야기가 폭넓은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윤슬빛의 소설 속 인물들은 두텁게 숨을 쉰다.
그 맑은 호흡과 함께 냉혹한 차별의 언어가 산산이 부스러진다.
이만큼 소설 속의 타인을 믿어 본 적이 언제였나.
내일을 모르는 순정한 연대가 소설을 읽는 우리를 감싼다.
이 소설집의 온도가 36.5보다 살짝 높은 이유는
우리가 이미 평등의 포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의 소나기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삶을 지켜 내는 주인공들이
너무 고마워서 기프티콘을 보내 주고 싶었다.”
♣ 김지은(문학평론가) 추천 ♣
단 하나의 정답보다, 열려 있는 빈칸을 건네는 소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두 권의 동화만으로 독자와 평단에 고유한 존재감을 각인한 윤슬빛은 첫 청소년소설 『플랜B의 은유』에서도 신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탁월한 필치를 선보인다. 윤슬빛의 소설은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 있으면서도, 차별과 혐오를 뛰어넘어 편견 없는 상상력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청소년에게 ‘미래’는 중요한 화두이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그가 그려 낸 이야기들은 청소년의 진로가 곧 ‘입시’와 동의어는 아니라는 자명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윤슬빛의 소설에서라면 대학 혹은 학과 전공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선택을 꿈꾸어도 좋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 또한 그간 대도시 혹은 수도권에 집중되었던 청소년문학의 무대를 지방 소도시로까지 활짝 넓힌다.
작가는 사랑과 우정, 여성과 남성, 학교와 탈학교, 도시와 지방 등 이분법 안에서 진부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는 낙관과 비관을 오가면서도 새로운 해법을 찾는다. “Freely in the closet”이라는 카페 이름을 “벽장 속에서‘도’ 자유롭게”라고 해석하는 ‘초록’의 말은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막막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깊고 맑은 숨을 내쉴 수 있는 틈을 열어 준다.
“재밌잖아. 누가 나를 뭐라고 부르든, 어쨌든 결국 나를 부르는 거라는 게.”
―「플랜B의 은유」, 24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이분법으로 가둘 수 없는 무지갯빛 총천연색 이야기
소설 속에서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을 간직한 주인공들의 곁에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보라고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주어진 이름으로, 주어진 길을 살지 않고 스스로 불리길 바라는 이름을 짓는 이 청소년들이 제 삶의 온전한 주인임은 의심할 여지 없다. “아무도 나를 가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60면)라는 ‘진솔’의 말은 청소년의 주체성을 믿는 작가의 다정한 지지로 읽힌다.
수록작 「내일의 우리」에서 표면적으로는 씩씩한 진솔이 여린 선호를 위로하는 듯하지만, 실은 진솔 역시 무너진 선호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통해,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웠던 내면의 상처를 회복한다. 일방적으로 떠안기는 위로가 아닌,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대화처럼 주고받는 위로로부터 비로소 아픔은 견고하게 치유될 수 있다. 연작소설은 아니지만, 세심한 독자라면 알아챌 수 있는 각 단편 사이의 연결고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느슨한 연대와도 닮았다.
작품의 결말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 진솔이 거울을 보며 자신을 긍정했듯,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눈물 흘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지켜보는 동안 독자들은 마치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 듯한 감정을 느낀다.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 위로와 용기를 주고받았듯이, 독자 또한 그들과 교감하며 문학의 진실한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내일로 나아가는 부드러운 힘
『플랜B의 은유』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계절의 변화로 감각하는 시간의 흐름이다. 인물들은 따스한 봄,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서 있지만 거기에 멈춰 있지 않고 다음 계절로 사뿐히 건너간다. “봄의 빛보다는 뜨겁고 여름의 빛보다는 부드러운 환한 빛 속을, 나는 가볍게 걸었다.”(182면)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독자들도 “실패와 실망을 두려워하지 말고”(185면) 함께 내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소설과 함께라면 우리는 그 “누구의 허락”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윤슬빛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모든 계획들이 실패하더라도 일상은 또 다른 반짝이는 순간들로 채워진다는 것”을 사려 깊은 목소리로 일깨워 준다. “까마득한 앞날은 밤바다처럼 캄캄하고 막막”해도 우리 곁엔 “서로가 너무 오래 헤매지 않도록 단단하게 손을 붙들어 잡아” 주는 누군가가 있다(29면). 『플랜B의 은유』는 지금 그 누군가가 필요한 독자에게 꼭 알맞게 도착한 책이다.
추천사
이 소설집에서 불안한 세계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우정이며 청소년기의 불연속적인 성장에 면허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오래 짓눌렸던 목화솜이 공기를 품고 일어나는 것처럼 윤슬빛의 소설 속 인물들은 두텁게 숨을 쉰다. 그 맑은 호흡과 함께 냉혹한 차별의 언어가 산산이 부스러진다. 이만큼 소설 속의 타인을 믿어 본 적이 언제였나. 내일을 모르는 순정한 연대가 소설을 읽는 우리를 감싼다. 이 소설집의 온도가 36.5보다 살짝 높은 이유는 우리가 이미 평등의 포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편소설 속의 청소년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지만 읽는 우리는 그들을 한마을에서 만난다. 그 마을은 혐오의 중심에서 멀고 연대의 바다와 가까우며 애틋하게 친구의 귀갓길을 살피는 가로등 같은 이들이 사는 곳이다. 읽다 보면 드문드문 견디기 어려운 감정의 격랑이 밀려오는데 그것은 난폭한 세상이 책임질 일이다. 차별의 소나기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삶을 지켜 내는 주인공들이 너무 고마워서 기프티콘을 보내 주고 싶었다. 그들을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은 바싹 건조되어 버린 폐기 직전의 납작한 세계다. 온화한 해풍처럼 불어오는 이 소설집의 질문들이 그 세계를 건강하게 살릴지도 모른다.
♣ 김지은(문학평론가)
『플랜B의 은유』 속 인물들은 사회적으로 ‘정상’이라 인정되는 삶에서 비켜서 있음에도 선택의 이유를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눈물이 핑 도는 사연도 풀어내지 않는다. 작가는 소수자성을 지닌 인물들을 ‘설명하는 나’가 아니라 ‘존재하는 나’로 일으켜 세우며 맞선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해받기 위한 노력’보다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요청한다. 주인공들은 현재의 시간 위에 온전하고 산뜻하게 존재한다. 등장인물을 서럽게도, 억울하게도, 안타깝게도 만들지 않으며 “심각한 이야기”를 “노래 부르듯 이어” 가는 윤슬빛의 새로운 저항 방식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 김영희(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교사)
‘작가의 말’ 중에서
세계 안에 나를 구겨 넣는 일이 부대껴 닳아 사라지는 것 같다 느낄 때에도, 부디 살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서, 기어이 오는 환한 봄을 한껏 누리길 바랍니다. 무엇도 여러분을 훼손할 수 없음을,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데에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실패와 실망을 두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다음 플랜으로 훌쩍 넘어가 버리길 바라요.
차례
플랜B의 은유
내일의 우리
너와 그곳에서
고백
환한 밤
첫여름
Freely in the closet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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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윤슬빛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와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오늘의 햇살』을 펴냈고, 제14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갈림길』이 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 올해의 어린이ㆍ청소년책에 선정되었다.
※ 『오늘의 햇살』과 『갈림길』을 펴냈던 ‘윤슬’ 작가님이 ‘윤슬빛’으로 필명을 바꾸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
지금은 무엇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플랜 B 이모의 말처럼 플랜 A도 B도 C도 다 실패하는 게 인생이라면, 거창한 계획 따위 조금 미뤄 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은 충분히 흔들려도 될 만한 시간이 있으니까. 그리고, 더없이 환하게 웃던 플랜 B 이모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그 모든 계획들이 실패하더라도 일상은 또 다른 반짝이는 순간들로 채워진다는 것. 은유는 이미 오래전에 그걸 배운 것 같았다.
언제 돌아왔는지 엄마랑 플랜B 이모가 저만치 마중 나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번쩍 손을 들고 마구 흔들었다. 드리워진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도록. 까마득한 앞날은 밤바다처럼 캄캄하고 막막해서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가 너무 오래 헤매지 않도록 단단하게 손을 붙들어 잡아 보는 것 정도겠지. 내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그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플랜B의 은유」
*
아무도 나를 가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
나는 똑바로 거울을 봤다. 거울에 비친 나는, 그냥 나 같았다.
―「내일의 우리」
*
애써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만큼 주위가 잠잠해지자 선배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축제장과 멀어진 만큼 사방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화려하던 인공조명의 불빛 대신, 날벌레 떼가 몰려들어 어둑해진 가로등의 빛만이 은은하게 번졌다. 가만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곳을 찾으려던 것 같은데 막상 사위가 고요해지자 선배는 더 당황한 듯 보였다. 매번 마땅한 말을 고르지 못해 절절매던 나처럼 쩔쩔매는 선배를 보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있지, 사실 줄 게 있는데…….”
―「첫여름」
*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썩 나쁘지 않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아주 희미하게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환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