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에너지 공급
‘목사님, 앉기 불편해 예배 못 나가겠어요.
치질이 심해 그런 줄 알았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정밀 검사 예약하고 기다려요.
밥보다 죽을 권해 혈변은 잡혔네요.
교회 차 보내지 마세요.’
임 권사님 전화에 심쿵 했다.
빈자리 어쩌나 싶었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목사님, 죽어도 교회 가서 예배드릴래요.
휴가 내려온 서울 손녀의 야단이 가라앉았네요.’
며칠 전, 심한 변비와 치질로 고생한 말을 차 안에서 들었다.
‘어째 건강한 양반 얼굴이 영 못쓰게 되었데요.
더위에 식사를 못하셔서 그런가 보네요.’
측은하게 여긴 박 권사님이 내리며 말을 섞었다.
그렇지 않아도 박 권사님과 뽕나무 칼국수 먹고 대접할 날을 잡았다.
막내딸 다녀가며 준 용돈으로 갚으려는 찰나에 탈이 났다.
삼복지간에 대접할 기회를 놓쳤다.
위로 전화에 자식들 고생 덜하게 자는 듯 하나님 앞에 가길 원하셨다.
검사 전날 빗방울 들칠 때, 임 권사님 집을 갔다.
대문은 잠겼고 전화는 안 받았다.
기다리다 본 죽을 문고리에 걸었다.
섬김의 감정은 사랑과 기쁨이었다.
작은 손길에 감동의 목소리로 권사님께서 찾았다.
‘목사님 다녀가셨네요.
화장실에 오래 앉아 몰랐어요.
죄송해요. 따실 때 먹고 약 먹을 게요.’
큰 병 아니길 바라며 가족 구원 기회 삼길 원하였다.
두 주간 정 권사님의 감기 증상도 회복이 더뎠다.
‘목사님, 밥맛이 달아났어요.
애들이 먹고 싶은 것 말하라 해도 전혀 없어요.
뭘 먹어도 맛을 모르겠어요.
날마다 엔탑 이비인후과에 들려 목 청소해 조금은 트였어요.
고열도 잡혔고요.
오는 길이 힘들어 앉을 자리를 보네요.
노인들 생각나데요.
초저녁에 자고 일어나면 밤이 길어 일을 찾아 해요.’
약과 주사 부작용으로 병원 자체 싫어하신 분 마음고생이 많았다.
요플레 꾸러미를 아파트 문에 놓았다.
발 빠른 권사님의 쾌유를 구하며 돌아섰다.
다음 날 아침, 식탁에 놓인 옥수수 두 개가 보였다.
아내와 나눠 먹으며 단톡에 흔적을 남겼다.
‘명우님! 인사가 늦었네요.
어제 잘 여문 옥수수 맛있게 먹었어요.
잘 찌고 다듬어 먹기 편했어요.
쉽지 않게 일궈낸 농사일인데 그냥 먹기만 했네요.
나누는 농심에 어우러져 운동 재밌게 마쳤네요.
일찍 나온 한 회원의 야무진 청소 헌신,
건강한 공동체 세워 감을 느꼈네요.
무더위와 장마철에 건강 챙겨 행복한 날 열어 가세요.
시 선물할게요.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 -문수현-
‘산이 아름다운 것은/ 바위와 숲이 있기 때문이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초목들이 바람과 어울려/
새소리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산과 숲이 아름다운 것은/ 머리 위엔 하늘/ 발밑엔 바다/
계절이 드나드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해와 달과 별들이 들러리 선/
그 사이에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나누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님! 항상 무돌 배구의 힘이 됩니다.’
한 편의 시가 색깔을 더 진하게 만드는 것 보면 참 묘했다.
삭힌 생강 한 숟가락 떠 뜨거운 물에 삼켰다.
하루치의 생각을 셈하고 근심을 덮었다.
썰물 빠져나가는 것처럼 시간이 흘렀다.
찜통 운동장! 울어본 기억만 남은 매미소리가 내려왔다.
폭염이라 매미가 우는 것 아니었다.
매미가 울어 뜨거웠다.
울지 않으면 벚나무에 붙은 매미를 볼 수 없었다.
옆에 붙어 뜨겁게 우는 것이 사랑임을 알렸다.
존재감을 드러낸 외침에 운동장이 울렸다.
귀청 떨러 질 응원에 뜀질 가속이 붙었다.
작은 새들도 푸른 나뭇가지를 가로 질렸다.
몸을 숨기며 허공에 노래를 떨어뜨렸다.
두 청년이 웃통 벗고 달리며 팥죽 같은 땀을 쏟았다.
몸의 근막이 망가질까 걱정이지만 젊음을 매울 길 없었다.
금지된 자전거는 왜 타는지 모르겠다.
타일러도 소귀에 경 읽기다.
잔디 깎는 기계 3대가 풀잎을 토해냈다.
풀 내음에 취할 것 같았다.
다음 날도 풀 향이 코끝에 닿다.
풀밭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나풀거렸다.
독을 뿌리며 날아도 두려울 일이었다.
포식자인 까치, 비둘기 눈을 피해 겁 없이 날았다.
바람이 자는 바람에 구름도 멈췄다.
햇무리는 사라지고 작열하였다.
무더위에 고여 흐르지 않은 아침 같았다.
월드마트 달걀이 싱싱하다는 아내 말에 자전거를 세웠다.
두 판을 끈으로 묶고 페달을 밟는데 신경이 곤두섰다.
바위로 계란 깨기보다 파도로 바위 깨뜨리기가 쉽겠다는 생각이었다.
깨면 바로 익을 날씨였다.
천사의 나팔이 반겼다.
헛기침에 꽃 떨어질까 발꿈치를 들었다.
꽃잎 닫고 씨앗 만드는 일을 서둘렀다.
화분 가장자리에 싹 나올 때 옮겨 심은 결과였다.
주인 발소리 듣고 자랐다.
예배당 제습기 물을 조리개로 뿌려도 군소리 안 했다.
갈증 난 수국에 수북하게 줬다.
물의 손인 잎사귀와 물의 눈인 꽃 사이로 춤바람이 불었다.
물먹은 장미도 새 가지에 꽃을 피웠다.
양파, 달걀, 닭 가슴살의 식사로 뱃살을 죽였다.
전 집사님의 세 번째 전화였다.
‘목사님, 제절 음식인 메밀국수 먹게요.
산수옥으로 오세요.
대기 줄 길어 시켜 놓고 기다릴게요.’
자랑거리가 있어 부른 거였다.
전동차로 사방팔방을 다녀 연탄 집 사장 같았다.
삼도교회 침술 봉사 다녀온 경험담 시작으로 끝맺기 어려웠다.
여전히 담뱃갑은 위 주머니에 보였다.
식후 주차장에서 나온 사이를 못 참고 몰래 피웠다.
예배 때 아멘 크게 한다는 집사였다.
도중에 어머니 핸드폰을 해지시켰다.
흔적 지울 때 힘들었다.
장로님께서 알타리 무, 열무김치를 놓고 간 사랑에 힘을 냈다.
행복 자는 이웃 생각하고 에너지를 쏟는다.
몸을 던지면 살맛이 난다.
2024. 7. 27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