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그래도 어느 누구도 죽일 권한은 없습니다. 그런데 마구잡이 사냥을 합니다. 대상은 바로 불법이민자입니다. 무슨 권한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하는 말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습니다. ‘내 땅에 침범한 놈들은 하나도 살려둘 수 없다.’ 도대체 어느 만큼이 자기 땅인가요? 그 광활한 사막이 모두 자기 땅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설명은 없습니다. 그냥 그런 존재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잔혹한 킬러, 그렇습니다. 아무 방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쫓아가며 조준경을 이용하여 총살합니다. 정확하게.
이런 저런 사정들이 있겠지요. 왜 구태여 자기 나라를 버리고 남의 땅으로 들어가려 합니까? 그것도 자칫 목숨을 거는 일인데 말입니다. 붙잡히면 즉시 추방을 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당할 수모가 어떨지는 당해봐야 알겠지요. 그러다가 죽은들 누가 크게 신경 쓰겠습니까? 어차피 범법자들이고 당국으로서는 귀찮은 존재들입니다. 누가 어떻게 다루든 그다지 관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식입니다. 그러니 설령 추방령을 시행하는 과정 속에서 살인이 저질러진다 해도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겠지요.
이 사람, 어쩌면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드넓은 광야, 사막이나 다름없습니다. 어쩌다 국경수비대 또는 불법이민 단속반이 지나다닙니다. 내려 쪼이는 태양, 뜨겁게 올라오는 땅의 열, 그 누구도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휙 지나가면 그만입니다. 총소리가 난들 누군가 사냥하는가 보다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사람, 자기 자동차에 자신의 유일한(?) 친구일 수 있는 사냥개를 데리고 사람 사냥을 나섭니다. 주인 닮아 이 개도 잔인하기 그지없습니다. 잡기만 하면 죽기까지 물어뜯습니다. 어쩌면 총보다도 더 무섭습니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이런 악질이 된 것일까, 궁금합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중 그만 고장이 납니다.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걷기 시작합니다. 안내를 맡은 사람은 빨리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니 뒤에 쳐지는 사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작정 앞으로 나가기만 합니다. 아무리 소리치고 사정을 해보아도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무리가 둘로 나뉩니다. 앞서가는 자들과 뒤로 쳐진 사람들입니다. 아들을 만나려 불법이민자들 가운데 들어온 모세도 뒤에 쳐져 있습니다. 이유는 쳐진 사람을 팽개치고 혼자 살겠다고 나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체력이 달려서 도저히 쫓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독려하며 따라갑니다. 적은 무리가 멀리 앞서가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언덕 아래 자동차와 사람이 보입니다. 조금 있으려니 총소리와 함께 저 멀리 앞서가던 사람들이 하나씩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것이 보입니다. 놀라움과 두려움이 남은 사람들에게 엄습합니다. 부리나케 다른 길로 달아납니다. 그런데 개가 눈치를 챕니다. 그리고 따라붙습니다. 이미 앞서가던 무리는 다 죽었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쳐져있던 몇 사람뿐입니다. 쫓고 쫓기는 처절한 싸움이 사막 속에서 벌어집니다. 모두 죽이겠다고 벼르고 따라붙는 사냥꾼과 개, 살겠다고 기를 쓰고 도망가는 이민자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싸움입니다. 그나마 남은 사람들도 하나하나 희생을 당합니다. 그러나 마음 쓸 시간도 없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기를 쓰고 피해 다닙니다. 그만하면 끝낼 만도 하다 싶은데, 아닙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끝장내겠다고 따라붙습니다. 주인만 아는 사냥개와 흡혈귀보다 더 악랄한 인간 사냥꾼, 그들과 총상을 입은 여자와 모세 두 사람의 대결로 남습니다. 정말 기나긴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러나 끝난 것이 아니지요. 아침은 또 다른 두려움입니다. 어떻게 다시 하루를 시작할까, 두렵지 않겠습니까? 과연 새 날이 기다려질까요?
광야에 해가 떠오릅니다. 장엄한 햇살 속에 하루가 시작됩니다. 그 자연 속에 펼쳐지는 인생들의 이야기는 장엄한 만큼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그 하루를 지나가는데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모릅니다. 생사가 오락가락합니다. 실제로 몇 사람이 보다 나은 인생을 그리며 떠났다가 메마른 사막에서 그만 인생 종치고 맙니다. 왜 그렇게 사는가? 어쩌다 그런 인생으로 마감해야 하는가? 도대체 원수진 일도 없는데 저 인간은 왜 이렇게도 따라붙는가? 사실 질문할 여유도 없습니다. 물론 답도 없겠지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그렇게 모질게 사냥하던 놈도 자기 죽는 마당에서는 목숨을 구걸합니다. 자기 목숨 귀한 줄 알면 다른 사람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남의 목숨 귀한 줄 아는 자가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희망입니다. 영화 ‘디시에르토’를 보았습니다. ‘사막’이란 뜻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