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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쭉빵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낭낭하게챙겨주시지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
결국 승유가 먼저 무겁게 입을 뗍니다
무사해 뵈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만
스승님!
...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 때문에 고초를 겪으시고 어찌 지내고 계신지..
다시는
세령의 말을 바로 자르는 승유
마주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쳐다보지도 않고 세령의 곁을 스쳐지나가 버리는 승유
승유는 말에 올라타 서둘러 출발합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뒤돌아봄;;
승법사에 돌아온 세령이는 어머니 윤씨에게 혼나고 있어요
어딜 다녀온 게야?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네가 딱 그 짝이구나
주상전하의 쾌유를 빌러온 종친이 동자스님들까지 몰고 저자를 기웃거리다니, 남들 눈이 무섭지도 않은 게야?
그런데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세령
이 정도 잔소리도 고까운 게냐?
그리고, 궐 안 공주의 처소
출합이라니요? 이 와중에 출합이라니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기가 막힌 듯 수양을 보며 앉아 있는 경혜와 태연한 표정으로 경혜를 보는 수양
전하의 환후 탓에 여태껏 미뤄온 출합을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나는 이 방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수양의 속내를 잘 아는 경혜는 반발합니다
대대로 내려온 지엄한 법도를 솔선수범하여 어기시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만백성의 모범이 되어야할 공주마마께서 법도를 하찮게 여기신다면, 궐밖의 어느 아녀자가 그것을 지키고자 하겠습니까?
사가에서 머무시더라도 종종 입궐하여 전하께 문후를 여쭈시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말을 달려 집에 도착한 승유
삼촌~
달려나와 승유에게 안기는 조카 아강이
왜 이제야 오십니까? 제가 보고 싶지도 않으셨어요?
아강이에게 한번 웃어주고 형수에게 문후를 전하는 승유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형수님?
반가운 표정으로 웃고 서 있는 형수 류씨부인
그 때 방에서 나서던 김종서가 승유를 봅니다
... 네가 어인 일이냐?
잠시 후, 아버지 앞에 좌정한 승유
네 형이 나를 염려해 불러올렸구나. 쓸데 없는 짓을 했다
아버님 곁을 지키고자 돌아온 것입니다
입에 발린 그 말이 기껍게 들리는 것을 보니 이 애비가 늙긴 늙은 모양이다
아버님
나를 돕겠다는 뜻은 가상하나 강론이나 하던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때를 기다리면 쓰임이 있을 터이니, 그때까지 자중하여라
... 예
그리고 그날 밤
승유를 생각하고 있는 세령
나, 참 못됐나봐
아가씨가 왜요?
나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분이니 내게 화내는 게 당연한데 그것이 왜 이리 섭섭할까?
할 말이 참으로 많을 거 같았는데..
... 하시면 되죠...
여리 졸고 있음
... 그리 냉정한 모습은 처음이었어
근데 그 시각
잠 못 이루는 것은 세령만이 아니네요..
며칠 후 강녕전 동온돌, 출합하는 공주내외, 문종에게 예를 갖추고 있어요
염려 마세요, 아바마마
입도 제대로 못 떼는 문종
소녀, 다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문종, 희미하게 웃어줍니다
저하
안녕히 가십시오, 누님
슬퍼서 누이의 눈도 못 마주치는 단종 (아직은 세자)
저하, 사가로 종종 놀러 오십시오
... 부디 굳건한 군주가 되어주시옵소서, 저하
그리고 경혜공주의 사저, 문종의 딸을 위한 마음이 한껏 드러난 호화로운 저택입니다
(실제로도 문종이 엄청난 호화저택을 지어줬다고 해요)
그리고 그 앞에서 세령이 공주의 출합행렬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마에서 내리던 경혜
저쪽에 서있는 세령을 봅니다
네가 여기 웬 일이냐?
... 오늘이 출합날이라기에 왔습니다
네 아비는 궐 안에서, 너는 궐 밖에서 내 신경을 거스르기로 작정을 한 게냐?
다시는 내 집에 발을 들이지 말거라!
독기어린 말을 내뱉고 경혜는 홱 안쪽으로 들어가버려요
혼자 우두커니 서서 방 안을 둘러보는 경혜
낯설고 참담하고 외로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때
[마마,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하는 세령의 목소리
꼴도 보기 싫다 하지 않았느냐! 썩 물러가거라!
그 말에 대답처럼 드르륵-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세령
지금 네가 감히...
... 차라리 뺨을 치십시오
뭐라?
백대, 천대를 쳐서라도 그속이 풀리신다면 소녀 달게 맞겠습니다
일전에 뺨 한 번 맞은 걸로 이리 강짜를 놓는 게냐?
네 아비의 위세만 믿고 너까지 날 조롱하는 게야
... 더는 저를 반기지 않으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낯선 곳에 홀로 나온 마마께서 얼마나 두렵고 외로우실지 염려되어 열번, 백번을 망설이다 찾아온 길입니다
그 말을 마치고 가져온 보자기를 내려 놓는 세령
... 시집가는 딸들에게 어머니가 챙겨주는 것들이라 들었습니다.
중전마마가 계셨다면 자상하게 살펴주셨겠지요. 주제넘다 하시겠지만 없는 솜씨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아무리 꼴 보기 싫다 하셔도 저는 마마가 염려되어 또 와야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세령은 예를 갖춘 후 물러납니다
혼자 남은 경혜, 보자기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끌러봐요
그 안에서 나온건 오복주머니, 수저보 등의 혼례품들.. 세령의 마음이에요
물끄러미 그것들을 바라보는 경혜
세령은 경혜공주 방을 나서는데
정종과 마주쳐요
예를 갖추던 정종, 뭔가 번뜩합니다
한성부에서 신면과 함께 있었던 세령을 기억해내요
- 저 분이 대체 누구신가?
- 수양대군댁 장녀 세령 아가씨입니다
수양대군?
놀라는 정종
그리고, 대문을 향해 걸어가던 세령은
무심코 앞을 보다가 깜짝 놀라요
왜냐면 마침 대문안으로 막 들어서는 승유와 신면을 봤기 때문에..
서둘러 전각 옆쪽으로 숨는 세령
그리고 술자리를 벌인 세 친구들
장가가니 좋냐?
아주 좋아죽겠다. 근데 나만 좋으면 뭐 하냐?
주상전하의 환후가 위중하신 데다 공주마마는 날 여전히 거부하시니 숫총각 홀아비 신세나 다름없다.
그나저나
요놈아, 내 그 때 그 여인이 누군지 알았다
신면에게 농을 치는 정종
왜 일전에 한성부로 찾아왔던 그 여인 말이다
신면, 정종의 그말에 긴장하며 승유를 봅니다
수양대군댁 장녀 맞지?
시끄럽다. 잠자코 술이나 마셔
무마하려는 신면
그저... 혼담이 오가는 댁일 뿐이야
혼담?
아버지들 일로 우리까지 소원해져서야 되겠냐. 난 니들이 어느 댁과 혼인한대도 진정으로 축하해주마
동의한다는 듯이 웃어주는 승유
얼마 후 승유는 살짝 술에 취해 뜰로 나왔어요
근데 뜰 한쪽에 서 있던 경혜와 마주칩니다
... 김직강이 여기 어인 일입니까?
... 부마되신 분이 제 죽마고우입니다
죽마고우?
참으로 얄궂은 인연입니다
저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신 일,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다만 혼사는 깨졌다하여도 세자저하를 향한 충심은 변치 않아야 할 것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 종이, 참으로 좋은 지아비가 될 것입니다
혹, 그 아이가 있을까 싶어 여기 오신 것입니까?
순간 몸이 경직되는 승유
우연히 그 아이를 마주친다 하여도 모른 척 지나치십시오. 그것만이 김직강과 그 아이의 비극을 막는 길일 것입니다
.. 다 끝난 인연일 뿐입니다
다음 날 아침, 경혜공주의 방을 찾은 정종
공주마마! 아직 기침 전이십니까?
그런데 방 안에선 아무 기척이 없네요
- 그게 무슨 말이냐? 공주마마가 사라지셨다니?
- 집안 어디에도 안 계신다. 나인과 가마도 없어졌고
혹시나 궁에 갔을까 하여 정종과 신면은 궁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때, 경혜를 문후하러 찾아온 세령
다급히 저쪽으로 사라지는 정종과 신면을 봅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지만 내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뙇!! 승유와 마주쳐요
어떻게 또 이렇게 만나나.. 기가 막힌 승유..
여긴 또 어떻게 온 것입니까?
... 공주마마를 뵈러...
겨우 대답하는 세령
무슨 볼일인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뵐 수 없습니다
예?
그리고 그 시각, 가마에 앉아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경혜공주
공주마마, 호위 하나 없이 정녕 그곳까지 가셔야겠습니까?
경혜.. 어딜 가려는 길인지 은금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해요
사라지시다니요?
혹 궐밖에 갈만한 곳을 아십니까?
대신 공주 행세를 해줄 정도로 가까웠다면서 그 정도도 모른단 말입니까?
혹시...
짚이는 데가 있습니까?
그것이... 너무 먼 데라서...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말에 탄 세령
말은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씩씩하게 얘기는 했지만 무서워서 고삐를 꽉 쥔 세령의 손
가만히 세령이 하는 꼴을 보고 있는 승유, 어이가 없음
짜증스레 그 모습을 보다가 한숨을 푹 쉬더니 세령의 뒤로 올라타요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다녀오겠습니까?
경혜는 어느 나루터에 도착했어요
저런 자들과 어울려 배에 타야한다는 말이냐?
남루한 나룻배.. 저걸 탈 생각을 하니 자신이 없어지는 경혜
... 예
공주마마, 이만 돌아가시지요. 말도 없이 사라지신 게 알려지면 주상전하께서 염려하실 것입니다
허하신 걸로 알고 이만 돌아갑니다
그렇게 나루터를 떠나는 경혜의 가마
그리고 경혜가 떠나자마자 승유와 세령이 곧 그 나루터에 도착합니다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겠습니다.
꾸벅 예를 갖추고 나루터로 달리는 세령
말을 끌고 몇걸음 가던 승유가 우뚝 멈춰 섭니다
뒤통수가 당기듯 뒤를 돌아다보는 승유
대가집 규수같은 행색에 나룻배 안의 관심이 온통 세령에게 쏠려있어요. 두려워서 시선을 피하는 세령
그런데 그 때 홀연히 나타나 세령 옆에 앉아버리는 승유
겁 없는 건 여전하십니다
어떻게..
공주마마의 안위를 확인해야지요
승유와 세령이 탄 배가 어떤 남자가 일어서는 바람에 갑자기 기우뚱합니다
그 사내가 세령쪽으로 쓰러지려하자
세령을 보호하는 승유
그리고 배에서 내린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현덕왕후의 능이에요
(현덕왕후 : 단종과 경혜의 어머니. 세자빈 시절에 사망하여 문종이 즉위한 뒤 왕후에 추봉됨)
승하하신 중전마마의 능이라...
안 계십니다. 아무래도 여긴 안 오셨나봅니다
다리도 아프고.. 잠시 쉴까 주저 앉은 두 사람
그런데 승유가 얘기를 꺼내요
궐에서 쫓아낸 것이 공주마마 아니었습니까?
헌데 이리 애타게 찾아다니는 걸 보니 원망 따윈 없나 봅니다
마마께서 쫓아내신 게 아닙니다
실은 저는..
세령, 이번엔 사실을 밝히려고 하는데
[아무도,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김승유에게 너는, 한낱 이름 모를 궁녀인 게야]
그를 살리려면 절대로 정체를 밝혀서는 안된다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요
머뭇대며 말을 하지 못하는 세령
승유는 세령이 곤란한 것 같자 화제를 바꿔줍니다
무슨 연유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낼 곳은 마련한 것입니까?
저... 그것이... 절에서..
말을 더듬는 세령
절에서 지낸단 말입니까? 어쩐지 동자승들과 함께 있더라니.. 그네터에서 가까운 곳인가 봅니다
... 그 뒤편에 있는 절입니다
잠시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
공주행세하는 것이 재밌었습니까?
결국 승유가 물어요..
궐밖에서까지 장난질에 속아 넘어가는 내가 참으로 우스웠겠지요
상처 받은 듯한 승유의 모습을 바라보는 세령
결코 스승님을 농락하려 그리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 스승님과 함께 하는 일들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꼭 한번은, 제 입으로 직접 사죄드리고 싶었습니다
저 때문에 모진 고초를 겪으신 일,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착각하지 마시오
그런데 차갑게 대답하는 승유
... 다른 여인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오
허면 스승님께서는 어느 여인에게나 목숨을 거시는 분입니까?
고개 돌려 시선을 피하는 승유
그것이 스승님께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군요
이만 돌아갑시다
제 마음을 들키기 싫은 승유는 고개를 돌려버려요
그리고 능에서 내려오는 길
길가에 핀 들꽃을 보고 발길을 멈추는 세령
그런 세령을 쳐다보는 승유
그리고 한양 사저로 돌아온 경혜공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정종이 문앞에 와 서는 가마를 가만히 봐요
경혜는 정종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딜 다녀오셨습니까?
정종이 묻습니다
알 필요 없습니다
요행으로 부마 자리를 얻었다 해서 사사건건 지아비 노릇 할 생각은 추호도 마십시오
공주야말로 어리광 그만 부리십시오
어리광?
밤낮으로 주상전하와 세자저하를 걱정하신다는 분의 행동이 고작 이것입니까?
말문이 막힌 경혜
파르르 떨다 홱 돌아서 들어가버려요
그리고 늦은 밤, 역시 경혜공주의 처소로 오고 있는 승유와 세령
그런데 세령의 비단신이 벗겨집니다
당황한 세령
왠일인가 싶어 돌아본 승유 눈에
세령의 버선발이 눈에 띄어요
결국 터벅터벅 걸어가 비단신을 주워오는 승유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비단신을 신겨줍니다
그리고 세령은 경헤공주 처소에 들었어요
마마는 어쩌고 계셔? 무탈하신 거지?
고단하셨는지 벌써 침수 드셨습니다. 근데 아씨,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 말에 세령, 제 손에 들린 정성스레 접은 손수건을 내려다보네요
잠시 후, 경혜에게 그 손수건을 내미는 은금
경혜, 의아한 눈빛으로 손수건을 펼쳐보는데
손수건 안에 들어있던건 아까 세령이 하염없이 쳐다보던 길가의 들꽃이었어요
마마를 찾아 왕후마마의 능까지 다녀오셨답니다. 그곳에 가고 싶어 하신 마마의 마음을 아셨던 모양입니다
저녁 나절에 돌아오셨답니다
다행입니다
... 먼 길을 함께 다녀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해야 할 말을 끝내놓고도 말없이 머뭇대는 세령.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나 안타까워지기만 합니다
그런 세령을 보고도 덤덤한척 하는 승유
허면 저는 이만-
그런 승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세령도 결국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리고 승유 역시 그런 세령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같은 시각, 신면의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수양
자네를 사위 삼고자 하는 말이네만 내 딸이 좀 천방지축이네
사내들이나 타는 말에 기어이 오르겠다.. 온몸을 멍투성이를 만들면서도 당최 포기할 줄을 모르니...
제 어미 속을 썩게 한 걸로는 아마 조선 최고일 걸세
... 깊이 아껴주게나
... 예
이제 벗의 여인을 깊이 맘에 품게 되어버린 신면입니다
근데 그 때 귀가한 세령과 마주칩니다
곧 예를 갖추고 돌아섭니다
그 뒷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수양이 말을 꺼내요
세령아. 잘 보거라. 참으로 헌헌장부가 아니더냐
장차 네 지아비가 될 사내이니라
김종서 저택, 생각에 잠겨 뜰을 거닐고 있는 승유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스승님과 함께 하는 일들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밀어내려 했던 세령이 자꾸 생각나요
며칠 후, 경혜공주 사저
문종의 행렬이 당도합니다
병색이 완연한 모습의 문종
아바마마!
그리고 이 모습을 또 다른 숙부인 안평대군이 바라보고 있어요
경혜야...
아바마마, 소녀는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문종
전하.. 신이 불충을 무릅쓰고 전하를 이곳으로 모신 이유가 따로 있사옵니다
부녀를 지켜보고 있던 안평이 조용히 말을 꺼내요
의아한 눈빛으로 안평을 보는 문종
그 때, 옆으로 나있는 장지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그리고 그 곳에 부복해 있는 한 남자
그건 바로 김종서였습니다
종친의 신분으로 정사에 관여하길 거리끼는 이 사람을 설득한 이가 바로 우상입니다
... 나는 참으로 용렬한 왕이다. 충신도 알아보지 못하고 야속한 마음만 먹었구나
송구하옵니다, 전하
신 김종서, 지난날의 불충은 전하와 세자저하를 굳건히 지켜낸 후 그 죗값을 치를 것이옵니다
이 못난 아비가 끝까지 자식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우상에게 그 짐을 지우게 됐구려. 그대를 볼 낯이 없소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신 김종서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사옵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말을 타고 가는 승유
생각에 잠겨 방향도 모른 채 말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어요
어지러운 생각을 끊으려는 듯 말을 돌리려던 승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는데
승유가 도착한 곳은 그네터였어요..
김유신 돋네...
세령이 탔었던 그네가 보이네요
그리고 며칠 후 밤, 경혜공주 사저
정신없이 뛰어 온 궁궐 별감이 다급히 대문을 두들깁니다
문을 여시오! 어서 문을 여시오!
불길한 예감에 자리옷 차림으로 뛰쳐나온 경혜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같은 시각 김종서 저택
안평대군께서 보내셨사옵니다. 주상전하의 환후 몹시 위독하시다는 전갈입니다
다른 별감이 보고 하고 있어요
안평대군께서 긴히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하며 품에서 뭔가를 꺼내서 전하는 별감
그건 바로 김종서를 좌의정에 제수한다는 명패였습니다
명패를 보고 비장해지는 김종서
그리고 밤이 깊어질때까지 그네터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승유
[... 그것이 스승님께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군요]
세령의 상심한 듯한 눈빛이 떠올라요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나는 듯이 그네를 확 밀쳐버리는 승유
그날 밤 강녕전 동온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문종
곁에는 눈물범벅이 되어있는 단종과 경혜
안평에게 전하라...
어명을 받고 전균이 문종의 교지를 전하자마자
[수양대군 납시오!]
하는 내관의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에 안평은 황급히 교지를 품에 챙겨 숨깁니다
눈물을 흘리며 황급히 들어서는 수양
전하, 수양이 왔사옵니다. 부디 눈을 떠 아우를 보소서..!
더욱 숨이 가빠지는 문종
그리고 그 시각, 승법사
세령은 심란한 얼굴로 탑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그 분을 잊게 해달라는 듯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 세령
다시 강녕전
홍위야.. 경혜야..
자식들을 마지막 안간 힘으로 부르는 문종
소자 여기 있사옵니다
아바마마!!
호랑이 같은 숙부에게 자식 둘을 남기고 떠나야하는 애끓는 부정.. 문종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결국 문종 붕어하심..
아바마마!
아바마마!
그리고 그 뒤에서,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수양의 모습
그리고 잠시 후, 문종의 주검 앞에 앉아있는 단종과 수양
저하! 심기를 굳건히 하옵소서
교지를 내릴 것입니다. 이 숙부가 모두 갖추어놓았으니 저하께서는 그저 제 곁에 계시면 될 것입니다
이미 교지를 다 마련해둔 수양
당황스럽지만 단종은 아무런 힘이 없어요
그리고 강녕전 앞마당으로 나온 두 사람
전하께서는 미처 고명을 남기지 못하고 승하하셨소이다. 이에 마땅히 전하의 뒤를 이을 세자저하께서 친히 교지를 내리셨소
(고명 : 왕의 유언)
우부승지가 읽으라
짜여진 각본대로 교지를 펼친 신숙주
나 왕세자 홍위는 아직 어려 종사를 돌보기 미력하다. 그리하여 제일왕숙인 수양대군에게 간곡히 청하는 바..
수양에게 섭정을 맡기겠다는 듯한 내용의 교지를 읽는데, 바로 그 때!
멈추시오!
어둠 속에서 나타는 안평대군과 그 뒤 민신과 조극관
주상전하께서 고명을 대신해 제게 친히 교지를 내리셨습니다. 우부승지가 직접 읽으시오
하며 신숙주에게 교지를 전해요
당황한 신숙주, 머뭇거리다 다가가 교지를 받아 펼치는데
선명한 문종의 옥새자국
순간 아찔해져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수양을 돌아보는 신숙주
제2왕숙인 내가 친히 전하께 받은 교지일세. 어서 온 종친과 백관들 앞에서 읽으시게
다시 한번 신숙주를 재촉하는 안평
... 과인은... 김종서를 좌의정에 제수하는 바
떨리는 목소리로 교지를 읽어가는 신숙주, 그런데
그 때, 어둠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김종서
중신들의 시선이 모두 김종서에게 향합니다
단종에게 예를 갖춘 후
이 김종서가 눈 뜨고 있는 한, 더는 종친이 정사에 관여해서는 아니 될 것이오!
이를 거스르는 자, 목숨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외다!
수양을 바라보며 일갈하는 김종서
분노로 김종서를 노려보는 수양
허공에서 얽히는 두 사람의 시선
잠시 후, 강녕전을 뒤로 하고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수양
수양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요
김.종.서
그리 원한다면 이 손으로 죽여드리리다!
다시 승법사 마당, 기도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세령
뒤에서 시선을 느끼고
그 곳을 돌아봐요
그런데 거기 승유가 있네요
승유를 보고 놀란 세령
그렇게 한참을 뚫어져라 세령을 쳐다보던 승유
잠시 후 성큼성큼 세령에게 달려와요
그리고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세령을 안아버리는 승유
첫댓글 홍수현 연기가 ㄹㅇ
ㅠㅠ이제 짠내 폭발이야ㅜ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와중에 아강이 졸귀탱
홍수현 진짜ㅠㅠㅠㅠ
미쳤가....
와 진짜 존잼ㅠㅠㅠㅠ이담부터 완전 염전밭이지ㅠㅠㅠㅠ
수양대군이랑 김종서 진짜 악연이다 ㅠㅠㅠㅠㅠ
아ㅜㅜㅜ 존잼 잘보고있어요~
이거개죤쟈뮤ㅠㅠㅠㅠㅠㅠㅠ
개존잼....다음편...다음편을 주세요
존나 쟈믹오
꺄악!!!!!!!!!
꺄~ 마지막 안을때 소름ㅠㅠㅠ 다시봐도 재밌네요
하 개존잼...
크... 존잼ㅠ 저걸 본방으로본 나 칭찬한다
아 나만 세령이 얄미운가봐ㅠㅠ
이거 레알 인생드라만데ㅠㅠㅠ 오스트도 진짜 다좋아서 엄청 앓았었는데 너무 좋다ㅠㅠㅠㅠ 고마워ㅠㅠ
조온재앰.....글 써줘서 고마워 너무 재미있게보고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