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하재헌 중사도 분노
“북한이 그렇게도 좋습니까”천안함 재조사 논란에 분노
김은중 기자
입력 2021.04.02 20:08 | 수정 2021.04.02 20:07
'목함지뢰 영웅'이라 불리는 하재헌 예비역 중사. /조선일보DB
‘목함지뢰 영웅’이라 불리는 하재헌(27) 예비역 중사가 2일 정부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재조사 번복 논란에 대해 2일 “북한이 왜 그리도 좋냐”라고 분노했다.
하 중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몸바쳐 싸우신분들을 존중하고 대우해달라는 것인데 천안함 재조사가 무슨 말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평소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도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인람)는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나섰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자 2일 긴급회의를 열어 사건의 원인을 재조사해달라는 진정을 각하했다. 군 안팎에선 유족과 생존 장병의 거센 반발, 비난 여론 확산 등 파장이 커지자 진상위가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 중사는 “제대로 된 대우라도 해주면 몰라, 그럴꺼면 그냥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라도 계시라”며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은 북한”이라고 했다. 그는 “나라를 지킨 국가유공자는 한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고, 이분들에게 당과 정치·정권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하재헌 중사가 경기 하남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휠체어에 오르고 있는 모습. /김지호 기자
하 중사는 2015년 8월 서부 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수색작전 도중 북한이 심어 놓은 목함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다. 스물한 살에 불과했던 그는 사고 후 19차례 전신마취 수술을 견뎌냈다.
하 중사는 두 다리를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활 끝에 조정 선수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개척했다. 국가보훈처가 내린 공상(公傷·교육이나 훈련 중 입은 상이) 판정을 전상(戰傷·적과 교전이나 그것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입은 상이)으로 뒤집어 주목받았다. 정부는 이후 적이 설치한 지뢰 폭발로 피해를 본 군인이 전상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규명위가 이날 만장일치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재조사를 각하했지만 석연치 않은 행보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유족 민광기씨는 “허망하고 허탈한 하루였다”며 “북한에 사과 한 마디 받아 내지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문재인 정부가 한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억울한 사람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기관(진상위)가 앞장서서 우리를 죽이고 또 죽이고 있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정치부에서 외교부와 총리실, 감사원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출처 ‘목함지뢰’ 하재헌 중사도 분노 “북한이 그렇게도 좋습니까”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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