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교실을 마치고
내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 이십 년이 흘렀습니다. 본래 회화를 전공하였는데 호구지책으로 이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은 내 인생에서 어린이 책을 빼놓고서는 이야기 할 수도 없을 만큼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일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닌 겁니다. 더구나 자라나는 아이들이 내 그림을 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어께가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렇게 마음을 달리 먹고 그린 첫 책이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화요일의 두꺼비’였습니다. 마음을 모아 그 내용에 푹 빠져서 그려서 그런지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 하였습니다. 이런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힘이 나는 거예요. 그 후로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느덧 올해도 거의 저물어 가니 처음 꿈 교실에 왔던 때가 생각 납니다. 작년 이맘 때였던 것 같아요. 꿈 교실로부터 아이들에게 일러스트 지도를 부탁 받았는데 처음에는 좀 망설였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고 행여 내가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을 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선뜻 하겠다고 했지요. 첫 수업이었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물어 가면서 외우려고 저의 작은 스케치북에 간단하게 얼굴들을 그려나갔지요. 애들 지도 경험이 없어서인지 천천히 적응이 되어 갔습니다. 아무튼 처음에는 연필 다루기라든가 펜 다루기 같은 기법 위주로 그리다가 나중에는 자세히 그리기 같은 것도 했는데, 그러다가 문득 이 아이에게 자기가 글을 써서 그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게 한다면 모두에게 좋을 것 같았어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몇 주 정도의 시간을 주고 글을 쓰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글들이 좀 어수선했는데 문제점을 지적해 주면서 이야기들을 모아 갔지요. 그랬더니 갈수록 정리가 되었습니다. 모두 그런대로 이야기가 살아 있어서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캐릭터 작업에 들어 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주변 셋트 설정과 밑그림 그리기와 채색 작업까지 팔 개월에 걸쳐서 모두 끝이 났습니다. 이제 제본 작업과 전시만을 남겨 두고 있는데 그 사이에 이런 저런 분들이 스캔 작업과 편집을 해주시겠다고 해서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림 작업이 끝나서 이제 꿈 교실에 나가는 것은 제본 할 때나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 일 년 동안에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앉아 쉬면서 차 한 잔 마실 때 아이들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 오릅니다. 참 많이도 떠들어서 수업 분위기를 즐겁게 했던 하림이를 비롯하여 그림 욕심 많은 아영이,웃기는 이야기를 썼던 다인이와 높은 집중력으로 맨 먼저 그림을 완성 시킨 예원이랑 느릿느릿 맨 마지막까지 고생한 하정이까지... 모두 보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얘들아, 이제 곧 겨울이구나.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렴.”
2007.11.2 김종도 | |
첫댓글 수료를 축하! 아이는 새로운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