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영웅의 노래
大風起兮雲飛揚(대풍기혜운비양)
큰바람 일어나자 구름이 흩날리누나.
威加海內兮歸故鄉(위가해내혜귀고향)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나니,
安得猛士兮守四方(안득맹사혜수사방)
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
―‘바람의 노래(대풍가·大風歌)’ 유방(劉邦·기원전 256년∼기원전 195년)
◦ 大風(대풍) : 큰 바람. 黑風(흑풍). 자기자신을 비유해서 말한 것임.
◦ 兮(혜) : 어조사. 운문의 구 끝이나 중간에 쓰이어 정지 또는 감정을 터뜨리는 구실을 하며 ‘~이여. ~인가’ 등으로 풀이함.
◦ 雲(운) : 구름. ‘보잘것없는 인물. 어지러운 세상’을 비유함.
◦ 飛揚(비양) : 높이 날아오름.
◦ 海內(해내) : 나라 안. 중국 본토.
◦ 安(안) : 어찌. 어떻게든지.
◦ 猛士(맹사) : 용맹한 인물이나 兵士(병사).
◦ 四方(사방) : 동서남북 여러 곳. 東夷, 西戎, 南蠻, 北狄(동이, 서융, 남만, 북적) 등 오랑캐와의 국경.
이 시는 유방이 회남왕 경포(淮南王 鯨布)를 치고 돌아올 때, 고향 땅 패(沛)에 들러 고향 사람들과 잔치를 하며 쟁(箏)과 같은 12줄 악기인 공(筇)을 치면서 부른 노래이다. 제왕(帝王)의 기상을 드러낸 작품이니, ‘대풍 같은 내가 군사를 일으키매 조무라기 장수들은 숨어버리고 어지러운 세상도 바로잡혔다. 내 위세와 위력이 온 나라에 떨치어 이제 고향에 돌아왔다. 이제부터는 용맹한 인재들을 얻어 사방 국경을 튼튼히 함에 힘쓰리라.’ 했다. 이성계 조선 태조의 “눈앞에 보이는 지경이 모두 내 땅이 될 양이면, 저 초와 월 나라 강남 땅도 어이 마다 하리.”가 연상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대풍가 [大風歌] (한시작가작품사전, 2007. 11. 15.)
한고조(漢高祖) 초기에 만들어진 기와지붕의 처마 끝에 놓는 수막새와 암막새인 막새기와로 ‘한병천하(漢幷天下)’는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했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축조된 건장궁(建章宮) 유적지에서도 이런 막새기와들이 출토되었다.
반란을 평정한 한 고조 유방(劉邦)이 조정으로 귀환하면서 부른 개선가. 초왕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천하 통일을 이루긴 했지만 연왕(燕王), 회남왕(淮南王) 등 제후들의 반란이 끊이질 않았다. 마침 회남왕 영포(英布)의 반란을 진압한 유방이 고향 땅 패현(沛縣)을 지나면서 고향 사람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마침내 금의환향한 영웅의 기상과 패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자리였다. 한편, 그가 수성(守城)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여 벅찬 감회 속에서 영웅은 ‘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라며 새삼 우려와 다짐을 곱씹고 있다. 지난날 그랬듯이 언제 또다시 이 천지에 ‘큰바람 일고 구름이 흩날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기에 승리자로서의 비애가 내면에서 꿈틀댔을 것이다. 노래 전체는 3구에 불과하지만 그 속엔 과거, 현재, 미래가 순차적으로 농축되어 있다.
농민 집안 출신으로 젊은 시절 주색에 빠져 건달 생활을 한 탓에 지식 기반이 허약했던 때문일까. 그가 남긴 작품은 시 2수가 전부인데 다른 하나는 ‘큰고니의 노래(홍곡가·鴻鵠歌)’다.
鴻鵠高飛 一擧千里(홍곡고비 일거천리),
큰고니 한 번에 천 리를 나는데,
羽翮已就 橫絶四海(우핵이취 횡절사해).
날개가 이미 자라 온 천지를 나는구나.
橫絶四海 當可奈何(횡절사해 당가내하).
온 천지를 날아다니니 어찌하리오.
雖有矰繳 尙安所施(수유증작 상안소시).
화살이 있다 한들 어찌 쏘리오.
ㅡ큰고니의 노래(홍곡가·鴻鵠歌), 유방(劉邦·기원전 256-기원전 195·漢高祖)
◦ 鴻鵠(홍곡) : ‘큰 기러기와 고니’라는 뜻으로, 곧, 큰 인물(人物)을 비유(比喩ㆍ譬喩)한 말.
◦ 羽翮飛肉(우핵비육) : ‘새의 깃이 무거운 몸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날아다니게 한다.’는 뜻으로, 경미(輕微)한 것도 많이 모이면 유력(有力)해짐을 비유(比喩ㆍ譬喩)해 이르는 말.
◦ 翮(핵) : 깃촉 핵, 솥 력(역)
◦ 矰(증) : 주살 증
◦ 繳(작) : 주살 끈 작, 주살 끈 격, 얽힐 교
◦ 矰繳(증작) : 주살. 오늬와 시위를 잡아매고 쏘는 화살.
◦ 鴻鵠歌(홍곡가) : 중국 한(漢) 나라 고조가 지은 노래. 고조가 태자를 폐(廢)하고, 둘째 부인인 척부인(戚夫人)에게서 난 자식을 태자로 세우기 위해 연회를 베풀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하였음. 그러나 태자의 주위에 그가 평소 흠모했던 사람들이 태자를 도와주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계획이 실패하였음을 발견, 이에 척부인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고 자신은 이 노래를 수차례 부르고는 태자 폐위 계획을 포기했다고 함. 이미 태자가 자신이 어찌할 수 없이 높은 위치에 있음을 고니새를 비유하여 읊은 것임. 조선에서는 이를 임금이 여색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비유로 사용함.
황태자를 교체하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그 좌절감을 이런 식으로 비유했다. 투박하리만치 뚝뚝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창업 제왕의 소탈한 면모를 잘 담았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3년 12월 22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