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명길과 44에 결혼했고, 큰아이를 46에 둘째를 49에 낳았습니다.
게다가 머리까지 백발이라 종종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
가령 유치원의 아버지의 날 같은 때 가보면 같은 반 아이들이 저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서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런 날 저녁이면 두 아들에게 아빠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미안하다고,
그러니까 너흰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돼야 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중1짜리 큰녀석의 장래희망은 어려서부터 의사였는데, 이유는 '아빠를 더 오래 살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벌써 몇해 전 일이지만, 그러니까 둘째가 일곱 살 적에, 제가 운전하면서 둘째를 옆에 태우고 어딜 가는데,
비가 와서 길은 자꾸 막히고, 눈앞의 와이퍼는 왔다갔다하고 그러고 있는데... 둘째가 불쑥 제게 물었습니다.
ㅡ아빠, 백 살까지는 살 수 있지?
ㅡ...글쎄,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빤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지는 않은 걸.
ㅡ왜요...?
ㅡ아빠가 늙으면 형하고 니가 아빨 먹여살려야 하는데 너희가 힘들잖니!
그러자 이놈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ㅡ아빤 왜 그런 말을 해. ...아빠, 우린 가족이잖아!
저는 아마도 죽는 날까지 아이의 그때 그 표정을 잊지 못할 겁니다.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