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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2026년 3월 9일 월요일
선경 정해균의 독서노트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뭐, 5000이 정말 오 갰어요?”
대선직후 여당내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가 꾸려질 무렵, 특위 위원 A 가 민간 전문가 B에게 이렇게 반신반의하듯 물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5000을 내걸었지만 스스로도 실현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B 역시 “꿈을 크게 가지면 이번 정부에선 아니 라도 언젠가는 실현되지 않겠느냐”고 덕담을 했다고 한다. 그 만큼 코스피 5000은 ‘꿈의 지수’였다. 새정부 출범부터 7개월 만에 도달하리 라곤 특위를 꾸린 의원도, 자본시장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했다. … 조기 목표 달성이 기쁘기는 하지만 이러다 갑자기 뚝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B는 “이정도 지수는 정부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엔 기업이 만든 것이니 걱정 마시라”고 답했다고 한다. …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수는 어느덧 과열 양상을 띠며 불과 한달사이에 다시 6000선을 뛰어 넘었다. ‘활황증시에 나만 소외된 것 아니냐’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성 자금이 급격히 쏟아져 들어오면 서다. 그러자 한국증시의 저평가를 개탄하던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차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돈을 빌려 증시에 투자하는 ‘빚투’가 급증한다는 애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당국에선 그 어떤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코스피는 이틀간 20%나 빠지는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경제상황이 비슷한 상황의 일본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변동 폭이 크다. 무엇보다 지수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른데 다, 빚투처럼 불안정한 자금이 많이 들어온 탓에 외풍에 쉽게 흔들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5일 다시 급반등하긴 했지만, 롤러 코스 같은 아찔한 장세에 “코인판과 뭐가 다르냐”는 자조가 나오는 중이다.
- 3월 6일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민근 기자 가 쓴 “코스피와 강남 집값은 잊어라”중에서 발췌인용.
◐투기의 붐이 파국에 이르는 과정.
국제 금융분야에서 머니 트레이더로서 최고 경지까지 올랐던 버나드 리테어(Bernard A. Lietaer)는 투기의 붐이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정리한다:
1. 투기발생. 어떤 시장이 완만하면서도 뚜렷한 상성세를 보인다. 해당 시장의 큰손들은 이 사실을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꾼’들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돈다. 이기간 동안 꾼의 충고를 따랐던 사람들도 상당한 돈을 만진다.
2. 광기의 과열. 해당 시장이 달아오르면 처음에는 큰손이, 다음에는 일반 시민이, 나중에는 외국인까지 가세해 투기가 본격화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 드는 바람에 고수들은 안심하고 돈을 챙길 수 있다. 시장은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시장 참여 자들은 광기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그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돈에 취해 계속 사들일 뿐이다.
3. 패닉. 근본적인 변화는 발생하지 않지만, ‘무언가’가 발생해 시장 분위기를 반전 시킨다. 그 무언가는 루머일수도 있고, 새로운 정보 일수도 있다. 이 정보는 투기의 대상인 자산과 관련된 것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시장분위기는 순식간에 냉각되면서 갑자기 팔자는 분위기가 엄습한다.
4. 파국. 파산, 금융공황, 수 만은 사람들의 좌절… 투기 바람을 타고 하늘높이 치솟던 자산 가격은 급격히 추락하면서 정상적인 가격 이하로 추락한다. 여기에 정부 당국자들은 ‘지나침(과잉)’을 한탄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나서 새로운 학설을 내놓고, 재발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버나드 리테어 지음 강남규 옮김 “돈, 그 영혼과 진실” 중에서.
【선경의 독서 노트】
◐욕심 많은 트럼프 이야기.
스스로를 “맨하튼의 마천루”와 같은 존재로 자부하는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캠페인으로 2024년 12월 미국대통령에 재선 되었다. 트럼프는 풍수를 자신의 부동산 사업에 적용하여 성공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그가 풍수를 알았던 것은 아니다. … 그는 ‘부동산 개발 투자에서는 아시아 부호들에게 풍수가 필수’ 임을 깨닫고, 이를 활용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아시아 고객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사와 부호들에게도 ‘대박’을 터트렸다. 트럼프는 평소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했다.
“내가 풍수를 믿을 필요는 없다. 나는 다만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에 활용한다(I don’t have to believe in Feng Shui, I use it because it makes me money).” (트럼프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당신이 풍수를 믿을 필요는 없다. 나는 그것이 돈이 된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 (You don’t have to believe in Feng Shui. I just know it brings me money).”
-김두규 지음 “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해냄)” 중에서
◐욕심 많은 참새 이야기.
어느 날 솔로몬 왕이 독수리를 타고 천국을 시찰하던 중 균형을 잃어 아래로 떨어질 뻔 했다. 이를 본 참새 수 백마리가 날아와 솔로몬 왕을 구해 주었다. 솔로몬 왕은 보답으로 참새들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헸다. 참새들은 고민하다 솔로몬 왕이 쓰고 있는 순금 왕관을 요구했다. 솔로몬 왕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참새들의 강력한 요구에 결국 모든 참새에게 황금 왕관을 주었다. 이후 참새들은 황금 왕관을 쓰고 하늘을 날아 다니게 되었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참새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사냥꾼들이 전국에서 몰려 들었고, 결국 참새들은 다 죽고 다섯 마리 만 남게 되었다. 그들은 솔로몬왕에게 달려가 “우리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 제 금관은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금관을 반납했고 그제야 참새들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한근태 지음 “과유불급(위즈덤하우스)” 중에서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잠시 세상에 내려온 천사 미하엘이 자신을 추위에서 구해준 구두수선공의 집에서 먹고 자며 일하게 된다. 어느날 한 부자가 고급 가죽을 가지고 와서 으스대면서 그것으로 자기의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구두수선공은 그 일을 미하엘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가 만든 것은 엉뚱하게 도 굽 없는 슬리퍼였다. 그것을 본 구두 수선공이 놀라서 당황하고 있을 때 부자의 하인이 황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주인 나리가 집으로 돌아 가던 중 마차안에서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는 전갈이었다. 그래서 이제 장화는 필요 없고 죽은 사람에게 신기는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다시 주문했다. 미하엘은 이미 완성해 놓은 슬리퍼를 툭툭 털어서 하인에게 건네주었다. 부자는 왜 고급 가죽으로 된 장화를 원했을까. 마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굳이 튼튼한 재질의 신발이 없어도 될 텐데 말이다. … 말하자면 과시적 소비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해 보통사람들이 감히 소지할 수 없는 ‘명품’장화에 집착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선망에 종속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장화 이외에도 여러가지 희소한 물건들을 사 모았을 듯하다. 그러나 그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슬리퍼였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말한다. “그 부유한 손님은 자기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했다. 사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살아서 신을 장화인지 아니면 죽어서 신을 슬리퍼 인지, 그것을 아는 것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다.
-톨스토이지음, 권윤정 옮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에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독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살아 생전에 “무소유”라는 산문집을 낸 법정 스님은 말합니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 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라고.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자유이고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행복한 삶의 비결이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돈의 인문학(저자 김찬호, 문학과 지성사)”에서 저자는 돈이 우리 삶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영역에 관하여 존재론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집니다.
(1) 이세상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얻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2) 이세상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저자는 물질 만능과 인간본성의 관계가 상호 독립적이라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 질문을 던집니다.
(1)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줄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
(2)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해도 기꺼이 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여기서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전형적인 부자들은 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가름할 수 있는 인용문 두가지를 소개합니다.
☞Money doesn’t change men, it merely unmasks them. If a man is naturally selfish or arrogant or greedy, the money brings that out, that is all.
-Henry Ford (July 30,1863-April 7, 1947), The American founder of the Ford Motor Company.
돈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사람의 천성이 이기적이거나 오만하거나 탐욕적일 경우 돈은 그 사람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진면목)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전부이다. – 헨리 포드 미국 포드 자동차회사 창업자.
☞Giving is the secret of a healthy life. Not necessarily money, but whatever a man has of encouragement and sympathy and understanding. – John D. Rockefeller Jr. (1874-1960, Philanthropist)
기부(남을 돕는 것)하는 것은 건강의 삶의 비결이다. 반드시 돈뿐 만 아니라 격려, 동정 그리고 이해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 록펠러 주니어(1874-1960, 미국의 자선가)
♣독서노트 註. 위 록펠라 주니어의 명언은 독서노트에서 제기한 돈과 관련된 네가지 중요한 질문 즉 “이세상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와 “이세상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그리고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와, “돈을 한푼 받지 못 한다 해도….” 경우마다 사람이 할 일에 대한 올바른 대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돈에 관한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돈 그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돈의 결정적 특징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치 않은 돈의 속성은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룰입니다. 따라서 돈의 주인이 좋은 뜻을 가지고 제한된 돈을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돈을 가진 사람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 난해한 질문에 세계적인 영성 철학자인 디펙 초프라 (Deepak Chopra)는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일곱가지 지혜”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풀어냅니다.
”성공에는 여러 측면이 있다. 예컨대 물질적인 부는 성공의 한요소에 불과하며, 성공은 최종 종착지가 아니라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건강과 활력, 삶에 대한 열정, 만족스러운 인간관계, 창조적 자유, 정서적 심리적 안정, 넉넉하고 평화로운 마음 이모두가 성공에 포함된다.”
나에게 오직 돈이 없다는 이유가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 핑계거리가 될 수만 없습니다.
미국의 자선가 록펠러 주니어 가 말한대로 격려, 동정, 이해심 그리고 재능기부
등 비 물질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쓰러진 상대를 일으켜 세워 함께 살아 가는 것이 자본주의의 fair play 정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절기상으로 경칩(驚蟄)을 지나면서 꽃샘추위가 시샘을 하지만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오는 봄을 반기며 건강하고 활기찬 한주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