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라몬테의 와인 저장고. 2, 3 산티아고 근교에 자리한 베라몬테 와이너리는 전시장과 시음장을 겸하고 있다. 와이너리 내에는 귀빈을 위한 시음 공간과 과거에 포도를 짜던 기계들을 모아 놓은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포용한다와인의 종류와 와이너리가 너무 많아 섣불리 아는 척 할 수 없었던 와인의 나라, 칠레. 칠레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어떤 와인이 좋은 지 굳이 머리 아프게 익힐 필요는 없다. 그냥 시음해 보고 맛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아니면 바꾸면 되고.
그래도 대강은 알고 마셔야, 칠레 포도 품종 칠레로 떠나기 전, 젊은 시절 칠레를 여행하며 수많은 와인 생산지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했던 ‘와인21닷컴’의 최성순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칠레는 전 지역이 좋은 와인들을 생산하기 때문에 지역적인 특성이나 브랜드보다는 칠레에 맞는 포도 품종을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와인 라벨에 ‘칠레’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면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경험해봐야 할 칠레 최고 품종의 와인으로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카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을 추천했다. 더불어 칠레에서 재배되는 레드 와인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프랑 Cabernet Fran·말벡 Malbec·프티 베르도 Petit Verdo·피노 누아 Pinot Noir를, 화이트 와인으로는 샤르도네 Chardonnay·세미용 Semillon·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리슬링 Riesling을 추천했다.
“최근에 카르메네르 Carmenere 품종이 칠레에서 유일하게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본래 이 품종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생산되었으나 ‘필로세라’라는 진드기 때문에 모두 사라졌던 품종이죠. 유럽의 어느 양조학자가 칠레를 방문하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품종은 예전에는 메를로 품종과 너무 흡사하여 구분을 하지 못했었다고 하더군요.” 메를로와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피망과 같은 스파이시한 맛과 부드럽고 풍부한 맛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카르메네르. 자, 이 정도면 대강은 알게 되었겠지?
내 입맛을 먼저 알아야, 칠레 와인 해변 도시인 비냐델마르로 가기 위해 번잡한 산티아고를 벗어나 서쪽으로 향한 지 20분쯤 되었을까? 갑자기 넓은 평원이 나타난다. 그 넓은 평원은 모두 포도나무로 덮여있다. “산티아고 근교에 있는 대부분의 와인 공장은 휴게소를 겸하고 있습니다. 꼭 와인을 마시지 않아도 식사를 하고 쉬어갈 수 있지요. 여기서 포도밭과 와인을 찍으시죠.” 와인 농장이 휴게소라니, 포도 수출국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입구에 들어서니 거대한 대형 버스 세 대가 이미 농장 건물 앞에 서 있다. 베라몬테 Veramonte라는 와인 브랜드를 생산하는 이 농장은 규모가 크고 시설이 깔끔한 데다, 산티아고 근교에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관광 명소가 된 지 오래되었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입구로 들어서니 그의 말대로 50명도 넘는 사람들이 시음을 하느라 북새통이다. 시음하고 구입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시음만 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관광버스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는지라, 한 귀퉁이에서 시음을 하면서도 남는 게 있을지 괜히 걱정이 된다. 칠레 와인협회에서 상을 받은 다섯 종의 와인을 마음껏 시음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