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社창업자 빌 고어(왼쪽)와 부인 비브 고어
지난해 수락산 7부 능선 부근.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인이
실종 사흘 만에 구조됐다.
초겨울 산속 추위 속에서 50시간 넘게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지만 발견 당시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구조작업을 벌였던 경찰 측은 이 노인이
고어텍스 소재로 만들어진 등산복과 모자 덕분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빗물과 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아
저체온증을 피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을 위한 의류 소재 고어텍스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산을 점령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고어텍스 등산의류를
앞다퉈 내놓았고 ‘산 좀 탄다’는 이들은 고어텍스 재킷
하나 정도는 필수 아이템으로 갖고 있을 정도.
한국 등산객들을 비아냥댈 때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동네 뒷산 올라가는데 옷이나 장비는
히말라야 등반대급으로 차려입는다.”
사실 국내 산을 오를 때 굳이
고기능성 의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비슷한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는,
좀 더 저렴한 소재도 많이 개발돼 시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고어텍스에 열광한다.
고어텍스 인기는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기현상’만도 아니다.
고어텍스를 만드는 고어(W L Gore & Associates)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30개 국가 1만여 명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2012년 30억달러(3조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8%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영국 인디펜던스지는 ‘세계를 바꾼 101가지 발명품’
으로 고어텍스를 선정하기도 했다.
고어텍스의 성공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방수·방풍·투습…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핵심은 탁월한 방수·방풍·투습력이다.
가벼우면서 얇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원리는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고어텍스로 통칭되는 얇은 필름 형태
멤브레인 표면엔 제곱인치당 90억개가 넘는
미세한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은 물방울 입자보다 작고(2만분의 1)
수증기 분자보다는 크다(700배). 외부의 물은 차단해주고
몸에서 배출되는 수증기는 원활히 배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마찰에 강하고 발수(물방울을 튕겨내는 것) 기능을
더한 덧감과 살과 닿는 부분촉감을 좋게하는 안감을 더한다.
연구에서 디자인,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품질을 자신할 수 있다고 고어 측은 설명한다.
창업자 W L 고어의
“우리 제품은 우리가 표시한 성능을 보장한다
(Our products do what we say they will do)”
원칙에 따라 모든 고어텍스 제품은
100가지가 넘는 테스트를 거친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유사한 기능을 갖춘 소재가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방수나 투습 등 기능성에서
고어텍스가 더 낫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매출 10% R&D 투자…특허만 2000개 넘어
기능성을 뒷받침하는 건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끊임 없는 혁신이다.
고어는 연매출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에 연구소를 운영하며
세계적 대학 21개 및 연구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취미로 가벼운 등산을 시작한 사람들은 고산 등반,
종주 산행, 산악 트레일 러닝, 산악 사이클링 등
한층 강도 높은 아웃도어 활동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더 혹독한 환경에 몸이 노출되니 더 높은 차원의 방수,
방풍, 투습 기능 아웃도어 의류 수요도 늘게 된다.
고어는 고객 니즈와 시장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해
기능성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다양한 가격대를 갖춘
라인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고어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의류뿐만 아니라
헬스, 전자공학, 에너지, 자동차, 화학 공정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고어텍스 원료인 ePTFE(확장된 PTFE)는 강도가 높고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생체 이식에 적합하면서
내구성, 내열성, 내화학성 등도 갖추고 있다.
특허도 2000여 개나 보유하고 있다.
독보적 기술로 품질·안전·신뢰 이미지 구축
세계적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저서 ‘필립 코틀러 인브랜딩’에서
‘인그리디언트 브랜딩(Ingredient Branding)’
전략을 소개한 바 있다.
최종 제품에 포함된 부품이나 소재 등 구성 요소
(Ingredient)를 브랜드화하는 것으로 이를 널리 알리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완성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 성능,
품질, 안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전제가 있다.
독보적 기술력이다.
프로세서인 인텔이 인그리디언트 브랜딩의 대표적 예다.
고어 역시 뛰어난 기술력과 강력한 고어텍스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인그리디언트 브랜딩을 펼친다.
소비자들은 아크테릭스나 노스페이스 등 유명 아웃도어
제조 기업의 브랜드를 보고 의류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소매에 박혀 있는 고어텍스 마크에도 이끌린다.
고어텍스의 기능성을 믿고 옷을 구입하는 셈이다.
산악인·탐험가·우주인…전문가가 입고 검증
고어텍스 소재는 1976년 처음 상용화됐다.
처음엔 극한에 도전하는 전문가들에게 기능성을
인정받았고, 이후 입소문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브랜드 인지도가 확산됐다.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많이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인데, 고어텍스가 그 원조 격인 셈이다.
1978년 이탈리아의 전설적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최초 성공했다.
1981년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 소재로 고어텍스가 사용됐다.
‘고어텍스는 우주복에도 사용되는 소재’란
강렬한 메시지가 소비자들 뇌리에 각인된 계기였다.
1990년엔 국제남극대륙횡단팀이
고어텍스 아웃웨어를 선택했다.
2005년 세계 최초 남극 사우스 조지아 카약탐험대
‘어드벤처 필로소피’가 고어텍스 기능성 의류를 착용하며
그 진가를 또 한번 입증했다. 이 탐험대는 고어텍스
기능성 의류와 장비들이 혹한과 눈보라를 버틸 수 있게
해줬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패에서 대박 나온다” 혁신·수평적 기업문화
고어텍스 역사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W L 고어는 화학 기업 듀폰 엔지니어였다.
합성수지인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 연구를 하다
이 소재의 잠재성을 발견한 듯하다.
그는 자택 지하실에 공장을 차렸고
고어 역사가 시작됐다.
1969년 고어의 아들 밥 고어는 합성수지인
PTFE를 확장시키는 방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실패를 거듭하던 그는 우연히 뜨거운 합성수지를
늘려보다 강도는 유지되면서 길이가
10배가량 늘어난 새로운 소재를 발견했다.
이를 ‘확장된 PTFE(ePTFE·expanded PTFE)’ 라 이름 붙였다.
실패에서 ‘대박’을 찾아낸 고어의 역사와
독특한 기업문화 덕분에 이 회사 직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인 실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고어는 보스와 직급 개념,
고정된 업무 영역, 일방적 명령 등이 없다.
모두가 서로를 ‘동료(Associate)’라고 부른다.
서로 자기주도적 업무를 유도하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협업을 장려한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의 설문조사 결과
이사회에서 임명된다.
첫댓글 파라과이에 한국분들이 주로 종사하는 분야가 의류쪽이라서요..
그런데 이곳에선 고어텍스를 잘 모르더라구요~
이제 고어텍스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어텍스 마크는 많이 봤습니다..ㅎㅎ
요즘 희망나무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름을 딴 고어였군요~~
발명품은 그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가 봐요..
우리도 무언가 하나 발명품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