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의 추억
3박 4일의 제주 여행이 끝났다. 둘째 딸 가족은 사정이 있어서 참여하지 못하고 큰딸 가족과 아들 가족이 함께했다. 모두 일곱이다.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풍경이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은 추억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러 찾아간 식당은 바닷가에 있다. 거기서 바라본 서귀포 앞바다는 환상의 시계였다. 온통 깜깜한 바다 한가운데 높이 솟은 풍력 발전기, 거기에서 내뿜는 보라색 불빛, 수평선 너머로 불야성을 이룬 갈치잡이 배의 불빛들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갈치 조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것도 좋은 추억이다.
삼손 크기의 길치 조림인데 광주에서 먹었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제주에서 먹은 갈치는 싱싱하다고 한다. 그리고 삼 손짜리 갈치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손녀가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또 고등어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것도 추억이다.
식당 앞에서 바라본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5월의 저녁 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붉게 물든 저녁놀, 잔잔한 바다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배 이런 것들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였다. 내 인생에서 언제 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겠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음식이 나왔다. 직사각형 도마 위에 고등어회가 나왔다. 20여 점 된다. 아주 얇게 저민 회이다. 고등어회는 아무 데서나 먹는 음식이 아니다. 육지로 10km 이상 들어가면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오로지 그것을 잡은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급 음식이라고 한다.
숙소에서 팔순 잔치를 베푼 것도 좋은 추억이다.
내 나이 80이 되려면 2년이나 남아 있는데 미리 준비했다. ‘아빠 인생에 박수’ ‘아빠 청춘에 박수’ ‘아빠 팔순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고, 갖가지 풍선도 걸어 장소를 꾸몄다. 그리고 작은 케잌을 펼쳐 놓고 생일 축하 노래도 했다. 조촐한 자리였지만 행복했다.
아이들로부터 이런 호강을 받으면 나의 생모에게 미안하다. 1956년 12월 바람도 차가운 날 우리 곁을 떠나신 어머니, 꿀돼지처럼 먹어대는 오 남매를 남겨두고 눈도 감지 못한 채 떠난 어머니다.
이런 행복감을 느끼는 날에는 어머니에 대하여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 죄스러움이 가슴을 저민다.
금능 해수욕장에 있는 투명 카약을 탄 것도 추억이다. 카약은 작은 배로 배전이 투명한데,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탄다. 그 배는 가벼워서 모래 위로 끌어 올리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배는 탑승객이 스스로 노를 저어 움직인다. 두 사람이 노를 저어도 배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도 재미있다.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안전선을 설치해놓았는데, 그 물의 깊이는 허리 정도라고 한다.
이상은 제주 여행의 추억이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추억을 고른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손녀와 논 것이다. 잔디가 폭신한 마당에서 축구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며 논 것이다.
손녀와 보낸 그 시간이 내게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가장 좋은 추억이다. 이런 시간을 갖게 해준 아이들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