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위복~ 음악의 힘!!! - 말러리안 시리즈 7 공연 후기
공연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100 % 제 잘못입니다 신호대기로 서있는 차를 제가 뒤에서 콩~ 딴 생각하다 실수를 했어요 정면에서 아주 느린 상황에서 콩 부딪혀서 양쪽 차 다 손상은 없었습니다만 앞 차에서 4명이 타고 있었고 전화번호 드리고 죄송하다고, 혹시 문제생기면 연락주시라고 머리숙여 사죄드리고 헤어졌습니다
자책감과 나이들어 그런가 하는 우울감에 공연을 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맘을 고쳐먹고 출발했는데 명절 휴일이라 가는 길이 순조롭게 하나도 막히지 않고 25분만에 예당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일러 오페라극장에 새로 생긴 이탈리안 식당에서 파스타도 하나 먹었습니다
파스타가 양이 너무 적었지만 맛있었고 기분도 조금 나아졌고 공연에 들어갑니다
정말 오늘 공연은
제 마음을 위로해주고 눌린 기분을 저 천상으로 올려주고
게다가 음악이 얼마나 우리를 치유해 줄 수 있는지를 알려준
명품공연~ 이었습니다 !!!
찬찬히 다시 공연을 짚어보겠습니다
<1부> 뤼케르트 가곡 - 사무엘 윤
사무엘 윤이 등장합니다
아우라가 장난이 아닙니다
목소리가 너무 멋있습니다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로 나왔을 때도 그의 목소리는 윤기가 좔좔 흐르는 톤이 무척 좋은 바리톤이었는데 다만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가 너무 커서 그의 목소리가 좀 덜 전달된다 싶은 느낌이 있었는데 예당 콘서트홀에서도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커서 그런지 조금 묻히는 감이 없지 않네요
뤼케르트 가곡을 이 순서로 불렀는데
Liebst du um Schönheit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그대)
이곡은 오케스트라 풀 사운드에 묻혀서 좀 오프닝 곡으로 임팩트가 부족했고
Ich atmet' einen linden Duft (나는 보리수 향기를 맡았네)
이곡은 처음 아름다운 관악 반주로 시작해서 기대가 되는 곡인데 기대만큼 아름다운 느낌은 아니어서 조금 실망하기 시작했고
Blicke mir nicht in die Lieder (내 노래를 엿보지 마세요)
이곡은 사무엘 윤의 목소리톤과도 잘 맞고 좀 빠른 리듬의 곡이라 바리톤의 박진감넘치는 성량으로 불러주니 더없이 좋게 들렸고
Um Mitternacht (한밤중에)
오늘 뤼케르트 가곡 중 사무엘 윤이 제일 잘 부른 것 같은 곡입니다
그의 목소리로 표현해 낸 말러가곡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사실 이곡이 가장 유명한 곡이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곡인데 오늘은 아주 큰 감동은 안 왔습니다 사뮤엘 윤의 목소리가 드라마를 만들어내기에는 부분부분 음정이 좀 빠지는 부분도 있었고 노련하게 마무리짓긴 했지만 좀 아쉬운 마지막곡이었어요
30분 가량 뤼케르트 가곡으로 말러 음악의 워밍업은 충분했고
이제 기다리던 말러 교향곡 7번이 시작됩니다
뤼케르트 가곡에서 이미 오케스트라의 음량이나 기량을 어느 정도 확인해서 기대감은 더 높아진 상태였는데요
1악장부터 찢었습니다 ~
1악장 느리게-빠르고 단호하게, 너무 빠르지 않게(Langsam – Allegro risoluto, ma non troppo)
음울한 느낌의 도입부가 나오고 뒤이어 테너 호른이 신비로운 선율을 연주하는데 아~ 너무 좋은 좋은 거예요
바로 이분입니다
1악장에서 금관악기의 화려한 질주에 먼저 제가 넋이 나가고 하프가 디리링하면 가슴이 찌리릿합니다 목관악기들도 질세라 자기몫을 톡톡히 해내며
1악장부터 말러리안 유스 오케스트라 각 파트가 얼마나 잘 하는지를 증명하듯이 으르렁대면서 마무리합니다
2악장 밤의 음악 I, 알레그로 모데라토(Nachtmuwik I. Allegro moderato) 에서는 목관의 데뷔입니다
두 대의 호른이 메아리처럼 서로 주고받고나서 목관악기들이 이제 내 차례다 하며 등장합니다 오늘 목관은 한 파트 빠짐없이 너무들 잘하셨고 오보, 클라리넷, 플룻은 말할 것도 없고 바순의 독주가 잠시 나올 때도 너무 좋은 소리에 감동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2악장은 밤의 노래 악장의 아름다운 주제 선율부분을 현악 고음부와 저음부가 너무 아름답게 서로 화답하듯이 연주해 줍니다 오늘 바이올린 파트는 실키한 질감의 고음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었는데요 고음 현악부가 이런 소리를 낸다는 것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 지를 알게 해 주죠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봐도 좋을 만큼 현악부의 일사분란하고 질감고운 실키한 소리를 작년에 로열 콘세르트 헤바우 현악부에서 듣고 오늘 또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분들입니다
이제 3악장, 벌써 시간은 많이 흘렀고 그러나 관객도 연주자도 전혀 지치지 않았습니다 몰입력이 이렇게 좋았던 공연이 있었나 싶습니다
3악장 스케르초, 그림자처럼 흐르듯이, 빠르지 않게(Scherzo-Schattenhaft Fliessend, aber nicht schnell)
팀파니가 시작을 알립니다 두두둥 쿵~ 그리고 첼로와 베이스가 피치카토를 연주하고 호른과 클라리넷이 끼어듭니다
바로 이분입니다
목가적인 오보에의 연주도 너무 아름다왔고 비올라 독주와 뒤이은 첼로의 묵직한 뒷받침이, 그리고 첼로와 베이스의 피치카토는 왈츠 풍의 리듬을 주물렀다 폈다하고 거기에 금관이 더해지는 묘한 여운을 주는 마무리까지 너무 매력적입니다
바로 이분들입니다
4악장은 다시 밤의 노래 주제가 나오는데요
밤의 음악 II, 사랑을 담아 느리게(Nachtmusik II, Andante amoroso)
여기서는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이 너무 아름답게 순간순간 등장하는데 악장님의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예쁩니다 기타와 만돌린도 등장하는데 전 4악장내내 눈물이 울컥했어요 하프도 합세하니 더 에로틱하게 느껴집니다
바로 이 분들입니다
이제 마지막 5악장까지 왔군요 여태까지 기침소리도 없습니다 대단한 연주자와대단한 관객이 아닐 수 없습니다 No 관크 !!!
5악장 론도-피날레. 보통 빠르게(Rondo-Finale Allegro ordinario) 는 전파트가 결사항전을 하듯이 덤벼듭니다 현악부, 관악부, 타악주자들까지 전 주자가 이곳까지 달려와서 이제 밤의 정적과 여운을 끝내고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을 맞이하려는 듯 장멈하고 웅장하게 온 마음을 합쳐 내일을 맞이합니다
어두웠던 어제, 힘든 오늘은 잊자고, 희망찬 내일이 있다고 외쳐줍니다
여태까지 산 것은 산 것이 아니었으니 다 잊고 이제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가 보자고 손을 내밀어 줍니다 ~~
아 이처럼 멋진 교향곡이었나요~~ 말러 7번이 !!!
오늘 진솔 지휘자는 마에스트라~ 그 자체였습니다
온몸에 열정과 카리스마로 꽉 채워 더 무엇인가가 들어갈 곳도 없는 듯한 아우라
포디엄이 좁아 더 날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듯한 그녀를 보고 있자니
더불어 끓어오르는 삶에의 열정과 의지를 얻어갑니다
음악은 역시~~~ 운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