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근이 있음에도 6처를 말해야만 하는 이유
가을이 오면 단풍을 아는 이들은 그리운 엄마를 찾듯 산을 찾아 나선다.
붉게 노오랗게 초록이 섞여 있는 산과 들에 웃음이 터진다.
자연스런 평화를 만끽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호수가를 걷는다..
문득 저 단풍은 어떻게 생긴 것이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숨을 쉰다는 것인데.. 숨만 쉰다고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해서 세상과 감촉한다는 게 아닌가 한다.
감촉이 있으면 느낌이 생기고, 느낌이 생기면 이미지가 생기고,..
그런 감촉 가운데 하나가 눈[안, 眼]으로 색을 본다는 것..하여
'내[눈]가 단풍을 본다'고 그냥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찔한 함정이 있으니..
부처님께서 삼미리제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안·색·안식(眼識)·안촉(眼觸)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内覺],
그리고 이·비·설·신도 마찬가지이며,
의·법·의식(意識)·의촉(意觸)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内覺],
이런 것들을 세간이라고 하느니라. 그 까닭은
6입처(入處)가 발생하면 곧 감촉[觸]이 발생하나니, 이와 같이 나아가 순전하고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니라.
삼미리제야,
만일 저 안이 없고 색이 없으며, 안식이 없고 안촉이 없으며,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内覺]이 없다면,
이·비·설·신도 마찬가지이며,
의·법·의식·의촉과 의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内覺]이 없다면,
세간도 없고 또한 세간을 시설하지도 않을 것이니라. 그 까닭은
6입처가 멸하면 감촉이 곧 소멸하며, 이와 같이 나아가 순전하고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소멸하기 때문이니라."
<잡아함. 230. 삼마리제경>
<230. 삼마리제경>을 보면 내가 외부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단풍을 보는 게 아님이 보인다.
6입처가 생기면 감촉으로 단풍을 아는데..
6입처를 멸하면 감촉이 멸해 단풍이 멸한다고 한다.
그러니 6입처는 6근처럼 몸에 의지하여 생노병사하는 감각 기관이 아니다.
6입처가 6근이 아님은 다음에 이어지는 경을 보면 더 분명히 보인다.
231. 삼미리제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삼미리제라는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이라고 말하는데 왜 세간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삼미리제에게 말씀하셨다.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을 세간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이라고 하는가? 삼미리제야,
안(眼)은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법이다. 색·안식·안촉과 안촉을 인연하여 생기는 느낌인,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각[内覺], 그 일체도 또한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이다.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위태롭고 약하며 부서지고 무너지는 법이라고 말하고, 세간이라고 부르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삼미리제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31경>에 나오는 눈은 몸에 의지한 안근이 아니라 생명에 의지한 안입처인데..
그런 안입처에 의해 생기는 게 우리가 보고 있는 세간인 세상으로..
세간은 안입처와 관계없이 외부에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입처인 이, 비, 설, 신, 의입처도 마찬가지..
만일 단풍이 나에 의해 생긴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 의지로 멸할 수 없어..
단풍에 웃고 우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안입처가 없고 안근 뿐이라면..
그 누구도 완전한 자유나 평화, 열반은 성취할 수 없다는 것.
석가모니가 완전한 열반을 얻고 부처님[무아, 공]이 되었다 하는 것은..
6근과 다른 6입처를 깨닫고..
6입처를 멸해 깨쳤기 때문이다.().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깨닫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다만 그 깨달은 바를 실천으로 깨치는 것은 거의 임파시블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깨닫는 것 조차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 하다.
깨치지 못하면 꺠달음은 별 소용이 없는 것이니 현명한 일이 아닌가.^^().
기러기는 하늘 높이 떠 날아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