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우리나라 산업은행이 리만브라더스로부터 손을 떼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후부터
리먼의 동냥바가지가 월가를 격하게 휩쓸고 있습니다. 물론 산업은행 측이 완전히 리먼의 자산매각 내지는 M&A 로부터 완전히 철수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그렇다 혹은 아니다와 같은 이야기들이 무성한 상황인데다, 이와 같은 경우에 사태의 진원을 파악하기 위한 믿을만한 소스가 월스트릿 저널인지 연합뉴스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우리쪽에서는 이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건조한 보도문을 발표하는 것 이외에는 섣부른 전망이나 예측 혹은 루머를 끌어 올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리먼의 가치를 현재의 주당 4불 수준에서 구제금융 직전의 프레디맥과 패니매 수준으로 끌어내려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Seoul Brothers’ 의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전략적 후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작 월가 4위 은행 리먼 브라더스를 비롯한 월가 당사자들은 정세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한듯 합니다. 당장 하룻만에 주당 3불이 추가로 하락해버리며 허리가 끊어진 리먼 브라더스나 이러한 영향으로 같은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워싱턴 뮤츄얼 및 AIG 등을 바라보면 느긋하게 산업은행의 ‘블러핑’ 여부를 판단하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지난 사흘간 거론된 은행만 하더라도 일본의 노무라 은행을 비롯해 HSBC, 프랑스의 BNP Paribus, 독일의 도이체 방크, 영국의 Barclays PLC 등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포진해 있는데다 골드맨삭스와 같은 월가 은행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달러화 가치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나다시피 경기후퇴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자국의 통화권 아래 있는 세계 은행들이 월가 대형은행의 장부기입 총액 6천억달러에 이르는 리먼 브라더스에 선뜻 손을 뻗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월가와 리먼, 연준, 재무부 등 관련 당사자들 모두를 곤혹스럽게 몰고가고 있는데, 이번주 나흘간의 개장일동안 리먼브라더스의 주가를 최대 80% 가까이 하락시켜 온 시장의 반응 때문입니다. 오늘 장 중반까지 80%의 하락에 이어 오후에 나온 골드맨삭스 측에서 “Sorry, we won’t buy you” 라며 일찌감치 선을 그어버린 뉴스는 이번 신용위기 및 하락장에 잠재적인 종지부를 가져올 수도 있는 희생양을 리먼으로 꼽으라는 버냉키에 대한 시장의 아우성으로 읽혀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월스트릿 저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내내 메릴린치에 집중되었던 하락루머 및 메릴린치 희생양 만들기 작전(?)이 유가하락과 금융당국의 공매도투기 금지책 등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면서 타겟이 서서히 리먼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격화된 8월 이후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본금을 끌어오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리먼의 수뇌부만이 아닌 연준과 재무부가 함께 진행해 왔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연준이나 재무부로부터의 직접 자본투입은 배제한 방법을 찾는 것이었지요.
이러한 사실은 산업은행의 리먼인수 내지는 자산구입 시도가 단순한 금융거래 차원을 넘어선 것일수도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GSE 에 대한 구제금융을 발표하기 일 주일 전에 우리의 금융당국에 구제책의 전모를 알려줬다고 하는데,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들 외에 산업은행의 700만 달러 투자가 있었던 사실이 함께 상기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의 금융당국이 리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을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지요. 물론 우리 뿐만이 아니라 GSE의 모기지 자산에 투자한 해외자본들에게는 모두 모종의 통보가 리먼을 매력적으로 포장시킨 보고서와 함께 갔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여렵잖게 도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발표된 폴슨의 GSE 구제금융의 효과가 적어도 일주일정도는 이어지면서 증시에 잔잔한 온기를 유출시킬 것으로 기대된 데 반해 현실은 단 하루만의 증시상승, 그것도 2%를 넘기지 못하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처참하게 끝이 나버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당국의 입장은 상당히 곤란하게 되어버린 모습입니다. 그대로 무너져버리기에는 금융시장에 끼칠 악영향이 너무나 크다며(Too big too fail) GSE 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단행한것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납세자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 때문에 상당한 비판에 휘말렸는데, 증시가 받은 탄력은 단 하룻만에 끝나면서 이의 후폭풍으로 리먼브라더스가 위기에 처했는데, 정황상 또다시 정부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버냉키가 선뜻 희생양으로 지목하기에는 월가 4위, 6천억달러 장부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 역시 만만치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미 어디든 버려야 시장이 살 수있다는 명제에 대한 공감이 널리 퍼진 마당에서 리먼을 버리는 패로 쓴다고 한들 과연 금융위기가 바닥을 확인하는 구간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못한 상태인 듯 합니다.
이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은 말씀드렸다시피 ‘구하지 못할 것이라면 버려라’ 로 압축되는 듯 합니다.
물론 진실된 구명의 여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콘센서스도 함께 드러났는데, 오늘 장의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아래 1분차트에서 보시듯 오늘 증시에서 장 마감 3분을 앞두고 증시가 급격하게 요동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는 아시다시피 리먼의 구원투수로 Bank of America 가 될 수도 있다는 월스트릿 저널의 보도가 나온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시각을 좁히면 사실상 오늘 증시를 막판의 너무도 드라마틱한 30포인트 변동폭과 함께 나스닥 1.32%, S&P 500 (사실 어제부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빠지면서 S&P 498이 됐지요. S&P 500 에 드는 기준은 시가총액이 최소 50억달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엄밀히 따지면 119개의 기업이 이 기준에 해당이 안되고 있답니다. S&P 381 이군요) 1.38% 및 다우지수 1.46%의 상승이 구현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는 연준입니다. BoA 개입보도는 사실 說에 가까울 정도로 기사의 내용도 없고 취재원도 익명으로 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딜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있습니다. 후속보도가 나오길 기대해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의 구제책과 같은 직접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다음주 월요일 아시아 시장들의 개장에 맞춰서 거래가 완전히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BoA 는 연준의 부추김(?)을 받은 전력이 있는 기관입니다. 모기지 금융사 Countrywide Financial Corp. 이 BoA 를 통해 흡수되었지요. 이 당시에도 BoA 측에서는 일정정도의 손실을 감수한 채 CFC 의 인수를 받아들였는데, 리먼에 대한 구원투수로 또다시 떠밀려 나오게 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연준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입니다. 실제로도 BoA 측에서는 베어스턴스때와 같이 연준이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 않는다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월가 은행들의 반응은 시장의 반응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은행들간에 대출금리인 Libor 금리가 한때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현재는 대안지표로 종종 거론되고 있는 OIS (Overnight Index Swap) 지수가 다음 10개월 거래치까지 아래에서 보시듯 연방기준금리보다 낮은 선으로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달 7일로 내정된 연준 FOMC 정책회의가 아직 한달 가까이 남아있긴 하지만 은행간 대출금리가 연준금리보다 낮게 형성되는 사실로 인해 지금껏 10월 회의에서도 금리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에 미미한 균열이 형성될 지가 궁금해 지는군요. 물론 현재 상황에서 그러한 예측은 한달이라는 기간만큼이나 의미가 없을수도 있는 예단에 가깝습니다만, 지난 8주동안 연준이 재할인율 창구를 통해 상업은행들에게 빌려준 유동성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6 차례나 기록을 경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불안요소들이 장을 어지럽히고 있는 상황은 월가 은행들에게는 적어도 기준금리보다 0.25% 높은 재할인율(discount rate, 2.25%) 만이라도 내려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지난 8월을 관통했던 기제가 inflation 이라기보다는 demand destruction 을 동반할 수 있는 deflation 이라는 현상이 부각되면서 월가에서는 연준으로부터의 보다 전격적인 통화 팽창정책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요. 증시로서도 상품시장 하락이 증시 상승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끊어진 데 대한 지원책을 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구간이기도 하며, 오늘 블룸버그 통신에서도 Macroeconomic Advisers LLC 의 부사장 Brian Sack 씨의 발언을 인용하여 지난 2개월간 6개의 은행이 도산한 이후 리먼브라더스 악재를 맞이하고 있는 환경에서 연준이 월가에 대한 대출창구를 더 넓히는 등의 창조적이고 이례적인 방법을 통해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자금지원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상당수준의 우려가 잠식된 상황인것도 더 이상 연준으로 하여금 예의 물가안정과 경기침체간의 ‘균형론’으로 포장된 딜레마의 부담을 덜어줄수도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상승으로 인해 각 지수들의 30분 시그널은 매도사인을 발생시켰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