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보이지만 은근히 필요한 칼갈이라는 방식을 통해 지역시회에 봉사하고 이를 계기로 선교도 하는 평의회를 소개한다.
대구대교구 용계성당(주임신부 김태한 바오로) 평화의 모후 꾸리아(단장 이경희 모니카)는 현재 15개 쁘레시디움에서 127명의 행동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평화의 모후 꾸리아는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공존하여 관할구역이 넓고, 젊은 신자보다 어르신들이 많은 본당의 특성을 고려하여 꾸리아 차원에서 여러 가지 활동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여느 본당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가두선교를 실시했다. 선교책자를 나누어 주고 지역을 나누어 활동했으나 나누어 준 책자나 유인물을 받는 즉시 버리는 사람, 밟고 지나가는 사람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고자 ‘파라솔 선교’라 이름붙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내 거점에 파라솔을 치고 차와 음료를 제공하면서 방문하는 분들에게 신앙상담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거리청소도 병행하여 본당의 이미지 제고에도 힘썼다. 하지만 참가 단원들이 고정되는 등 활동이 점차 정체되기 시작하여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칼갈이 봉사다.
이 칼갈이 봉사는 원래 상급평의회인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 꼬미씨움을 중심으로 반야월성당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었던 활동이었다. 이를 꼬미씨움 월례회를 통해 알게 되어 용계성당에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역시회 봉사도 하고 간접선교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활동이며 동시에 꾸리아를 활성화할 방법이라 생각하여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다.
반야월성당의 경우는 전문적인 칼갈이 기계를 가진 단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원활하게 봉사할 수 있었지만 꾸리아는 비용 부담을 덜고 관리가 편한 가정용 기계를 구입했다. 지도신부와 상담한 후 허락을 받고 우선 실습삼아 본당신자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호응이 매우 좋아 2019년 3월부터 플랜카드도 제작하고 기계도 준비하여 성당 입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노인 회관에서 월 1회 칼갈이 봉사로 호응 얻어
활동이 궤도에 오른 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로 범위를 넓히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현재는 동구지역 노인 회관으로 장소를 옮겨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봉사를 한다. 노인 회관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당에서 하는 봉사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관계자의 뜻에 따라 현수막에 ‘용계성당’이라는 글자는 넣지 않았다고 한다.
칼갈이 봉사를 하면서 차와 음료를 대접하며 각종 상담도 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호응도 좋아 성당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정말 좋은 일을 한다”며 격려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또한 성당에 대해 문의하는 외인들과 냉담 신자들이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경희 단장은 “처음 가두선교 할 때나 파라솔 선교, 거리청소 할 때보다 직접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봉사를 하면서 선교활동을 하기에 더 효율적입니다. 칼을 가는 동안 차도 마시면서 구체적인 외인 권면과 쉬는 교우 회두권면도 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인지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면서 차츰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며 많은 보람이 있다고 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구체적인 실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지속하면 분명히 선교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칼갈이 봉사 팀의 팀명을 ‘용갈이’라 명명했는데 주 봉사자는 5명이다. 기계를 다루는 송성웅 마태오 단원, 마무리로 다듬어 주는 이승구 유스티노 단원과 박병후 아우스딩 선교위원장, 차와 유인물을 준비하는 박춘수 유스티나 사목 부회장, 전반적인 지휘를 하는 이경희 꾸리아 단장이 그들이다. 이 외에 쁘레시디움 단장들과 단원들이 번갈아가며 차 봉사와 면담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 활동을 통해 꾸리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산하 쁘레시디움 간의 소통도 원활해지는 효과는 덤이었다.
쁘레시디움 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는 것은 덤
봉사에 여러 번 참가했다는 김화순 엘리사벳 샛별 쁘레시디움 단장은 “칼갈이봉사를 통해 예비신자나 쉬는 교우 권면 등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가정에서 쓰는 칼이 무디어져도 간이용으로 갈아서 쓰다가 전문적으로 칼을 갈아 주니 너무 좋았습니다. 봉사를 받은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이 봉사가 오래도록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현재는 활동이 중지된 상황인데 노인 회관 지부장으로부터 ‘용갈이’ 봉사 팀을 클럽으로 승격시켜 대구시 동구 관내 경로당을 순회하며 봉사해 봄이 어떻겠냐고 제안이 왔다고 한다. 그러면 한 달에 1회 실시하던 것을 상황에 따라 2회 정도 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었다. 봉사자들과 의논한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용갈이’ 봉사 팀이 코로나19를 넘어 오래도록 지역사회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봉사를 지속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