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꼭 필요한 제주도의 현장 조사 일이기도 하고 현지에서 렌트하기에는 자동차 사용 기간이 길어서 부득이 내 차를 가지고 제주도로 가야한다.
제주로 차를 가져가는 방법이야 당연히 카페리를 이용할 수 밖엔 없는데, 부산과 목포, 완도, 인천항에서 카페리가 있다.
완도에서 차를 싣고 가면 운임이 가장 싸게 먹히지만 서울에서 완도까지 차를 운행하려면 그 또한 만만찮다.
운임도 운임이지만 우선 몸이 고생이니 이 나이에 고생하기가 좀 거시기 하다.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완도나 목포까지 차를 가지고 가면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면서 가면 좋겠지만 바쁜 세상에 그렇게 유유자적할 형편도 못되고 wife까지 모시고 가야하니 어쩔 수 없이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카페리를 이용 할 수 밖엔 없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카페리는 청해진해운회사에서 취항시키고 있는 오하마나호다. 경상도 말로 오! 하마나(언제?)란 뜻이란다.
인천에서 월, 수, 금요일에 출항하는데 저녁7시에 출발하여 다음날 오전8시 30분 도착한다고 하니 무려 13시간30분을 항해한다.
운임도 꾀 비싼편이다.
내가 가진 차의 경우는 198,743원(어쩨서 원 단위까지 나오는 진 잘 모르지만)이고 승객 운임으로 2등실이 1인당 70,000원이다.
다행이 승객요금중 자동차를 가져가는 사람에 대하여는 승용차의 경우 3인까지 1인당 26,000원씩을 할인해 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허긴 인천에서 제주가 얼마나 먼 거리인가, 13시간 이상의 항해에 기름값은 오직 들겠는가 생각하니 꼭 그렇게 비싸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아무턴 오랜만의 wife와 함께한 선박여행이니 그리 나쁠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서해안 야경은 즐길수 있겠다.
저녁 7시에 출항이지만 차량을 탑재하려면 좀 일찍 나와 달라는 직원의 부탁으로 4시쯤 일찌감치 집에서 출발을 했다.
경인 고속도로에 차가 밀린다면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인천의 연안부두에 차를 가져 가는게 초행길이기도 해서 어떻게 가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제2경인고속도로(110번고속도로)로 해서 가니 정말 간단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연안부두에 다 와서 어디에 차를 세우며 어떻게 수속을 해야 하는게 걱정이었지만 이 문제도 간단히 해결되었다.
연안부두 가까이 갔을 때 짐을 가득실은 화물차 한대가 앞서 가는데 이 차의 차량번호판이 제주라, 틀림없이 제주까지 가는 차일터, 무조건 따라 가기만 하면 되겠지 하고 따라 갔더니 과연 그 차 역시 제주행 카페리에 실리는 차다.
이렇게 번호판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구나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차량 번호판에 지역표시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는 생각을 했다.
왜 지역표시를 없애기로 했을까?
내가 알기로는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모두 차량번호판에는 지역 표시를 하는 것 같았는데....
다른 건 다 외국것 흉내를 내고 이건 왜 우리 고집되로 하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차량번호판의 지명을 없애는 이유가 지역 감정도 없애고, 어느 지역의 인간들이 운전을 더럽게 한다는 말을 듣지 말자는 뜻이 었을까?
아님 차량관리 씨스템이 지역 표시 쯤은 없어도 완벽하게 구축되었기 때문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턴 이렇게 제주 카페리 터미널 찿는데는 제주라는 지역 번호판이 한몫을 했음은 사실이다.
차량 선적을 안내하는 현장 경비원들이 있어서 지시하는데로 따라가니 청해진사무실이 보인다.
차량을 주차하고 사무실에 들어 갔더니 화물차 기사 몇 명이 수속중이다.
나의 뒤에도 화물차 기사인듯 한 사람이 섰는데, 내가 처음이라 이것 저것 묻고 어영부영했는지 뒤에서 "씨# 더럽게 늦네"라며 나에게 하는 말인지 혼자말인지 모르는 말을 뱉는다.
돌아보자니 우선 목청도 걸걸하고 우락부락할 것 같고, 덩치도 큰 사람인 것 같아 돌아보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수속을 마쳤다.
근데, 운송비를 카드로 할 수 없다나.....무슨 관계회사와의 다툼 때문이라는데 아무턴 가진돈 탈탈 털어서 198,000원을 지불하고 자동차키를 맡긴후 선적증을 받아 나왔다.
승객매표를 위해서 연안여객선터미널로 가보니 이건 어째 낮이 익다 했더니 언젠가 백령도 출장갈 때 한번 왔던 곳이다.
바로 옆에는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데 여기도 중국 청도갈 때 두어번 와 본 곳이고....
그때는 지하철과 택시를 이용해서 왔으니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는게 당연한 것, 이제 보니 바로 거기가 거기구나.
승객 매표는 5시 30분 부터 시작한다.
2등실 2명. 26,000원씩 할인 받고 2명분 88,000원 지급했다.
요즘 돈도 못 벌면서 들어 갈 곳은 이렇게 많나 보다.
마누라에게 짐을 맡겨두고 나는 부두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역마살과 호기심만 가득한 놈이니 그냥 대합실에 죽치고 있을 수야 없지.
대합실 한쪽에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 몇몇이 보인다. 아마 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도로 가나보다.
나의 소원중 하나가 자전거 타고 전국일주하는 것이었는데, 부럽다.
자전거는 탁송하지 않고 무료로 배에 실어주는가 보다.
터미널 앞의 길을 건너서 분식집에서 김밥 두줄을 샀다, 허름한 분식집이라 한줄에 당연히 천원인 줄 알았는데 달라는 데로 두줄을 싸 주면서 그때서야 한줄에 2,000원이란다.
여하튼 우리나라는 구석구석 도둑(?)뿐이다.
터미널 대합실에서 마누라와 함께 김밥을 다정히 나누어 먹었다. 아 이런 재미와 맛도 있구나.
6시 10분쯤 승선 시작.
배는 그냥 그렇다, 8인 1실의 2등실에 들어가서 wife는 윗층 나는 아랫층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13시간 30분간의 지루한 여행이 시작된다.
7시부터 저녁식사 시간. 정식 형태의 저녁밥인데 5,000원씩 한다.
맛은 그런데로 좋았고, 배식 아줌마가 참 친절하다, 밥이 모자라면 얼마든지 더 준다니까......
이제 저녁도 먹었겠다 잠자는 일 밖엔 없다.
아 참 내 차는 잘 실렸는지 모르겠네, 내가 확인 할 방법이야 없지만 그래도 갑판에 올라가 보니 야! 이제 막 내 차가 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잃었든 물건 찿은 것 처럼 반가웠다.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혔지만 정신만 오락가락하고 잠이 오질 않는다. 이리저리 선내를 돌아 다녀 본다.
한라산 등산 가는 이들, 단체 관광을 가는 이들, 화물차 운전기사들, 여기저기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한편에서는 고스톱 판도 벌린다.
밤새껏 마시면 제법 마실테고 고스톱도 싫컷치겠다, 다음번에 친구들과 어울려 배을 한번 타 보는 것도 재미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식당에서는 필리핀 여자들에게 노래를 시키고 생맥주를 팔고, 5층의 대형 3등실에서는 영화를 상영한다.
그런데로 심심하지 않도록 해운회사에서 신경을 쓰나보다.
밤새껏 이리 딩굴 저리 딩굴, 자는지 마는지, 비몽사몽간에 제주에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기대했던 서해안 야경도, 창공의 빛난 별도, 황홀한 일출도 못봤다.
다만 멀리 제주의 한라산이 구름속에서 자태를 뽐낼 뿐이다.
대형 선박이라 도선을 해야 되나보다, 접안하느라 선창이 한참 시끄럽다.
하선을 하고, 내 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와!!!! 배에 얼마나 많은 화물과 차량을 실었는지...
과연 선박의 물류처리 능력도 알아 주어야 겠다.
한참을 기다리니 나의 애마도 나온다.
하루 떨어져 있었다고 그래도 얼마나 반가운지,
이렇게 나는 인천에서 제주까지 차를 배에 실고 왔다.